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잡으면 되는데 청약 왜 해요"···얼어붙은 분양 시장
올 평균 가점 42점에도 못 미쳐
장위자이 대부분 주택형 50점 미만
인근 구축 시세 수 억씩 급락하자
서울 브랜드 단지도 한파 못피해
관건은 계약률···포기 속출할 수도
신규 분양 단지 인근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고금리에 중도금 대출 부담이 가중되면서 분양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주 청약 당첨자 발표를 한 주요 단지들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고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는 최저 당첨 가점이 20점에 그쳤다. 미계약 물량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는 내년 초 무순위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장위자이 레디언트 84㎡A와 49㎡B 주택형의 최저 당첨 가점은 20점으로 전체 16개 주택형 가운데 가장 낮았다. 청약 가점은 84점이 만점이며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입주자 저축(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따져 점수를 산출한다. 20점은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 세대주가 무주택 기간 및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4년가량 유지하면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지난해(60점)와 올해(42점) 서울 아파트 평균 최저 가점에 한참 못 미친다. 전날 당첨자 발표를 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역시 최저 가점 20점을 기록한 바 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1층, 31개 동, 2840가구 규모다. 이 중 133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와 올림픽파크포레온(일반분양 4786가구)과 함께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주 본 청약에서 16개 중 9개 주택형이 예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성적이 다소 부진했다. 높은 금리에 중도금대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더해 서울 전역에서 지난해 최고가 대비 수억 원 떨어진 매물이 연이어 나오는 등 구축 시세가 급락하자 서울 주요 브랜드 단지도 분양 한파를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실제 단지와 인접한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인근 신축 ‘래미안아트리치(1091가구 규모·2019년 준공)’ 전용 59㎡는 지난해 7월 10억 8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 9월 8억 5000만 원까지 실거래가가 내려왔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에도 비교 단지로 꼽히는 ‘고덕아르테온’ 59㎡가 지난달 9억 3000만 원에 거래돼 지난해 8월 기록한 최고가(14억 6500만 원) 대비 5억 원 넘게 빠졌다. 장위자이 레디언트와 올림픽파크포레온 59㎡ 분양가는 각각 7억 1360만~7억 9840만 원과 9억 7940만~10억 6250만 원이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 모두 앞으로의 관건은 당첨자 계약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단지는 모두 특별공급과 본 청약에서 미달은 면했으나 다수의 주택형에서 예비 정원(모집 정원의 5배수)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본 청약 평균 경쟁률 또한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각각 5.5 대 1과 4.7 대 1에 그쳤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앞서 같은 둔촌동에서 분양돼 관심을 모았던 ‘더샵 파크솔레이유’는 올해 11월 본 청약 때 53가구 모집에 831명이 지원, 15.7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계약 과정에서 ‘완판’에 실패해 내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미계약 물량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을 내년 초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 규모는 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관련해 아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8.3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의 경우 전체 공급 물량 501가구 중 44가구(8.8%)가 미계약되면서 이달 20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에서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과 가점이 나오면서 분양 시황의 하락 추세가 명확해지고 있다”며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집값 하락세와 금리 부담이 가중돼 수요자들이 통장 사용을 꺼리고 있어 내년에도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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