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96]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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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를 하다가 문득 그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을 유심히 보았다.
왠지 이제 늙었다는 거울 속 모습에 그동안 세월 속 풍경이 흑백영화를 보듯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동안 수없이 그림을 그리면서 노물(老物) 취급을 했던 작은 물건들이 새삼스레 예뻐 보이는 풍경에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책상만 바라보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탈색된 자신만의 색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성적표이고 그 사람의 점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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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정리를 하다가 문득 그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런 미물들도 나와 더불어 떼가 묻어 몸뚱이를 굴려서 많이 헤진 늙은이의 몸처럼 비틀어져 말라 있었다. 왠지 이제 늙었다는 거울 속 모습에 그동안 세월 속 풍경이 흑백영화를 보듯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동안 수없이 그림을 그리면서 노물(老物) 취급을 했던 작은 물건들이 새삼스레 예뻐 보이는 풍경에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책상만 바라보았다.
요사이 머리 염색을 해볼까? 하며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나의 머리카락색은 할아버지의 머리 위에 눈 꽃송이를 뿌린 것처럼 하얗게 발라져 있다.
염색을 한다고 시절로 돌아갈까? 늙어가는 것을 감춘다고 노인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늙어있는 노인이 청춘의 색과 물을 들인다고 청년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의 수필가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에는 어떻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책 내용 중에 이런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두어라." 참 멋진 말이고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들의 자신감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원로 만화가 선생님들의 대화에서 서로 주고받는 황혼의 원고지를 훔쳐 들은 적이 있었다. "인생은 60이 넘어야 사는 게 뭔지를 알아!"라며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들의 대화 중에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라며 나는 아직도 과실로 치면 익은 과일의 단맛이 아닌 신맛의 상태구나 하고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혹시 나는 겉모습보다 속이 늙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아직도 젊고 할 일이 많은 걸 느끼고 있으니 지금도 마음은 청춘이다.
10년도 넘은 시절이었다. 운 좋게 방송인 전유성 형님과 원로배우 신성일 선생님과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신 선생님은 자신은 늘 청춘이시고 멋지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나이가 들어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색을 갖출 시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라는 고민을 요즘 가끔 하는 것도 자신만의 괜찮은 표본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라 깨닫는다.
따라서 젊다는 게 늙음보다 더 예쁘다는 증거가 없고 늙어서 완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도 많다. 스스로 만들어낸 탈색된 자신만의 색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성적표이고 그 사람의 점수일 것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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