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공든탑 무너질라…韓디스플레이 골든타임 '1년' 남았다

오문영 기자 2022. 12. 18. 0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기로에 선 K-디스플레이②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2023년 격동의 해를 맞는다. 지난해 한국을 꺾고 디스플레이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중국은 기술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 미래차, XR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기회도 공존한다. 유례없는 위기와 기회가 예고된 2023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수성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2023년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있어 '격동의 해'가 될 전망이다. 중국 추격에 미국의 견제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질서가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XR(확장현실·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용어)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 간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국내 업계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 보조금을 발판으로 한국의 아성을 넘보는데도 한국 정부의 대응이 느긋하기만 해서다. 자국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이 우리 편에 설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디스플레이 기업의 한 임원은 "30년간 공들인 디스플레이 산업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골든타임 1년…"기술 앞서도 밀릴 수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중국이 이르면 내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위상까지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은 불과 6년 만에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하며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LCD 시장에서는 10년이 걸렸던 일이다.

전문가·기관별로 차이가 존재하지만 한국은 OLED 시장에서 적게는 1~2년, 많게는 5년까지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기술에서 앞서도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을 토대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면 한국 기업에 남은 골든타임은 1년이 채 안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제품 경쟁력으로 기술도 있지만 가격도 있다"면서 "중국 업체가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내놓는다면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늘려갈 수 있다. 일본 가전업체가 한국 기업에 밀렸던 이유가 가격 때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생산 확대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2024년까지 계획 중인 공장 신·증설은 23곳에 달한다. 올해 중국의 OLED 생산능력은 한국의 40% 수준으로 집계되지만, 중소형 OLED로 범위를 좁히면 90%까지 근접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도 관전 요소다. 미국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졌던 공급망 재편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OLED 소재 시장에서, 미국 우방인 일본은 장비 시장에서 시장 판도를 뒤바꿀 힘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F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에서 보듯 미국이 항상 한국에 우호적일 것이라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 증설 혹은 공정 개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동관·톈진 공장에서 중소형 OLED 모듈 공장을,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대형 OLED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수차례 위기 신호…다급한 업계, 느긋한 정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LG디스플레이 OLED 쇼룸. 침대에 눕자 발 밑에서 투명 OLED 패널이 올라왔다. 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날씨 등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영화, 뮤직비디오 감상도 가능하다.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업계에서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다급한 업계와 달리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국가첨단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뒤늦게 포함됐으나 세제 혜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디스플레이를 세제 혜택이 있는 국가전략기술에도 지정해야 한다는 요청은 연초부터 이어졌으나, 정부는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인사는 "국내 기업의 LCD 사업 철수, 중국의 매출 역전 등 여러 차례 위기 신호에도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면서 "한중 기술 패권, 공급망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시장 1위를 재탈환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며, 정부의 투자 지원 없이는 XR, 전장 사업과 같은 새로운 기회 선점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디스플레이는 소재와 장비 국산화율이 각각 60%, 70%로 타 산업 대비 높아 세제 혜택의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혜택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 상무는 "국가전략기술에 지정되면 당장에 IT(정보통신)용 OLED 6세대, 9세대 추가 투자가 기대되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