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사망률 1위 폐암, 당뇨처럼 다루는 시대 온다”

김명지 기자 2022. 12.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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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명의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교수
고려대의대 졸업 고려대의대 석박사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썼더니 5년 생존율 2배로 늘어
암 사망률 1위 전이성 폐암 장기생존 가능성”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가 폐암생존율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전공의 시절이던 2001년 폐암 4기로 투병 중인 30대 초반 남성 환자 치료를 맡았다. 말기암을 겪던 이 환자의 소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하고, 항암제도 꽤 잘 들어서, 이 환자는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상태가 악화되면서 이 환자는 결국 숨졌다.

전공의에서 조교수가 될 때까지 이 환자를 봤던 이 교수는 지금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폐암 명의’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교수는 “현재 개발된 폐암 신약들이 당시 있었다면 그 환자가 올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까지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폐암은 대표적인 ‘독한 암’으로 통한다.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질환이고, 발병률도 갑상선암에 이어 2위로 순위가 높다.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한 남성 10명 중 3명이 폐암으로 사망한다는 연구도 있다.

폐암 치료가 까다로운 것은 폐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폐 조직은 폐 세포가 다닥다닥 붙은 브로콜리처럼 생겼다. 암 진행 초기에는 암세포가 번진 작은 줄기 하나를 똑 떼어내듯 잘라낼 수 있지만, 암이 번지면 완전 절제(완벽히 도려내는 것)가 쉽지 않다. 암세포가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갔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술 후에 암이 쉽게 재발하고, 또 생존율도 낮아진다.

하지만 이 교수는 “다행히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효과 좋은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되면서 폐암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5%였는데, 지금은 10%로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최신 치료법으로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요법을 언급했다.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요법은 올해부터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기 시작했다.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사용해서 치료하는 방식인데, 올해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2)에서 이 치료법을 쓴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다른 환자들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교수는 “암 분야에서 신약의 발전이 꽤 놀랍다”라며 “앞으로 폐암도 완치되거나, 당뇨나 고혈압처럼 조절하면서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를 고대구로병원 암병원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면역항암제 기전이 어떻게 되나.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약이라는 기본 구조는 알고 있다.

“암세포들은 보통 ‘PD-L1′이라는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다. 이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다. 면역세포에 달라붙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이해하면 쉽다. 면역항암제는 PD-L1이 면역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기본 구조다. 그러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면역항암제의 작용 기전/이승룡 교수 제공

一 그렇다면 면역항암제만 쓰면 안 되나. 내 몸의 면역세포를 활용하면 더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PD-L1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이기도 하다.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PD-L1 발현율’에 따라서 차이가 났다.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그보다 낮으면 그렇지 못했다. 결국 면역항암제만 써서 좋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는 전체의 20~30%에 불과했다. 이 점을 개선한 치료법이 필요했다.”

一 그래서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을 함께 쓰는 치료법이 생긴 건가.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종양을 세포독성 항암치료(항암화학요법)를 해서 면역항암 약물에 잘 반응하도록 종양의 환경을 바꿔서 치료하는 것이다.”

一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에 화학요법을 먼저 하고,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 PD-L1이 아예 음성으로 나오는 환자를 포함해서 모든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서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 면역항암제만 쓸 때는 치료 초기에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서 사망하는 환자들도 있었는데, 이런 가능성도 줄었다.”

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사이토카인 폭풍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건가.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 경험이 많은 의료진들이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고, 증상도 호전시킬 수 있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간혹 피부발진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는데, 이 경우 스테로이드로 관리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정도는 항암요법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경미한 수준이다.”

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올해 3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는, 4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 받은 모든 환자들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치료를 받는 데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는 뜻이다.”

一 올해 9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2)에서 발표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치료효과 연구 결과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

“2건의 임상시험이었는데,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했더니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크게 늘었다. 한 임상에서는 5년 생존율이 18.4%로 나타났고, 또 다른 임상에서 19.4%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10%)보다도 좋은 성과다.”

一 암 환자의 생존율이 10%에서 20%에서 늘어난 것이 그렇게 큰 성과인가. 여전히 낮게 느껴진다.

“‘5년 생존율’은 암 환자가 진단받고, 5년 이후까지 살아있는 확률로, 암의 완치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통한다. 예를 들어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100%다. 그런데 2년 동안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마친 환자의 3년 생존율이 70%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진단받고 5년 이후까지 살아 있었다는 뜻이고, 전이성 폐암 환자도 이제 생존 연장이 아니라 장기 생존이 가능해졌다는 결과다. 대단히 희망적인 소식이다.”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가 폐암생존율 그래프를 설명하고 있다./김명지 기자

一 현재 교수님 팀에서 면역항암제 관련 진행 중인 임상연구가 있나.

“피하주사 제형의 면역항암제를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 내년쯤 연구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본다. 이 밖에 최근 PD-1, PD-L1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외에 다양한 방식의 면역항암제 신약 임상연구들도 진행하고 있다.”

一 피하주사 제형이라면, 비만주사 삭센다처럼 항암제를 환자가 스스로 주사할 수 있게 된다는 건가.

“환자 스스로 항암제를 주사하는 식의 치료가 국내에서 허가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미국처럼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이니까.”

一 그나저나 신약 임상 참여를 원하는 암 환자들도 많을 것 같다.

“정보통신(IT)기술 발달로 환우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접하다 보니 그런 경향이 있다. 임상 연구 참여를 먼저 문의해 오는 경우를 뜻한다. 환자들이 임상연구에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해오면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가 참여 가능한 연구를 안내하고 방향을 잡기도 한다.”

一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폐암 신약 임상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나.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매우 신뢰도 높은 연구 결과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웃음)”

一 코로나 유행 기간 폐암 환자 치료에 어려움은 없었나.

“폐암 환자들은 폐섬유화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기저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폐암 환자들은 이미 폐 건강이 좋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 환자들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더 취약하고, 중증도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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