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최고의 과학 성과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새로운 천문학 시대 열렸다

박현선 기자 2022. 12. 1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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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지 올해 주요 과학뉴스 선정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펼쳐진 모습. 엔지니어들이 테스트하고 있다.

올해 과학계를 뒤흔든 최고의 성과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16일 “올해 최고의 과학 연구 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우주를 바라보던 관점에 대혁신을 일으킬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을 꼽았다”고 밝혔다.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 제임스 웹

사이언스지는 해마다 연말에 최고의 과학 연구 성과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우주에 투입된 가장 복잡하고 비싼 임무”라며 올해 최고의 과학 연구 성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20년에 걸쳐 100억 달러를 들여 제작됐다.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향한 뒤 올해 6월 21일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곳에서 관측을 시작했다. 7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개한 첫 번째 관측 사진은 긴 시간과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성능이 허블망원경의 100배에 이르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130억 년 전의 모습이 담아냈다. 천문학자들은 “아름답고 너무나 놀랍다”며 “적외선 안경을 쓰고 우주를 새롭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빠르게 우주 연과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관측을 시작한 지 며칠만에 허블망원경이 지난 30년간 관측한 것보다 더 먼 은하를 발견했으며, 연구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밝고 많은 초기 우주의 모습들을 포착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현재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들이 망원경 보정 문제로 찍힌 인공물인지, 또는 먼지로 은하가 붉게 보여 실제보다 오래된 은하로 보이는 것인지를 판별하고 있다. 현재 관측된 사진들이 실제 우주가 탄생한 직후의 모습임이 밝혀진다면 우주의 초기 역사는 다시 쓰일 것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우주 사진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거두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개발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로 2011년 미국 의회가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움직임을 보여 위기를 겪었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의 3배에 이르는 너비 때문에 우주선에 싣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망원경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낮춰 기기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도 큰 난제였다. 연구진은 망원경을 영하 266도로 냉각시킬 수 있는 저온 냉각기를 고안해 적외선 관측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2040년대까지 관측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시작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천문학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고 전에 없던 역사를 써나갈지 기대된다.

◇노동력 줄이는 다년생 벼

해마다 살아남는 다년생 벼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이언스지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외에도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그린란드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200만년 된 DNA 복원, 미술대회 수상한 인공지능(AI)의 창의성을 올해 과학계 이슈로 지목했다.

중국 쿤밍 윈난대 연구팀은 지난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해마다 살아남는 다년생 벼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쌀은 전 세계 40%의 인구가 주식량으로 삼는 주요 식량원이다. 벼는 한해살이 풀이라 매년 새로 심어야 한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토양 침식과 같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다년생 벼는 각 재성장 주기에서 노동력은 58.1%, 투입 비용은 49.2%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노동력 투입 일수로 환산하면 68∼77일을 절약할 수 있다.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하면서 일반 쌀과 같은 양의 곡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계로 진출하는 인공지능

제이슨 앨런이 인공지능으로 그린 작품. 미술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예술계의 논란이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9월 2일(현지 시간) 세계를 들썩이게 한 뉴스를 전했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연례 미술대회에서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그린 작품이 1등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앨런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작품을 제작해 대회에 출품했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예술계에서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수상하는 것은 부정행위라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인공지능이 그간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미드저니뿐 아니라 다양한 AI가 과학, 수학, 프로그래밍 등의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에 눈길이 쏠리고 있따.

◇맹그로브숲의 초대형 박테리아 발견

1cm 크기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

기존 박테리아보다 훨씬 큰 초대형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도 올해 주요 과학 뉴스로 꼽혔다.

미국 워싱턴대 페트라 앤 레빈 교수가 이끈 국제연구진은 6월 24일(현지 시각) 서인도제도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숲에서 초대형 박테리아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를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박테리아는 대부분 길이가 2마이크로미터(㎛)인데 이 박테리아는 길이가 1cm에 이른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장 마리 볼랜드 연구원은 “이는 에베레스트산만큼 큰 인간을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의 엄청난 발견”이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박테리아의 DNA는 세포핵에 있지 않고 액체 성분의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닌다. 반면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는 페팽(pepin)이라고 부르는 작은 주머니에 DNA를 담고 있다. 이 구조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로 생명체를 나누던 전통적인 구분을 뒤흔들만큼 ‘생물학의 혁명적 발견’으로 평가된다.

