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벤츠 디자이너 이일환 영입… 갤럭시 ‘아재폰’ 오명 벗는다

변지희 기자 2022. 12.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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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클래스, CLS 등 벤츠 대표 모델 디자인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매니아층 ‘열광’
스마트폰 하드웨어 발전 한계…디자인 승부수
이일환 “한국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
이일환 메르세데스-벤츠 어드밴스드(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이 지난 2012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신형 M클래스 출시행사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쳤다. /조선DB

삼성전자가 최근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 이일환 메르세데스-벤츠 총괄 겸 크레이티브 디렉터를 디자인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시아 최초의 벤츠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삼성전자에 합류하면서 앞으로 나올 갤럭시 시리즈 디자인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 부사장 영입으로 갤럭시 스마트폰 디자인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에게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임하게 하는 등 디자인 분야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미니멀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상황에서 이 부사장 영입 이후 갤럭시 스마트폰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 이일환 작품 CLS에 전 세계 벤츠 마니아 열광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이달 초 연말 인사 시즌에 맞춰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그는 벤츠에 재직하는 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한국인인 이상 언젠가 한국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는데 중학교 때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졸업하고, 다시 미국 동부 명문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 입학했다. 하지만 자동차디자인과가 없다는 이유로 2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 최고의 자동차디자인 학교로 꼽히는 패서디나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에 입학했다. 졸업 이후에는 곧바로 2002년 벤츠에 입사했고 2008년 크리에이티브 매니저, 2010년에는 임원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다. 최근까지 벤츠 베이징 디자인센터장을 맡았다.

이 부사장은 아시아인 최초의 벤츠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으로서 외국 자동차 기업의 디자인 총괄이 된 것도 이 부사장이 처음이다. 벤츠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인 E클래스와 럭셔리 4도어 쿠페인 CLS 디자인도 그의 손을 거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가 직접 디자인했던 CLS 2세대는 당시 전 세계 벤츠 마니아들이 깜짝 놀랄 만큼 혁신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이었고 차세대 벤츠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일환 부사장이 벤츠 디자이너 시절 디자인했던 CLS 2세대. /조선DB

삼성전자가 자동차업계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1~2014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해외 마스터 디자이너 계약을 맺은 뒤 가전제품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혔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BMW에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담당했던 데인 하워드를 디자인·제품경험 담당 글로벌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 영입은 연말 인사에서 노태문 사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까지 겸직하게 된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MX사업부에서 추진해온 프리미엄 제품의 디자인 방향성을 구축해 나가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3의 경우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이 부사장의 의견이 당장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하반기에 출시될 폴더블(접히는)폰부터는 디자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갤럭시Z폴드4. /뉴스1

◇ 애플도 자동차, 패션 디자이너 잇따라 영입

애플도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디자인 관련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해오고 있다. 2014년 산업 디자인의 거물로 꼽히는 마크 뉴슨을 디자이너로 영입했고, 2018년에는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였던 앤드류 킴을 영입했다. 이외에도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였던 안젤라 아렌츠는 애플 소매 및 온라인스토어 수석부사장으로 데려와 애플 플래그십 매장을 구축하는데 힘을 썼다.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입생로랑 CEO였던 폴 드네브와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Tag Heuer)의 글로벌 세일즈 및 리테일 담당 부사장인 패트릭 프루니오도 데려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디자이너 영입을 활발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디자인 방향성과 브랜드 전략을 구축하는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삼성전자도 이 부사장 영입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철학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해 발전시키고자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성능 면에서 삼성과 애플 두 회사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디자인 경쟁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마니아층이 굳건한 것은 아이폰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라며 “최근의 애플 광고를 보면 성능보다는 생활 속에서 아이폰의 활용 방법, 아이폰이 주는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 특히 미래 잠재 고객인 MZ세대에게는 기계적인 수치보다 ‘힙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중요해졌다”라며 “삼성전자도 디자인에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앞으로 삼성전자가 ‘아재폰’ 이미지를 벗고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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