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꿀벌 기생충 극성…양봉농가 ‘꿀벌 실종’ 재연 우려

김현수 기자 2022. 12. 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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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내 최대 양봉 지역인 경북에서 꿀벌 기생충이 극성을 부리면서 폐사되는 꿀벌이 늘고 있다. 양봉 농가들은 올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이란 이례적인 현상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월동 중인 다수의 양봉농가에서 꿀벌 폐사가 발생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폐사 원인은 꿀벌 기생충인 응애가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먹는다. 최근 동일 성분 방제제를 수년간 써 약품 내성이 생긴 응애가 전국에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양봉협회 조사 결과 올해 초 월동(2021년~2022년) 중인 꿀벌 중 약 80억마리(40만봉군)가 폐사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사육 꿀벌의 15% 정도다.

전국에서 양봉 규모가 가장 큰 경북(전체의 20%)도 올초 월동기간 7만6000여 봉군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벌통 하나에 꿀벌이 평균 2만 마리 정도 있는 것을 고려하면 15억 마리 이상이 죽거나 실종된 셈이다.

양봉농가는 대규모 ‘꿀벌실종’이 내년 초 또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겨울철 이상고온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봄 꿀벌실종 원인으로 응애와 지난해 초겨울의 이상고온을 꼽았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로 월동 중이던 꿀벌들이 따뜻한 날씨에 꽃이 피자 꿀을 따러 돌아다녔고,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양봉업에 종사한 김영수씨(64) “월동 전에도 세력이 약한 벌통이 많아 추위를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응애 피해를 본 벌통도 관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양봉전문가를 초빙해 꿀벌 폐사 상황에 대해 농가와 의견을 나누고 월동꿀벌 관리 기술교육을 시행했다. 또 사업비 24억원을 투입해 내년에 경북 예천 곤충연구소에 꿀벌자원육성품종 증식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증식장은 신품종 꿀벌을 개발하고 대량증식을 통해 농가에 꿀벌을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의 약 75%가 꿀벌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꿀벌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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