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분장차' 만든 1세대 분장사 박수명씨 별세

이충원_독자부 2022. 12. 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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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부터 40여 년간 연극·방송 분장 분야를 개척하며 '정치인 분장사' 1호로도 불린 박수명 전 MBC 미술센터(현 MBC아트) 상무가 17일 오후 1시10분께 국립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8일 전했다.

최효성(중앙방송국·TBC·국립극장), 전예출(TBC), 박수명(MBC), 장우식(MBC·SBS) 등이 분장 1세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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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흑백 TV 시절에만 해도 연기자가 야외에서 옷을 갈아입고, 분장했거든요. 상무님이 1981년 컬러 TV가 시작되면서 야외 촬영이 늘자 '연기자는 신비로워야 한다'며 안에 들어가서 분장할 수 있게 분장차를 처음 만드셨죠. 지금은 분장차가 없는 촬영 현장이 한 곳도 없을걸요."(이명재 전 MBC 차장)

1958년부터 40여 년간 연극·방송 분장 분야를 개척하며 '정치인 분장사' 1호로도 불린 박수명 전 MBC 미술센터(현 MBC아트) 상무가 17일 오후 1시10분께 국립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8일 전했다. 향년 84세.

1938년 만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용산고, 국학대(고려대로 통합) 영문학과를 다녔다. 용산고 연극반을 거쳐 국립극장 연극인 양성소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하다 1958년부터 연극 분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방송 분장을 맡은 것은 1964년 KBS 무대과에 들어가면서부터. 1969년 MBC TV 개국 후 이적해 1천여 편의 드라마에서 분장을 맡았다.

한국의 분장은 1950년대 후반부터 독립적인 직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효성(중앙방송국·TBC·국립극장), 전예출(TBC), 박수명(MBC), 장우식(MBC·SBS) 등이 분장 1세대로 꼽힌다. 전예출은 상투를 처음으로 만들어냈고, 박수명은 왕비와 상궁들의 머리 모양을 고증해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복식 고증 전문위원이 따로 없을 때였다. 1985∼1986년에 방영된 MBC 사극 '조선왕조 500년-임진왜란' 편에서 일본 장군들의 머리 모양을 만든 것도 고인이었다. 이명재 전 차장은 "당시만 해도 해외 촬영도 없고, 특수분장도 따로 없을 때였다"라며 "고인이 일본에 직접 가서 일본식 상투인 존마게(ちょんまげ)를 살펴보고 재료를 사 와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고인은 '방송 특수분장 분야의 개척자'로도 꼽힌다.

1981∼1982년 MBC 드라마 '제1공화국'에서 배우 최불암의 얼굴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로 변신하게 한 것도, 1986년 드라마 '생인손'에서 한애경의 얼굴을 만져서 10대 소녀에서 90대 노파까지를 표현한 것도 그였다. 틈틈이 연극 분장에도 참여했다. 1998년 MBC 미술센터 상무로 퇴직한 뒤 바림분장을 세워 2000년대 초까지 분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출강하기도 했다.

정치인 분장을 하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반 당시 김용식 외무부 장관의 분장을 맡으면서부터. 흑백TV 시절이라 아나운서도 분장을 안 할 때였지만, 외국 생활을 오래 한 김 장관은 TV 출연을 할 때면 꼭 분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헨리 키신저가 방한했을 때도 분장을 맡았다. 1980년대 컬러 TV 시대를 맞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회창·정몽준·이인제·박찬종·김윤환 등 유명 정치인의 얼굴을 매만졌다. 신한국당 대선 주자 중 이인제 경기지사의 분장을 맡았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유도한 것도 고인이었다.

이 전 차장은 "고인은 분장 후진을 양성하는데 특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 서울예전에서 오래 강의했고, 후배들 대학 가라고 등을 떠밀기도 했다"며 "흑백에서 컬러, 다시 HD로 변할 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방송 분장의 여러 분야를 혼자 힘으로 개척하다 보니 남들이 보기엔 무척 강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무척 연약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예진흥원이 펴낸 공연예술 총서 중 '분장'편을 책임 집필했다.

유족은 부인 전정순씨와 사이에 3남(박경호<라온채널 제작이사>·박승호<PD>·박지호<TV조선 차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 특6호실, 발인 20일 오전 6시. ☎ 02-6986-4456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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