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 마라토너, 조로(早老)를 막아라!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서 육성필요
세계추세 20대 후반~30대 절정 한국 20대 중반 은퇴
한국 마라토너들의 조로(早老) 현상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한국 마라톤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한국 남자 마라톤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왔다.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제패한 이후 서윤복(1947년), 함기용(1950년) 선생이 전 세계 마라토너들의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손기정 선생이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이후 56년 만에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영광의 월계관을 되찾아온 것은 약관 22세 때였다. 그는 4년 후 올림픽 재도전이 무산되자 1996년 4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그동안 끊임없이 달렸던 트랙과 주로를 떠났다.
또 ‘2022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39세 나이에 41번째나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2009년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20여 년 마라톤 인생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은퇴했다.
국내 마라토너들은 풀코스 마라톤을 비교적 일찍 시작하는 편이다. 이에 비해 외국의 선수들은 20대 후반 쯤 늦게 데뷔해서 30대 후반까지 선수생활을 오래한다. 마라톤은 20대 후반과 30대 중반이 기록 수립에 가장 알맞은 연령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했다가 일찍 진을 빼고 혹사당해 더 좋은 기록의 수립을 방해받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1984년 LA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을 때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는 37세의 나이로 2시간 9분 21초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9월 25일에 열린 2022 베를린 마라톤에서 38세의 마라토너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선수가 2시간 01분 0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2018년 자신이 같은 대회에서 수립한 기록 2시간 01분 39초를 30초나 앞당김으로써 ‘서브2’(2시간 이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한국 마라톤에서는 지난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한국 신기록 2시간 7분 20초가 2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올해 국내 마라톤을 보면 동계훈련을 마친 엘리트 선수들의 첫 대회인 4월 3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남자 국내부 이장군(32·청주시청)이 2시간 17분 1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고, 여자 국내부에서는 이수민(30·논산시청)이 2시간 32분 08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4월 17일에 열린 서울마라톤 겸 제92회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남자 국내부에서는 2018년 케냐에서 귀화한 선수인 오주한(34・청양군청)이 2시간 11분 16초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여자 국내부 우승은 2시간 30분 42초를 기록한 최경선(30・제천시청)이 차지했다.
10월 9일 제103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 오주한(34·청양군청) 선수가 2시간 18분 07초를 기록하며 우승하였다. 10월 16일 경주국제마라톤, 23일 춘천마라톤, 11월 6일 JTBC 서울마라톤 대회에서는 국내 여자부 김도연(29・삼성전자) 선수가 2시간 27분 29초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2024년 파리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한 가운데 기대했던 만큼 2022년 좋은 기록들이 나오지 않았다.
갈수록 올림픽 마라톤 기준 기록은 점점 단축되고 있는데, 세계 수준의 스피드 경쟁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 마라톤은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 도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오주한(34·청양군청) 선수를 비롯한 여자 마라톤의 간판 김도연(29·삼성전자) 최정윤(29·k-water)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뒤를 이을 유망주가 눈에 띄지 않는데다 기존 유망주들의 조로현상이 겹쳐 한국 마라톤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한 실정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육성정책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게 마라톤계의 일관된 바람이다. 선수들의 은퇴 후 불안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직업 보장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다.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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