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를 보호하라” 아르헨 마녀들까지 나섰다

김세훈 기자 2022. 12.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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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을 기원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마녀들. 뉴욕타임즈



영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아르헨티나 마녀들이 리오넬 메시 등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 특별한 예식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7일 ‘아르헨티나 월드컵 마법 뒤에는 마녀군단이 있다(Behind Argentina’s World Cup Magic, an Army of Witches)’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신문은 “프랑스는 킬리안 음바페가 있다면 아르헨티나는 수많은 마녀들(brujas)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주술을 걸고 있다”며 마녀들이 행하는 다양한 의식을 소개했다.

자칭 마녀이자 시간제 보모 마갈리 마르티네즈는 그릇에 물을 담고 메시를 위해 계속 기도한다. 마르티네즈는 “메시가 사우디전에서 힘겨운 몸싸움을 벌이는 걸 보니 사악한 눈에 걸린 것 같았다”며 “물에 기름을 약간 떨어뜨린 뒤 기름이 분산되면 메시가 안전하지만 한데 모이면 저주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기름이 자석처럼 모였다”며 “나 혼자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마녀들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마르티네즈는 트위터로 마녀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몇 주 동안 자칭 마녀들 수 백, 수 천명이 기도, 양초, 부적 등을 무기를 들고 대표팀을 보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시 고향 로사리오 고등학교 교사이자 마녀인 로시오 카브랄 메나(27)는 “우리는 행복을 뿌릴 수 있는 대리인”이라며 “매경기 마녀들이 그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는 최근 ‘아르헨티나마녀협회(La Brujineta)’가 만들어졌다 ‘브루자(Bruja)’와 아르헨티나 대표팀 애칭 ‘라 스칼로네타(La Scaloneta)’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마녀 그룹 창립자 안토넬라 스파다포라(23)는 “며칠 만에 300명 이상이 가입했다”며 “팔로워는 7일 만에 2만50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마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안드리 마시엘(28)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해 좋은 에너지로 교환하는 의식”이라며 “마녀들은 두통, 현기증, 구토, 근육통 때문에 매우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녀들은 그룹별로 나뉘어 보호해야 하는 선수들을 분담한다.

마녀들은 상대 선수를 저주하기도 한다. 주요 타깃은 골키퍼다. 골키퍼 이름을 적은 종이를 얼려놓고 저주한 뒤 경기 직전 불태우는 식이다. 마녀들은 “킬리안 음바페를 저주했다가 역효과를 볼 수도 있어서 주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녀들은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고대 원주민보다는 신세대에 가깝다. 흑마술, 백마법, 영기, 타로, 점성술, 악마의 눈 등이 주술법이다.

다양한 아르헨티나 마녀들의 주술. 뉴욕타임즈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조국이 승리했을 때 한 루틴을 반복하고 있다. 일종의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사상), 즉 팀에 불운을 초래하지 않도록 고안된 미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메시 어린 시절 코치인 아드리안 꼬리아는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첫 패배를 지켜본 뒤 2차전은 뒷마당 오두막에서 혼자 봤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녀 카브랄 메나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 침실에서 첫 승리를 지켜봤다”며 “에어컨이 없는 유일한 방이라 너무 덥지만, 꼼짝하지 않고 경기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벽에 메시 사인이 걸린 식당 주인 세르히오 두리는 “나는 닥스훈트와 부엌에서 경기를 보고 아내는 또다른 닥스훈트와 침실에서 본다”며 “이게 우리 카발라”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선수들도 카발라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고메스, 파레데스, 데 파울 등 미드필더 3명이 킥오프 1시간 전 사탕을 먹으면서 경기장을 돈다”며 “이는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이래 시작된 전통”이라고 전했다.

마녀들은 아르헨티나 우승을 확신했다. 스파다포나는 “모든 점술이 아르헨티나 우승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한때 대통령 자문도 맡은 72세 마녀 아구에로 브란치는 “우승을 위해 마법의 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마르티네즈가 호주를 상대로 골을 넣은 공격수 알바레즈 모습이 보여 트위터에 ‘알바레즈, 나는 당신 골을 원한다’고 적었다”며 “그런데 4분 후 알바레즈가 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주술이 실제 영력이 있는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다. 다만, 아르헨티나 국민이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얼마나 간절하게 염원하는지 느낄 수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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