‘23%→71%’ 껑충 뛴 월드컵 만족도…감독 선임, 팬심 응답해야

하상우 기자 2022. 12.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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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벤투 감독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STN스포츠] 하상우 기자 = 파울루 벤투(53) 전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팬들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있어 생활이 더 즐거웠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더 즐거웠다"고 답했다. 이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23%, 2018 러시아 월드컵 때보다 5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 축구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H조에 묶였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지만,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2-4로 대패했다.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분투했지만 0-1로 패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쳐야 했다. 여기에 홍명보 전 감독이 특정 선수만 중용한다는 '의리 축구' 논란과 '땅 매입 논란' 등 숱한 구설수에 휘말렸고, 귀국장에서는 '엿세례'를 받기도 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당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개막 직전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김신욱과 황희찬을 선발로 내세운 신태용 감독이 이를 "트릭"이라고 설명해 팬들의 조롱을 샀다. 본선에서는 스웨덴전(0-1 패), 멕시코전(1-2 패)을 연달아 패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대표팀은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지만, 멕시코가 스웨덴에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귀국 현장에서 많은 팬들이 '카잔의 기적'을 쓴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지만 일부 팬들은 달걀을 던지며 비난했다.

2002~2022 월드컵 기간 중 생활의 즐거움 여부 응답표. 사진|한국갤럽 제공

두 번의 굴욕을 겪은 한국 축구가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니 팬들의 만족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 이유가 반드시 성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 통계에 따르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1승1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행복했다"는 답변이 78%를 기록했다. 독일 대회에서 대표팀은 토고를 2-0으로 꺾으며 원정 월드컵 첫 승을 기록한 데 이어 당시 FIFA 랭킹 1위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다. 3차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0-2로 패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이 있었고, 운이 따르지 않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팬들이 "즐거웠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도 한국 축구가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것에 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꾸준히 능동적 축구 철학을 강조해왔다. 후방부터 안정적인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입혀왔다. 이 과정에서 상대 역습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선수 기용과 선발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카타르 대회 직전까지 팬들의 시선은 냉정했다. 벤투 감독이 강조해 온 전술이 월드컵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벤투호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0-0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을 따냈다. 한국의 점유율은 45%-42%로 우루과이에 앞섰다. 활발한 움직임과 강한 압박,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능동적인 경기를 펼쳤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전반에만 2실점을 내주며 2-3으로 패했지만 0-2로 뒤진 상황에서도 조규성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동점을 만드는 등 투지를 보여줬다. 63%의 점유율, 22개의 슈팅, 7개의 유효슈팅 등 경기를 압도했다. 결국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벤투 감독이 가나전에서 퇴장당한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은 자신들이 추구했던 주도적인 축구를 펼쳤고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16강에서 브라질에 1-4로 패하며 여정을 마쳤지만 벤투호는 확실한 색깔과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그간 한국 축구는 월드컵 무대에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경기를 펼쳐왔다. 벤투 감독과 함께한 4년 4개월 동안 우리만의 축구를 발전시켰고 강팀들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선수들이 투지를 다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16일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후 손흥민은 부상을 안고 뛰는 것에 대해 "축구 선수는 늘 이런 위험을 가지고 뛴다. 그걸 감수하는 게 저의 몫"이라며 "팬들에게 조금의 기쁨과 희망을 드린다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의 동행을 마쳤다. 협회는 새 감독 선임을 위한 작업에 나섰다. 내년 2월까지 새 사령탑 선임을 완료할 예정이며, 국내ㆍ외를 막론하고 지도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팬들은 벤투 감독이 4년간 만들어 온 능동적 축구 철학을 이어갈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응답자의 71%가 이번 월드컵이 있어 즐거웠다는 한국갤럽의 조사는 팬들의 이러한 바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협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TN스포츠=하상우 기자

hsw326@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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