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이붓는 中, 방치하는 韓…"디스플레이 역전은 시간문제"

오진영 기자 2022. 12. 18. 0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기로에 선 K-디스플레이④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2023년 격동의 해를 맞는다. 지난해 한국을 꺾고 디스플레이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중국은 기술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 미래차, XR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기회도 공존한다. 유례없는 위기와 기회가 예고된 2023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수성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1) 유승관 기자 = 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 내 중국 샤오미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 2022.3.3/뉴스1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에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반면, 우리는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산업의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수요 감소로 국내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투자를 축소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 전 단계에 걸쳐 자국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중국 주도하에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계산에서다.

16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줴치'(굴기)를 선언한 후 징동팡(BOE)·화싱광디엔(CSOT)등 자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BOE와 CSOT가 정부에서 받은 적자 보조금은 각각 1조6000억원, 9200억원에 달한다. BOE가 LCD 패널 양산을 위해 지은 공장 건설 비용 7조 8000억원 중 허베이 지방 정부와 금융 기관이 90%에 가까운 대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은 LCD와 OLED를 국가 차원에서 주요 지원 사업으로 지정하고 기반 시설 구축부터 설비투자, 패널 생산 등 전 과정에 걸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목표 수율을 달성하면 격려금을 지급하고, 적자가 나면 지원금을 준다. 원재료·전기·가스 등 기초 재료 역시 지원 대상이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의 LCD 시장점유율은 한국(14.4%)은 물론 대만(31.6%)도 뛰어넘은 50.9%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소형 OLED 패널의 중국 점유율도 50.6%에 달한다.

중국 기업이 '디스플레이 줴치'를 달성하는 주 방법은 덤핑이다. LCD 패널이나 리지드·플렉시블 OLED 패널 사업에서 원가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어 국내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메운다. 경쟁사들은 손실을 견디지 못해 시장에서 벗어나고,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손해를 충당한다. BOE의 LCD 5대 응용 분야 시장점유율은 세계 1위이며, CSOT는 불황에도 광저우·선전·소주 등에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반도체 중심 기조'가 강해,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이 소외돼 있단 지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지난 6월)·LG디스플레이(내년 중)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패널에서 철수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반도체에 비해 세제·보조금 지원 등 혜택이 부족하다. 한국의 OLED 시장점유율은 2016년 98.1%에서 지난해 82.8%로 크게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과 디스플레이 업종의 기초 공정이 유사해 인력 유출이 쉽다는 점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디스플레이 업종의 저연차 인력들이 높은 대우를 보장받는 반도체 업종으로 쉽게 이직하는 탓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BOE의 첸 얀슌 회장이 직접 나서 "BOE의 시장 가치는 과소평가됐으며, 시장 회복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겠다"며 처우 개선을 약속한 중국과 대조적인 대목이다.

최근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반도체와 함께 15개 첨단전략기술 분야에 선정했다. 이로써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설비 투자, 특례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으나 업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야 현행 지원세율(3%)보다 2배 높은 세제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전략 사업으로 디스플레이를 지정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에 비해 국내는 이미 큰 폭으로 뒤처져 있다"라며 "아직은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있지만 인력 유출과 세금 부담 등 산적한 문재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따라잡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