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사랑한 OTT, 성적 갈린 까닭 [HI★초점②]
에피소드 이야기 힘 부족하다는 지적 多
드라마 플롯에 대한 이해도 높여야
과거 불문율처럼 영화감독들이 드라마 메가폰을 잡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영화감독들의 OTT 행이 유독 돋보이는 한해였다 .그러나 성적은 다소 비관적이다. 영화 감독들의 유입으로 OTT 오리지널 장르판이 한층 더 성장하고 확장됐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각각 나뉘고 있다.
올해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괴이', 이준익 감독의 '욘더',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의 '글리치' 등이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이들의 작품은 왜 희비가 갈리게 됐을까. 영화 감독들이 끝내 넘지 못한 한계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대두된 문제는 드라마 플롯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수의 영화감독들은 OTT 드라마 연출 과정에서 그간 영화 시나리오와 플롯에 익숙한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포맷만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 이는 결국 에피소드가 주는 힘을 약화시켰다.
영화와 드라마는 시청 방식부터 온전히 다르다. 영화관에서 약 120분 안팎의 영상을 봐야 하는 관객과 집에서 리모컨 혹은 클릭 한 번으로 작품을 재생시키는 방식은 큰 차이를 갖는다. 드라마의 경우 매 순간 몰입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만 고정 시청층으로 이어지지만 영화의 경우 서사를 켜켜이 쌓고 후반부 이야기의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OTT 드라마의 경우 몰입도를 잠시라도 느슨하게 만든다면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호기심이 휘발되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시청을 유도한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영화감독들은 주로 영화만 찍다 보니까 그 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10~12개의 에피소드를 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피소드의 다양성이 문제다. 업계 내부적으로도 영화의 플롯으로 12시간짜리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크다. 드라마는 쉴새 없이 재밌어야 한다. 시청자가 참아줄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라면서 "그들만의 예술성, 영화 연출의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감독들이 스스로 OTT 진출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OTT의 킬러 콘텐츠로 거듭나고 또 성패 확인의 시장이 된 만큼 퀄리티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진출과 성과만 바라보고 OTT 제작판에 뛰어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수년간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영화감독들의 고충도 컸을 터다. 작품 개봉 연기부터 포기까지 전례없는 사례가 이어지는 중이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그랬듯 시리즈의 '대박'은 영화감독들의 선망이 됐다. OTT 진출은 이제 몸값을 한 번에 띄울 수 있으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명성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 성공 때문에 영화감독들이 조금씩 드라마 시리즈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영화관에서 거는 영화들이 계속 흥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리즈 제작사에서 영화감독들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진출 사례가 늘었다"면서 "흥행 편차가 있는 것은 드라마 장르를 이해하고 있는가의 차이다. 그간 좋은 작품을 많이 내놓았던 이준익 감독의 '욘더'는 반드시 시리즈로 선보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바라봤다.
물론 영화 감독들의 OTT 진출이 마냥 부정적인 영향만 남긴 것은 아니다. 드라마 연출에서 영화적 기법 활용은 작품의 퀄리티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접근 방식'이다. 영화로 구상했지만 시리즈로 우회했을 때의 성공률은 높지 않다. 정 평론가는 "윤종빈 감독이 특이사례다. 대부분 그런 접근이 잘 맞지 않다. 영화감독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지만 시리즈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들은 영화감독들이 갑자기 시리즈를 하는 것이 조금 불편한 지점이 있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폄하했던 일부 영화 감독들이 투자 받는 게 용이하기 때문에 OTT에 접근하는 방식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의 흥행 밑그림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한 제작과 퀄리티 상승만이 존재한다. 자본과 투자, 또 명성에 대한 욕심은 오히려 지나친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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