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참사' 언북초 외 4개 학교도 '보행로 마련' 요청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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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음주운전 사고'가 난 서울 언북초등학교 외에도 서울 시내 4곳 학교의 관할 구청에서 보행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시교육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북초의 경우도 애초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이 일방통행 적용 등 개선을 주문했으나 유야무야된 뒤 결국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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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가 난 서울 언북초등학교 외에도 서울 시내 4곳 학교의 관할 구청에서 보행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시교육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북초의 경우도 애초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이 일방통행 적용 등 개선을 주문했으나 유야무야된 뒤 결국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으로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시설 점검을 했다. 주로 스쿨존에서 사고가 난 지역 인근 초·중·고를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졌다.
점검 결과 언북초 후문 앞 도로는 보행로와 차로가 구분돼 있지 않은데다 동서 방면으로 차량이 많이 통행하고 급경사로 이뤄져 보차(보행자-차충돌) 사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경찰과 구청 측에 알렸다.
하지만 구청은 일방통행로 지정에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는 의견 수렴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고, 이후 이 문제는 다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일 이 도로에서 9살 어린이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이 학교 앞 도로에 보행로가 없는 것을 발견, 일방통행 운영 등 대책 마련을 요청한 곳은 언북초 이외에도 4곳이 더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 서초구, 서대문구, 종로구 지역의 초·중·고 4개교다.
이들 학교와 구청 등에 문의해보니 4개 학교 모두 언북초처럼 별다른 도로 개선이 없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도로는 양방향 통행이 이뤄지고 있었고 보행로는 없었다.
서초구와 서대문구, 종로구 소재 학교는 보행로 조성 계획이 없었고 강남구만 언북초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비로소 보행로 조성 계획을 세웠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학생 보행로가 없다는 부분은 인지는 하고 있지만 쉽게 공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택과 상가로 인해 도로 폭이 좁고 양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시교육청과 공단 점검 이후 구청에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했지만 도로 앞에 워낙 상가가 많아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학교 앞 보행로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할 경우 경찰서장이 주민설명회를 생략하고 심의회를 거쳐 직권으로 일방통행으로 길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13일 강남구청, 서울시의회, 강남경찰서 등과 대책회의를 열었을 때 이같은 내용이 구청 및 경찰 관계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좁은 학교 앞 도로의 경우 일방통행 지정이 되지 않을 경우 보행로 설치가 어려운데, 지정만 된다면 구청이 보행로를 좀 더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다.
대책회의에 참여한 허억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이들 안전은 원칙적 문제"라며 "지역주민에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설득시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보행로와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는 규정을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로 바꾸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한편 강남구는 사고가 발생한 언북초에 내년 2월까지 보도를 신설하고, 보도가 없는 강남구 내 학교에 대해서도 내년 8월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뒤늦은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관내 모든 초등학교 근처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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