◇RSV 백신 개발 가시권 진입

제약회사 GSK와 화이자에서 RSV 백신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RSV는 일반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일으키는 흔한 호흡기 바이러스다. 하지만 영유아나 면역저하자, 고령자가 감염되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했다. 백신 개발은 50년 전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중 80%가 입원하고 어린이 2명이 숨진 뒤 수십 년간 성공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화이자는 올해 RSV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승인을 앞두고 있다. GSK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약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60세 이상 성인 82.6%에게서 높은 효능을 얻었다.

화이자도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69.4%의 효능을 얻은 것으로 확인했다. 현재 후보 백신들은 각국 규제 기관들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 원인 찾아내다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해 치료제를 개발할 길이 열렸다

다발성 경화증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사이언스지에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EBV와 다발성 경화증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1000만 명 이상의 군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EBV에 감연된 경우 다발성 경화증 발병률이 32배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기후변화 대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37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세액공제 등을 뼈대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8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37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세액공제를 뼈대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전기자동차 생산 등 친환경 산업 지원을 통해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에너지 비용 절감, 에너지 안보 강화, 탈탄소화, 공동체 투자, 회복 가능한 교외 공동체 지원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요 5가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통과시킨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 조치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유럽인 유전자에 남은 흑사병의 흔적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인간의 면역 유전자 변이가 달라졌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중세 유럽 인구 절반의 목숨을 빼앗은 감염병인 ‘흑사병’이 인간의 면역 체계를 바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매스터대 연구팀은 10월 19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인간의 면역 유전자 변이가 달라졌다는 논문을 공개했다. 흑사병은 페스트라고도 불리는 유행성 감염 질환으로 중세 시대인 지난 1347~1351년 20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연구팀은 흑사병으로 숨진 사람들이 대량으로 묻힌 공동묘지에서 수집한 뼈에서 DNA를 추출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356개 중 흑사병 이후 245개의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흑사병이 인간 면역 체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 첫 연구 성과다.

◇우주선 이용해 소행성 충돌 막다

소행성 디모르포스에서 암석이 분출되는 모습. 지난 8일 허블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이 영상은 지난달 27일 다트 우주선이 충돌한 지 285시간이 지나 소행성 표면에서 암석이 분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NASA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우주선 ‘다트(DART)’가 9월 26일(현지 시각)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성공적으로 부딪혔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궤도를 바꾸는 첫 실험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의 작은 소행성으로 지구 근접 천체(NEO)로 분류된다. 발사된 다트는 지구에서 약 1120만km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했고 소행성의 공전 주기를 11시간 55분에서 11시간 23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과학자들이 예상하던 공전주기 10분 단축을 훨씬 웃도는 성공적인 결과다.

천문학자들은 지구근접소행성(NEO) 2만5000개 가운데 대도시를 소멸시킬 정도 크기의 소행성 40%를 발견했다. 다트 실험 성공으로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소행성 충돌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DNA로 200만년 전 고대 생태계 재구성

200만년 전 그린란드 북단의 한 숲을 그린 상상도. 지층에 남은DNA를 통해 당시 코끼리의 먼 친척인 마스토돈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Beth Zaiken/bethzaiken.com

과학자들은 DNA의 ‘유통기한’을 약 100만 년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준이 바뀌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에스케 빌레르슬라우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진이 12월 8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그린란드 지층에서 채집한 토양 시료에서 200만년 된 환경유전자(environmental DNA)를 추출하면서다.

연구진은 이 DNA로부터 200만년 전 생태계가 숲이 우거지고 다양한 동물이 살던 풍요로운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과거 동식물이 급속한 온난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추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올해 과학계의 어두운 소식도 함께 공개했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실패, 세계 국가 간 과학 교류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시장 위기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를 2022년 과학 성과를 저해한 뉴스로 꼽았다.

참고자료

Scienc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g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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