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범수 개인회사 檢 고발…전문가도 '갸우뚱'한 2가지

윤지혜 기자 2022.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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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IT] 전문가들 "금융사 범위 지나치게 넓고 규제 취지 어긋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KCH)를 금산분리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자 KCH는 "과도한 조치"라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금융사 기준이 지나치게 넓다"는 반응이다. 이에 검찰 수사 단계에서 △KCH가 금융사인지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 안건 통과가 중대한 법 위반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KCH가 금융사인데도, 비금융사인 카카오·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4회)에서 총 48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해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KCH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연금공단 및 일부 소액주주가 "사외이사의 참석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 카카오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 안건(7→3일)이 KCH(당시 지분 12.12%)의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법 위반이 중대하다는 판단에서다.
쟁점① KCH는 금융사인가…전문가 "범위 지나치게 넓어"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은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 소속 금융·보험사인 주식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 및 법인 고발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가장 큰 쟁점은 KCH가 금융사인지다. 공정위는 2020~2021년 KCH 전체 수익 중 95% 이상이 금융수익(배당·금융투자수익)인 만큼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업 중 기타금융투자업 또는 지주회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문제는 기타금융투자업과 지주회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다. 공정위조차 전날 브리핑에서 "기타금융투자업은 '벤처투자 등'으로 돼 있어 영업을 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진 주식·자산으로 투자하는 것도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규정돼 있다"라며 "지주회사도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보다 굉장히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산분리 적용 대상인 금융사 기준이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넓어 발생한 문제"라며 "한국표준산업분류에 기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실질적으로 금융업을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통계를 위한 기준인 만큼 금융사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CH처럼 여수신이 아니라 자기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 건 사실상 '금융소비자'에 가까운 만큼, 금산분리 규제 취지에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산분리는 타인자본으로 계열사 지분을 취득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인데 KCH 사례는 법 취지와는 달라 보인다"라며 "또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로 보지 않는 예외 규정이 있는데,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KCH를 규제하는 건 법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한 것 같다. 법 취지에 맞는 적용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KCH가 2020년 정관상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 금융사인 점을 인정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 KCH는 "정관상 사업목적은 임의로 기재할 수 있고 장래희망 업종까지 기재할 수 있어서 정관 기재만으로 업종의 실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예컨대 유통사가 정관에 '금융업'을 기재한다고 금융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쟁점② 이사회 소집 '반나절'인 곳도 있는데…중대한 위법?
공정위의 검찰 고발 주요 근거인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이 중대한 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미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등 주요 ICT기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사회 소집기간을 3일 이내로 운영해서다. 각 사 지배구조보고서 등에 따르면 △SK텔레콤 2일 △KT 3일 △LG유플러스 최소 12시간 △네이버(NAVER) 3일 전으로 이사회 소집기간을 규정했다.

또 그동안 공정위는 유사사례에 대해 형사 고발한 사례가 없었다. 한화투자증권·KT인베스트먼트·에코캐피탈·SK증권·삼성카드·삼성캐피탈 등 명백한 금융사가 의결권 제한규정을 어겼을 때도 경고 조치만 내렸다. 이에 KCH는 "주주에게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사외이사 권한을 제한하는 실체적 사안이 아닌 데도 검찰 고발은 과도한 조처"라고 반박했다.

홍 교수는 "아주 중대한 사안만 검찰에 고발하는 게 공정위 취지인데, 이처럼 새로운 유형이자 법 적용 유연성과 연관된 문제를 고발하면 웬만한 사건이 다 고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라고 조언했다. 또다른 공정거래법 전문 교수도 "공정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을 고발해 세계 최초로 기소되는 등 최근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남발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IT업계에선 공정위발 온라인플랫폼 규제가 가속할까 우려한다. 더욱이 지난 14일 서울고법은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266억원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공정위의 포털 단속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가 IT산업만 빗겨가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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