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인정하라”···서울 도심 정부 규탄 대규모 촛불집회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17일 서울 도심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승리전환행동(춧불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12월 전국집중촛불’ 집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전국 49개 지역 촛불전환행동 회원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우희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부는 참사 다음날 희생된 이들을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부르라고 했다.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린 어제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 주민들에게 이사떡을 돌리고 페스티벌에서 술잔을 샀다고 한다”며 “이는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오남준 화물연대 부위원장은 “정부는 총파업 전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준비했고 파업 참여자들에게 유가보조금과 도로통행료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이태원 참사에서 알 수 있듯 현 정부는 국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화물연대는 조직을 재정비해 노동자 생존권과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 나서겠다”고 했다.
집회에 앞서 오후 4시30분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제가 진행됐다. 추모제는 진혼굿 공연, 법문 낭독, 추모영상 등으로 이뤄졌다. 30분간의 추모제가 끝나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양손을 감싸쥐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윤석열 참사 정권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해질 무렵이 되자 집회장소 곳곳에서는 ‘LED 촛불’이 켜졌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위에 시민들은 롱패딩, 털모자,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오후 5시36분쯤 세종대로 전 차선이 통제됐다. 오후 6시20분쯤 주최 측은 “집회에 15만명 이상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촛불행동은 오후 3시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북문 앞 대로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집회도 개최했다. 주최 측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이태원 참사에서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말을 듣지 않는 정권 때문에 추위에도 시민들이 나왔다. 이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23분 시청역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행진 인원은 2만명이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오후 1시 동화면세점~코리아나 호텔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을 주장하며 집회를 했다.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소속 회원들도 오후 3시 삼각지파출소 앞에 집결했다.
서울경찰청은 안내입간판 53개와 교통경찰 220명을 배치해 인파와 교통 관리를 했다. 행진이 진행된 삼각지역~숭례문 구간은 버스전용차로를 통해 일반 차량을 통행시켰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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