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우영우..인생캐 다시 쓴 손석구⋅박은빈 [Oh!쎈 레터]
[OSEN=선미경 기자] 또 '인생캐'를 다시 쓰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명불허전’ 감탄을 부르는 배우들이 있다. 안정된 연기와 특유의 매력으로 제옷처럼 맞춘 듯한 캐릭터를 완성해 극을 이끌어가는 이들이다. 때로는 시청률과 상관 없이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인생 캐릭터(어떤 배우에게 있어 인생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하게 연기한 캐릭터)’라고 극찬을 쏟아내는 배우들이다.
올 한 해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OTT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인생캐’를 새롭게 쓴 배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던 세 명은 배우 손석구와 박은빈, 그리고 송중기다.
#손석구씨앓이
손석구는 올해 제대로 전성기를 맞았다. 다소 늦은 나이에 배우 생활을 시작해 영화 ‘뺑반’, ‘연애 빠진 로맨스’, 드라마 ‘센스8 시즌2’, ‘마더’, ‘최고의 이혼’, ‘60일, 지정생존자’, ‘멜로가 체질’, ‘D.P.’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손석구다. 그리고 그는 올해 드디어 두 개의 인생작을 만났다. 바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다.
손석구는 ‘나의 해방일지’로 ‘구씨앓이’를 하게 만들었고, ‘범죄도시2’로 천만 영화 배우가 됐다. 그리고 두 작품에서 모두 상반된 매력의 ‘인생캐’를 완성했다. 올 봄은 그야말로 손석구 열풍이었다.
지난 4월 9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는 시청률 2.941%(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은 6.728%를 기록했다. 시청률로만 보면 크게 성공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나의 해방일지’의 화제성이나 파급력은 매우 컸다.
무엇보다 구씨 역을 맡은 손석구는 이 작품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극 중 구씨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시는 알콜중독자다. 시골 싱크대 공장과 밭일을 도우며 많은 시간 인상을 쓰고 있고, 밤마다 술에 취해 잠든다. 목이 늘어나고 색이 바랜 옷을 입는 등 패션도 엉망이다. 하지만 그는 염미정(김지원 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실 구씨는 극 중 대사도 많지 않고, 다소 무서워 보이는 인상이기도 하다. 방송 초반에는 대사 없이 인상을 쓰는 등의 연기로만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탄탄하고, 손석구가 워낙 연기를 매력적으로 했기에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손석구는 구씨 그 자체로 캐릭터에 물들어갔고, 그만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렸다. 그가 아주 공들여서, 열심히 연구해서 완성한 캐릭터라는 점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었고, 손석구 아닌 구씨는 상상할 수 없었다.
구씨앓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손석구는 지난 5월 개봉된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로 또 다른 인생캐를 쓰고 있었다. 극 중 돈을 위해서라면 눈 깜짝 안 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강해상 역을 맡은 손석구는 섹시한 빌런을 탄생시켰다. 구씨와 다른 묵직한 남성미와 카리스마로 극장가를 점령하며 누적관객 1269만 명을 동원하는데 기여했다. “너 납치 된거야”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을 정도. 동시에 두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로 인생캐를 완성한 손석구였다.
#박은빈 아닌 '우영우'는 상상 못해
박은빈은 올해 가장 활약이 돋보인 여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에는 KBS 2TV 드라마 ‘연모’(극본 한희정, 연출 송현욱)를 통해서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어 올해에는 케이블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을 통해서 대박을 터트렸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박은빈의 당연한 성과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익히 알려진 채널에서 방송된 작품은 아니지만, 첫 방송 시청률 0.948%에서 최고 시청률 17.534%까지 수직 상승하며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 정도 상승 폭의 시청률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리고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의 활약이 빛났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 역을 맡았다. 역할에 고민이 많았던 박은빈이 이미 한 차례 고사했던 작품이었지만, 제작진은 우영우를 연기할 배우로 박은빈 이외의 인물을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 박은빈은 우영우가 되기로 했고, 제작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은빈은 아역 시절부터 연기 활동을 해오면서 안정된 연기력을 쌓아왔고, 매년 한 작품 이상을 하면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우영우를 만나면서 진가를 발휘, 연기 잘하는 배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심하며 연구한 흔적이 보일 정도로 우영우 그 자체가 된 박은빈은 극적인 시청률을 견인하며 올 여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은빈 아닌 우영우는 상상 못 할 정도로 완벽한 만남이었다.
#송중기는 인생캐 수집가
손석구와 박은빈이 봄과 여름을 책임졌다면, 올 겨울은 송중기의 시간이 되고 있다. 약 1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송중기는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극본 김태희, 연출 정대윤)로 인생 캐릭터를 다시 쓰고 있다. 불과 1년여 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빈센조’를 통해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을 지워냈던 송중기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또 다른 인생캐를 획득하게 됐다.
송중기는 이번 작품에서 순양그룹 기획조정부 산하 미래자산관리팀에서 오너일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오현우와 순양가의 막내 아들 진도준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40대인 윤현우와 10~20대인 진도준을 안정적이고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물론 현재 38세인 송중기가 교복을 입고 10대 고등학생부터 연기해야 하다 보니 지나친 보정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연기력만큼은 흔들림 없었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은 첫 방송 시청률 6.058%에서 최고 시청률 21.137%까지 세 배 넘게 상승했다. 보정 논란 속에서도 탄탄하게 시청률을 올리며 드라마 부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 진도준과 윤현우를 오가는 송중기의 연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다는 증명이다. 송중기는 이로써 유시진에서 빈센조, 그리고 진도준으로 이어지는 인생 캐릭터를 또 하나 수집한 셈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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