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에도 바이든 그림자...對中 규제 신호에 韓 '비상'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2023년 격동의 해를 맞는다. 지난해 한국을 꺾고 디스플레이 글로벌 매출 1위를 차지한 중국은 기술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 미래차, XR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는 기회도 공존한다. 유례없는 위기와 기회가 예고된 2023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수성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다툼이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에 이어 디스플레이 산업으로도 확전되는 양상이다. 당장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새해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점령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따른 반작용이다. 최근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미국의 규제에 대비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Display Driver IC) 등 필수 부품 공급망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정황까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의 여파가 디스플레이 업계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수출규제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에 대비해 중국내 기업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는 플랜B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중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패널 제작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DDI등과 같은 핵심 부품 공급망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수출 규정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경우에 대비해 대체 공급처를 모색하는 백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IT전문지 디지타임즈 역시 미국 정부가 반도체처럼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에게 디스플레이 소재와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규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중국이 반도체는 물론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보여진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출하량이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올해 대형 디스플레이 출하량 전망치는 55.2%로 집계됐다. 대만 24.9%, 한국 14.7%와 큰 격차다. 면적 기준 출하량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61.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대만은 17.1%, 한국은 15.4%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엄청난 성장을 거듭한 배경엔 중국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이 자리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징둥팡(BOE)와 화신광디엔(CSOT)가 정부에서 받은 적자 보조금은 각각 1조6000억원, 92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등 고성능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상응하는 규제가 디스플레이에도 적용되면 중국 업체들은 핵심 소재와 장비를 수급하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중국이 최근 국가 차원의 육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OLED 분야만 해도 핵심 발광소재인 적색· 녹색 도판트의 경우 미국기업인 UDC(유니버셜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다. 청색 도펀트의 경우 일본 기업들이 도펀트 시장을 100% 점유한 상태다. 증착기(알박, 캐논). 노광기(캐논, 니콘) 등 장비 역시 일본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포위망에 일본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중국의 OLED 굴기는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디스플레이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텐진과 동관에 OLED 모듈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광저우와 난징, 옌타이 등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반도체 사례를 반추해 보면, 첨단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의 반입이 막히면 우리기업의 중국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80% 이상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국산 OLED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일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삼성, LG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도 OLED 등 디스플레이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해 보호조치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장비의 국산화율 높이는 것이 디스플레이 업계의 숙제다. 이에 더해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 지정도 필요하다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역시 첨단 기술산업으로써 핵심적인 전략자산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해 초격차 기술력을 갖춘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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