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왜 위믹스를 버렸나… 상장 폐지 뒷 이야기

양진원 기자 2022. 12. 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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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충격의 위믹스 상폐②] 업비트가 주도한 상폐… 위믹스 희생양 삼아

[편집자주]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위메이드 코인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상장 폐지)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위메이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마저 재판부가 거래소의 손을 들어주면서 위믹스는 당분간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거래소들의 애매한 상장폐지 기준과 다른 코인과의 형평성 논란 등 여러 잡음이 들리고 있다. 위메이드가 구축하려던 '위믹스 생태계'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위메이드 암호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상장 폐지)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DAXA의 이번 결정을 두고 상장 페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위메이드, 가상자산 거래소와 줄다리기… 1차전 고개 숙였다
② 거래소는 왜 위믹스를 버렸나… 상장 폐지 뒷 이야기
③ 4대 거래소서 자취 감춘 위믹스… 위메이드 향후 대응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위메이드 암호화폐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종료(상장 폐지)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당사자인 위메이드를 포함해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번 일이 부당하다며 아우성이다. 일각에선 DAXA의 상장 폐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이 커졌다고 비판한다. DAXA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위기에 빠진 가상자산 업계를 구하기 위해 위믹스를 본보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기 다른 거래소가 뜻을 모은 이유… 업비트의 막강한 힘



위믹스가 지난 12월8일 오후 3시 4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들린다. /사진=뉴스1
위믹스가 지난 12월8일 오후 3시 4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돼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여러 의문이 남았다. DAXA는 각 회원사가 만장일치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다고 밝혔지만 코인 상장·폐지 등과 관련된 규정이 각기 다른 거래소들이 만장일치로 이를 결정한 것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DAXA는 '업비트 주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거래지원 종료 발표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공동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 포착돼 의혹은 짙어졌다. 가상자산 업계는 경쟁 관계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업비트의 '힘'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업비트는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독점적 지위의 사업자로 DAXA 의장사도 맡고 있다. 위믹스는 한때 시가총액이 3조6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대표 가상화폐인 만큼 투자자들도 많아 상장 폐지로 인한 혼란은 불 보듯 뻔했다.

가상자산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 자명한 까닭에 빗썸 등 다른 거래소들은 거래지원 종료를 망설였다고 알려졌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업비트와 다른 의견이었으나 업비트의 공세에 결국 뜻을 굽혔다는 후문이다.

빗썸은 장현국 대표와 인연이 깊다. 장 대표는 빗썸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고 빗썸의 최대 단일 주주 '비덴트'에도 3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가상자산 관계자는 "업비트가 장 대표와의 인연으로 위믹스 상장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냐는 식으로 공세를 취하자 빗썸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액 수수료 버리고 기존 자산 지키기… 위믹스 희생양 삼았나


위믹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고객이지만 거래소들은 거래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다. /사진=위메이드
위믹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겐 고객이기도 하다.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수입원이 된다. DAXA는 거래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결정임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위믹스의 거래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거래소들이 규제 회피를 통해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과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인 상장권과 상장폐지권이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국회에서 거래소들에 대한 규제를 담은 '디지털자산법'이 발의돼 있고 일부 거래소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가상자산 전문가 A씨는 "위믹스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암호화폐 호황기에 쌓아 올린 자산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총자산은 8조1648억원에 달한다. 두나무는 지난 4월 자산 총액이 10조를 넘겨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2조5937억원)보다 72% 빠졌음에도 7348억원을 기록했다.

2위 빗썸의 올해 3분기 기준 보유한 자산은 2조43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20년 1492억원, 지난해 7821억원, 올해 3분기까진 1516억원이었다.

이미 쌓아놓은 자산이 막대한데 앞으로도 규제를 받지 않으면 수익창출이 무궁무진해, 위믹스 상장 폐지로 생기는 손실보다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A씨는 올해 5월 불거진 루나·테라 대폭락과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가상자산 업계 자체가 위기에 몰린 만큼 위믹스 상장 폐지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의 규제 칼날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봤다. 이러한 까닭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위믹스를 희생양으로 삼아 규제 광풍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자율규제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법안 제정 동력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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