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주도권 못 내줘"…스마트폰 맞먹는 디스플레이 새 격전지는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2022. 12. 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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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로에 선 K-디스플레이③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2023년 격동의 해를 맞는다. 지난해 한국을 꺾고 디스플레이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중국은 기술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 미래차, XR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기회도 공존한다. 유례없는 위기와 기회가 예고된 2023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수성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중국의 거센 추격 등 K-디스플레이 산업을 위협하는 위기에도 우리 기업들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디스플레이 산업도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다. 가상현실인 메타버스에 접속하려면 XR(확장현실·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용어)기기가 필수적인데, 이를 선명하고 끊김없이 화면으로 구현하려면 첨단 디스플레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용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투명 디스플레이 등도 K-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1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XR기기 시장은 올해를 시작으로 2025년~2026년에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2030년엔 10억대에 근접하며 스마트폰(12억대)시장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XR기기 출하량이 처음으로 1000만대를 돌파하며 2020년과 비교해 60% 껑충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는 양산형 신제품이 없어 성장세가 주춤했으나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를 보이며 2025년 연간 출하량이 약 4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DSCC는 XR시장이 매년 50.7% 성장해 2027년 73억달러(9조5622억원)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와 구글, 애플 등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XR기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말 프리미엄 라인인 VR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를 선보였다. 내년엔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소니가 7년만의 신제품인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내놓을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XR기기를 내놓으면서 디스플레이 업계들도 기기에 탑재할 최신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XR기기엔 LCD(액정표시장치)가 주로 사용됐지만, 향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주로 사용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몰입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고해상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OLED와 마이크로 LED로 불리는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와 '레도스(LEDoS·LED on Silicon)'가 대표적이다. 현재로선 올레도스의 양산 가능성이 더 높아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우선 올레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6년 가장 먼저 올레도스를 개발한 소니는 애플의 첫 MR기기 패널 유력 공급자로도 꼽힌다. 그러나 수율이 안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라고 알려져 국내 기업들이 양산 목표를 앞당기며 빠르게 추격중이다. 국내 기업들과 소니 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력 차이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해 올레도스를 공개했고, 지난달엔 8000니트의 고휘도 올레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양준영 LG디스플레이 상무는 지난달 "복수 고객사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세트업체들의 기기 양산 시점에 따라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VR·AR 시장 대응을 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투자를 진행해 2024년부터는 일부 제품 양산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차량용 시장 역시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분야다. 아직까지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국내 업체 텃밭인 OLED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를 포함하는 커넥티드카(인터넷 연결 차량) 출하가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고화질 패널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또 OLED패널은 LCD 대비 전력소비가 적고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용 OLED 시장이 지난해 1억2000만달러(약 1572억6000만원) 규모에서 2025년 5억3000만달러(약 6945억6500만원)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예상 성장률은 12% 정도다. 업계 한 인사는 "자율주행차 등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미래차 시대가 다가올수록 OLED 채용 비율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흥 시장도 존재한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무기로 키우고 있는 투명 OLED가 대표적이다. 기존 LCD 기반의 투명 디스플레이는 투명도가 10%에 그치지만, LG디스플레이 제품 투명도는 검정 필름으로 선팅한 것과 유사한 수준(45%)을 구현한다. 터치패널을 결합하면 키오스크 역할도 가능하다. 활용성이 무궁무진해 쇼핑몰, 박물관, 지하철 등 수요처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만이 해내고 있는 기술력으로 선점한 시장을 굳건히 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인력·기술 보호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없이는 허무하게 주도권을 내줬던 LCD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 시장 확대 차원에서 상용화 사업 추진 등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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