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브랜드 탄생비화] '5년 숙성' 고수…매실주 시장 개척한 '매취순'
기사내용 요약
출시 후 매실주 시장 1000억원 규모로 성장
'3년 숙성 길다' 지적에 "5년으로 기간 늘려"
OECD 공식 만찬주 등 우리나라 대표 술로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5년 숙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좋은 술을 만드는 게 주류전문기업 보해양조가 추구해야 할 길이다."
매실주 '매취순'을 만든 보해양조의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이 남긴 말이다. 임 회장은 '한 잔의 술에 바다의 깊이를' 담겠다는 목표로 1950년 전라남도 목포에 보해양조를 세웠다.
임 회장은 1970년대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술 개발에 매진한 그의 눈길을 끈 건 매실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매취순은 1990년대 불모지나 다름없던 매실주 시장을 10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5년 숙성' 고수해 불모지 개척
매취순은 5년 동안 숙성한다는 임 창업주의 원칙을 지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식당과 주류 도매상은 매취순을 얻고자 영업사원들에게 사정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대부분의 주류회사 영업사원들이 업주들에게 자사 제품을 팔아달라고 부탁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보해양조의 매실주가 처음부터 사랑받은 건 아니다. 1982년 출시한 보해양조의 첫 매실주 '매취'는 매실원액을 3년 동안 숙성해 만들었다. 알코올 도수는 25도로 당시 여러 소주와 비슷했다. 매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상품으로 선정됐지만, 소비자들은 매실주를 낯설어했다.
부진한 실적에 보해양조 내부에선 매실원액 숙성 기간을 줄이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맛과 향도 좋지만, 3년 동안 숙성을 하면서 수백 톤의 재고를 떠안아야 해 짧은 시간에 매출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임 창업주는 고심끝에 숙성 기간을 오히려 늘리기로 했다. 제품의 맛과 향을 높이고 도수는 낮추기로 한 것이다.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기인 만큼 프리미엄 주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었다. 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저도주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청매실 농원서 500톤 자체 생산
이런 장점을 내세워 보해양조는 매취순으로 매실주 시장의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숙성 기간을 늘릴 수 있던 배경엔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1979년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 조성한 대규모 매실 농원이 대표적인 예다.
14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매실나무 약 1만4000그루가 들어선 이 농원은 풍부한 일조량으로 매년 500톤에 달하는 최상급 청매실을 생산한다. 매년 3월 전라남도 해남을 대표하는 매화 축제가 열릴 때면 20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꽃을 보러 오기도 한다.
보해양조는 매취와 매취순 외에도 순금 매취순, 매취순 3리터, 15년 숙성 매취순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1995년엔 이런 기술력을 인정 받아 일본 수출을 시작했다. 1999년엔 미국 등 세계 약 10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했다.
또 2008년 OECD 회의 공식 만찬주에 더해 2009년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식 건배주 등 각종 국제 행사에 사용되며 임 창업주가 꿈꿨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중 하나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8년엔 중국 과실주 산업 과학기술혁신전략연맹 관계자들이 보해양조의 매실주 제조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보해양조 장성공장과 매실 원액 저장창고 등을 방문했다.
여전히 건재한 매취순…신제품 출시 계속
순금 매취순을 출시한 해엔 매취순 10주년을 기념해 '천년의 약속'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결혼식이나 피로연에서 매취순을 사용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자신들의 사진을 부착한 제품을 판매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을 넘는 참가자가 몰려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임직원이 고초를 겪기도 했다.
2013년 출시한 '매취순 3l'는 알코올 도수 18도로 3l 용기에 담겨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선물용으로 한정 판매하는 제품으로 특별한 자리에 어울리는 술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제품은 2019년 선보인 '15년 숙성 매취순'이다. 도수는 16도로 대용량 매취순에 비해 낮아졌지만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고급 일식전문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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