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극적 타결 없었다… 사상 최초 ‘준예산 정국’ 돌입하나

민영빈 기자 2022. 1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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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의장 “오는 19일까지 與野 합의 반드시 해올 것”
전문가들 “12월 말 안으로 합의 못하면 준예산도 염두에 둬야”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 끝장 대치가 여전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산 정국’은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으로부터 보름을 넘기고도 여야 합의가 진전이 없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계속해서 중재를 해왔음에도 여야 합의는 불발과 결렬을 반복했다. 이에 여야가 예산안 협상에 실패하고 ‘사상 초유의 준예산 정국’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9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가져와야만 하는 상황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마지막 협상을 거듭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법인세 1%p 인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김 의장 2차 중재안’에도 여야는 여전히 합의하지 못한 채 ▲법인세 인하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주요 쟁점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양보해줄 것을 권할 뿐이었다. 지난 16일 김 의장 주재 하에 진행된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제때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국민에 죄송하다는 마음부터 전했다. 지난 2일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긴 것을 시작으로 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던 9일과 김 의장이 정한 예산안 처리 일자인 15일 등 벌써 세번째 예산안 합의 무산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서로가 양보해야 예산안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정부가 위기 순간에 정부의 계획대로 재정 운영이 집행됐으면(한다) 부탁드린다”며 “(민주당) 의석이 많으니까 의견도 있고 심의권도 있는데, 위기의 순간에는 정부가 소신껏 팀을 짜서 제때 할 수 있도록 조금은 양보하고 도와주시기를 바란다. 지난 5년간 할 만큼 하지 않았나”라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도 주 원내대표를 향해 지난 15일 ‘김진표 의장 2차 중재안’을 수용한 것을 언급하며 “그동안 저희 주장과 다르지만 (내년도 예산안 합의 처리를)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고, 경제위기와 국민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부득이하게 수용했다. 당론도 있었고, 강한 반발도 있었지만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그동안 예산안 처리 원칙에서 양보에, 양보를 해서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 마지막 한 발을 내딛는 건 여당인 국민의힘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 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스1

여기에,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 본회의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가 임시국회인 만큼 본회의 개회는 전적으로 국회의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 특히 여야 합의를 강조해 여러 번 여야 중재 자리를 마련한 김 의장이었던 만큼,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않는 이상 본회의를 열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의장은 지난 16일 양당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인들이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지, 마치 우리 경제를 살리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져 못 굴러가게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오는 19일까지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예산 정국’이 보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는 ‘준예산’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준예산도 염두에 둔 채 여야 합의를 진행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준예산은 전년도에 준하는 예산이 아닌 국가기관에 월급만 주는 정도다. 다른 말로 하면 ‘셧다운’인데 대한민국이 멈춰서야 되겠나”라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도 “우물에도 안 갔는데, 벌써 숭늉을 찾는다”며 “(아직 합의까지 단계가 있는데) 몇 단계를 건너 뛴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19일에 합의가 되지 않고 이후 또 다른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일자를 잡더라도 12월 31일 전까지 여야 예산안 합의가 되지 않으면 ‘준예산 정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54조 3항에 따르면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 정부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의 목적을 위한 경비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19일 전에 협상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정말 마지막으로 국회의장이 재협상을 위한 마지막 본회의 일자를 제시할 것”이라며 “다만 그 날까지도 처리가 안 되고 12월 말을 넘겨 새해를 넘겨버릴 경우에는 준예산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여당과 야당 모두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아무리 벼랑 끝 예산안 합의여도 결국에는 여야가 어떻게든 합의를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12월 말 안으로 합의가 안 돼 1월1일까지 가게 될 경우 결국 준예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기한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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