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웨어러블"…달라지는 기저귀 시장

김상희 기자 2022. 12. 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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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9 - "스마트 기저귀"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지금의 청소년, 청년층은 디지털 네이티브(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3040세대 이상이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을 맞이하는 과도기를 보냈다면 1020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각종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며 디지털 세상에서 성장했다.

이제 디지털을 접하는 연령은 더 어려졌다. 0세부터 사용하는 기저귀가 디지털을 만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됐다. 스마트 기저귀로 재탄생한 것이다.

과거 천 기저귀를 사용하다 일회용 기저귀가 등장하며 시장을 변화시켰듯 스마트 기저귀가 기저귀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교체 시기 알려주고 건강 정보까지…디지털로 똑똑해지는 기저귀
스마트 기저귀는 센서를 탑재하고 RFID(무선·비접촉 인식 시스템) 등으로 배뇨·배변 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또 아기 체온과 주변 온도·습도를 모니터링하고 아기의 뒤척임을 감지해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등 건강 관련 각종 데이터 수집도 가능하다. 기저귀가 젖었을 때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발진이나 감염의 위험을 낮추고 기저귀 소비를 줄이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아과 전문의의 건강 상담을 받는 등으로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스마트 기저귀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스마트·디지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2010년대 초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2020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기저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P&G(브랜드 팸퍼스)와 킴벌리클라크(브랜드 하기스)도 스마트 기저귀를 선보였다.

P&G는 디지털 장비 기업 로지텍과 협력해 '스타트업 팸퍼스 팀'을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올인원 커넥티드 베이비 케어 시스템인 '루미 바이 팸퍼스'를 선보였다.

루미는 아이 주변에 설치하는 HD 비디오와 액티비티 센서를 조합해 애플리케이션으로 각종 정보를 전달한다. 부모들은 아기의 수면, 수유, 배변 등의 활동을 어느 곳에서나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킴벌리클라크도 스마트 기저귀 제품군인 '모닛 X 하기스'를 출시했다.

스마트 기저귀, 고령화 시대 성장 잠재력↑
대형 업체들이 제품을 선보이긴 했지만 아직 시장이 만들어진 초기 단계인 만큼 스마트 기저귀 사용이 활성화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이 스마트 기저귀를 주목하는 건 고령사회가 될수록 성인 기저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기 기저귀보다 오히려 고령층, 환자 등이 이용하는 성인 기저귀에서 스마트 기저귀의 효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기저귀 기업 관계자는 "아기의 경우 통상 보호자가 항시 아기의 반응과 상태를 관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마트 기능의 효과가 덜 부각될 수 있지만 보호자와 간병인이 돌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고령자, 환자 등에 있어 의사 표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스마트 기저귀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성장의 기대감은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들의 전망치에서도 드러난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기저귀 시장이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4.6%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기저귀 시장인 주요 선진국의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아동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품질, 친환경 기저귀에 대한 수요가 시장 성장을 견일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와 비교해 스마트 기저귀 시장 전망은 훨씬 밝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스마트 기저귀 시장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7.3%를 나타내며 2026년이면 12억 8600만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 조사 기관 MDC 리서치도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스마트 기저귀 시장이 연평균 20.2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P&G·킴벌리 보다 주목받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스마트 기저귀가 성장하면 그간 킴벌리클라크, P&G 양강 구도의 기저귀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스타트업 등 기술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킴벌리클라크, P&G 등 현재 주요 기저귀 기업도 스마트 기저귀를 선보이긴 했지만 스마트 기저귀 시장에서 이들은 키 플레이어(주요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기존 기저귀 시장에서 주요 기업이 킴벌리클라크, P&G, 존슨앤드존슨, 유니참 등이었다면 스마트 기저귀 시장에서의 주요 기업은 국내 기업인 모닛을 비롯해 Opro9, 시노펄사르 등이 꼽힌다.

모닛의 기저귀 부착 센서 스트랩/사진=모닛 홈페이지

이들 기업은 기저귀를 직접 만드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느 기저귀나 스마트 기저귀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센서와 송수신 장치,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한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제품이 범용성이 큰 만큼 킴벌리클라크와 P&G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P&G와 로지텍의 협력 사례처럼 전통적인 기저귀 업체와 기술 기업 간의 협력이 강화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의 2022 스마트 기저귀 시장 리포트는 "노인 인구 증가는 시장 수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양로원, 의료기관, 고령자가 있는 클리닉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유럽에만 65세 이상 인구가 1억 1900만 명에 달해 유럽 전체 인구의 약 16%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건강 관리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 기저귀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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