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태원 49재 불참하고 트리 점등·농민에 ‘수입 농산 가공물’ 선물…민주, 연일 공세
대통령실 “참사 진실 규명 뒤 조처가 희생자 위한 길”
촛불행동 측 “49재 떄 페스티벌서 술잔 산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49재인 지난 16일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부인 김건희 여사와 참석해 트리를 점등한 사실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민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수입 농산 가공물을 보내면서 논란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런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고, 일부 시민들은 정부규탄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 뒤 조처가 희생자 위한 길”이라고 반박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지난 16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경찰 측 추산으로 1만여명이 운집했다.
이날 추모제는 4대 종단의 기도를 시작으로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들이 이어졌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LED 촛불을 끄고 고개를 숙인 채 2분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진행했다. 이후 희생자 이름, 사진, 가족들의 편지가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유가족 고준희씨는 “진짜 사과가 무엇인지 몰라서 나오지도 않고 모른 척 하고 있나”며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도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며 하늘이 무섭지 않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 김채선씨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유족들이 바라는 건 정부 관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라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하라”, “2차가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반면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했다.
10·29 참사 49재가 진행되는 이태원 거리는 눈물로 뒤덮였지만 유가족과 시민의 절절한 절규를 들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총리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내외는 인근 종로의 페스티벌에 참석해 술잔을 구매하고 있었다.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며 농담을 건네는 등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하며 “10·29 참사 49재에 잠시 들를 수는 없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임 대변인은 “잠시라도 참석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렵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가 그렇게 어렵냐”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10·29 참사를 외면하는 거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님, 10·29 참사의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회피하지 마십시오.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숨지 마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유가족과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해 합당한 조처를 하는 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서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위로의 마음은 그날이나 49재인 지금이나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아픔을 기억해 낮은 자세로,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살피겠다. 거듭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산 농산물을 연말 선물로 보낸 정신나간 대통령’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윤 의원은 “16일 지역 주민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며 “(해당 주민이) ‘대통령으로부터 연말 선물을 받았는데 뜯어보니 내용물이 모두 외국 수입산이었다. 일부러 농민 열받 게 하려고 선물 보낸 것이냐?’(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의 품격에 맞는 연말 선물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농산물이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대통령이 국민께 연말 선물로 ‘외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농산물 및 견과류 가공품을 보낸 정신나간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17일 서울 도심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촉구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낮 기온이 영하 5도쯤 되는 추위 속에서도 약 2만여 명이 모였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오후 3시 30분쯤부터 한강대로를 통해 행진하며 서울역을 거쳐 숭례문으로 이동하며 ‘(윤석열) 퇴진이 평화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김건히 특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에는 국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서승만씨와 ‘김건희 논문 검증단’에서 김 여사 논문표절에 대해 발언했다.
또 단식농성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화물연대 부위원장의 발언과 마지막 퍼포먼스로 윤석열, 김건희, 국힘당 대형 현수막을 찢었다.
우희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부는 참사 다음날 희생된 이들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부르라고 했다.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린 어제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 주민들에게 이사떡을 돌리고 페스티벌에서 술잔을 샀다고 한다”며 “이는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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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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