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 넘긴 '이태원 참사'…野 3당 '단독 국정조사' 가동?
'반쪽짜리' 조사?…野 "진상규명 하자는 게 여론"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49재를 넘겼다. 유족들은 '성역 없는 조사',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외치며 국정조사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여야의 '예산안 처리 직후' 본조사를 시작하겠다는 합의 문구에 따라 국정조사는 그간 시작도 하지 못했다. 야 3당은 오는 19일부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가동을 단독으로 '무조건 개문발차'하겠다고 못 박았다. 당초 예정됐던 조사 기간 45일 중 절반을 훌쩍 허비하며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국정조사 특별위원 복귀조차 않는 여당의 굳센 거부에 기간 연장 역시 난관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고, 책임을 지는 정치인도 없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로 진상 규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야 3당의 입장이다. 참사 희생자 유족들도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2차 가해·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국정조사가 조속히 진행돼야 하고, 국정조사의 대상과 내용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특조 위원들을 향해 "더 이상 쇼를 멈추고 조속히 특위로 원대 복귀하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19일부터 국조특위를 단독으로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희생자들의 49재를 기리며 "다음 주부터 국정조사를 정상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민주당은 무슨 경우에라도 내주부터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본격 가동하겠다"(최고위 회의), "무조건 (다음 주) 19일에 한다"(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라고 못 박았다. 정의당도 "야당 단독으로라도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돌입해야 한다"(김희서 수석대변인)고 했다. 야 3당은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여야는 앞서 지난달 23일 발표한 국정조사 합의문에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기관 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을 실시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간 예산안 처리가 여야 합의를 보지 못하고 공전하는 동안 국정조사도 진전이 없었다. 지난 11일 야당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자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해임안에 반발한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 7명은 전원 사의를 표한 이후, 현재까지 특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국조특위 간사를 맡은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계속 충분히 협의를 하고 있다. 예산안 협의가 안 끝나도 할 거다"라며 "아직 (국민의힘에서) 들어온다는 얘기는 안 하지만, 예산안이 끝나면 본인들도 (다시 국조특위로) 돌아올 거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가 먼저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 이후에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예산안 처리가 예정보다 늦어져 줄어드는 국정조사 기간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처리로 국정조사 기간도 차일피일 흘렀다. 19일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남은 기간은 약 3주다.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통상 절차를 감안한다면 남은 시간마저도 진상 규명 파악에 다 쓸 수 없다. 이에 따라 당초 다음 달 7일(활동기간 45일)로 예정됐던 조사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야당 내에서 나온다. 여야는 본회의 의결을 통해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진상 규명이 가능하도록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하고 최소한 30일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문을 낸 바 있다.
여당이 국정조사 기간 연장에 합의할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건 합의"라며 "저희는 (기간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국정조사가 단기간에 마쳐져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야당 내부에서도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이렇다 할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의 위험성을 감안해 '선 기간 내 조사, 후 기간 연장'을 선행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진행될 경우 조사 대상자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 국정조사가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야당 단독' 진행을 문제 삼아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인 윤건영 의원은 "야 3당 단독으로 간다면 정부 쪽에서 자료 요청에 대한 답도 안 하고 기관 증인도 안 보낼 가능성이 걱정된다"(KBS 라디오)고 말했고, 정의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번 국정조사에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정부에서) 자료를 안 주고 있다. 수사 중이라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이미 예상한 핑계를 대고 있다"(SBS 라디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야권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설령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국정조사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여론은 '진상 규명을 추진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물론 국정조사가 여야 협의를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은 크지만, 여당이 협조적이지 않다면 야당끼리라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시 생중계만 해도 뭐가 나온다. 국민들은 (그 모습을 보며)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떠올리며 공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그 자체로 '윤석열 정부 흠집 내기'이기 때문에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게 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예산안 통과 이후에도 국정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며 "국정조사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하면 증인들이 안 나올 가능성도 많고 '반쪽짜리'로 끝날 공산도 크다. 다만 현재 여론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쪽인 걸 봤을 때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부와 여당에는 상당한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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