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월드컵] 'K리그산' 오르시치 결승골...크로아티아 3위 '해피엔딩'
18일 2022 카타르 월드컵 3~4위전
크로아티아, 모로코에 2-1 승리
K리그 출신 오르시치 결승골 '수훈'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행복한 마무리였다. 4년 전에는 눈물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4년 뒤에는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비록 크로아티아의 순위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보다 한계단 내려앉았지만 마지막 경기는 '해피 엔딩'이었다.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했던 미슬라프 오르시치(30·디나모 자그레브)가 결승골로 K리그의 '역수출 성공신화'를 만들며 조국에 기쁨을 선물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라스트 댄스'를 이어간 레전드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는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 기록을 이끌며 존재감을 보였다. 돌풍을 일으켰던 모로코는 비록 패했지만 월드컵 사상 첫 아프리카와 아랍권 팀의 4강 진출 기록을 세우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18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3·4위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주고받으며 크로아티아가 2-1로 승리한 경기를 정리한다.
◆ K리그를 빛낸 오르시치 결승골, '역수출 신화' 완성
한국은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K리그 출신의 공격수 오르시치는 3~4위전의 승패를 가르는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 프로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전반 7분 크로아티아 요슈코 그바르디올의 선제골과 2분 뒤인 전반 9분 모로코 아슈라프 다리의 동점골로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 흐름은 전반 42분 오르시치의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희비가 갈렸다.
오르시치는 모로코 페널티 박스 안 왼쪽에서 마르코 리바야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오르시치의 슛은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의 키를 넘기며 오른쪽 골포스트를 때리고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반에만 3골을 주고받아 뜨거운 후반전을 예고했던 두 팀은 더는 골을 기록하지 못 했다. 크로아티아가 2-1로 승리하며 2700만 달러(354억원)의 3위 배당금을 부상으로 챙겼다. 모로코는 2500만 달러(328억원)를 받았다.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20대 중반을 보내며 활약한 오르시치의 화려한 '인생 역전' 경기였다. 한국에서 실력을 닦은 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패해 눈물을 흘렸던 크로아티아에 4년 뒤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주인공이 됐다.
'오르샤'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활약한 오르시치는 한국에서 낳은 큰 아들의 사진 위에 '메이드 인 코리아'란 글을 적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행 도전은 내 커리어에 있어 완전 '히트작'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보여 한국팬들을 기쁘게 했다.
2015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며 23살의 나이로 K리그에 발을 디딘 오르시치는 첫해 33경기 9골 7도움으로 활약한데 이어 2016년 16경기 5골 4도움 활약 후 중국무대로 잠시 적을 옮겼었다. 반 시즌만 뛰고 2017년 울산 현대로 이적한 오르시치는 2017년 38경기 10골 3도움을 기록했고 2018시즌 14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로 '금의환향'했다.
한국에서 축구 인생의 꽃을 피우고 가정을 이룬 오르시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K리그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국내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르시치는 지난달 24일 한국과 우루과이전을 TV로 시청하는 두 아들의 사진을 SNS 계정에 올리고 첫째 아들 옆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적어넣는 등 한국과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측면 공격의 특급 조커 역할로 출발한 오르시치는 지난 10일 브라질과 8강전에서 결정적인 도움으로 크로아티아의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고, 3~4위전에선 선발 출장했다. 모로코전 득점을 포함해 1골2도움으로 3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브라질과 8강전에서는 0-1로 뒤지던 연장 후반 9분 교체 투입된 지 3분 만에 극적인 어시스트로 크로아티아를 구원했다. 연장 후반 12분에 왼쪽 측면 돌파 후 컷백 패스로 브루노 페트코비치의 골을 도우며 1-1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도 4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는 등 이번 대회 1골 2도움으로 동메달 획득의 공을 톡톡히 세웠다.
◆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을 이끈 모드리치의 '라스트 댄스'
크로아티아의 ;살아있는 전설' 루카 모드리치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라스트 댄스'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보다는 순위가 떨어졌지만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하며 모두가 함께 웃는 감격을 크로아티아에 선물했다.
'중원 최고의 조율사'로 이름을 떨친 모드리치는 모로코전에도 선발로 나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37살의 나이에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4경기를 모두 선발출장하는 기염을 토하며 토너먼트에 강한 크로아티아 축구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모드리치는 유려한 탈압박과 적재적소 패스로 여전한 클래스를 펼쳐보여 과연 '발롱도르' 수상자답다는 찬탄을 자아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며 그해 발롱도르를 차지한 모드리치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배하던 세계축구의 양대 산맥에 균열을 일으킨 레전드로 이름을 떨쳤다. 고령의 나이를 고려하면 마흔살이 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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