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한파…고혈압·협심증·심근경색 '비상'

권대익 2022. 12. 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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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추워지면 기온 유지 위해 혈관 수축…혈압 급격히 상승
갑자기 겨울 한파가 몰아치자 시민들이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잔뜩 움츠린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강력한 한파가 닥치면서 고혈압ㆍ협심증ㆍ심근경색 등 추위에 약한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우리 몸의 대사 활동은 줄고 혈관이 움츠러든다.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혈압이 올라가는 이유다.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은 1.3㎜Hg,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은 0.6㎜Hg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1월 354만여 명이었던 고혈압 환자는 그 해 12월 374만여 명으로 2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겨울철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 혈관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발병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겨울철에 발생 위험이 높은 고혈압과 협심증, 심근경색에 대해 알아본다.


◇고혈압, 꾸준한 약 복용·체중 감량 필수

심장이 펌프질을 통해 각 장기로 혈액을 보낼 때 드는 압력이 바로 혈압이다. 일반적으로 혈압을 표시할 때 ‘130/80’처럼 두 가지 숫자로 나타낸다. 높은 숫자는 수축기 혈압으로 심장이 혈액을 밖으로 밀어내는 압력을 의미한다. 낮은 숫자는 이완기 혈압으로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며 혈관이 받게 되는 압력이다.

고혈압은 140/90 이상일 때를 말한다(대한고혈압학회의 ‘2022년 고혈압 진료 지침’). 정상 혈압은 120 미만/80 미만이다. 120~129/80 미만일 때는 ‘주의 혈압’, 130~139(최고 혈압) 혹은 80~90(최저 혈압)은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된다.

대한고혈압학회

대다수 고혈압 환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을 못 느낀다. 흔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이 뻣뻣한 증상을 호소하며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혈압 수치와 큰 관련이 없다.

이처럼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 고혈압을 꼭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고혈압을 방치하면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 우리가 심각하게 여기는 순환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 밖에 고혈압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만성콩팥병을 초래할 수 있고 눈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동양인 대상의 한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남성의 뇌혈관 질환과 허혈성 심장 질환(협심증 등)에 대한 고혈압의 기여 위험도는 각각 35%와 21%로 나타났다. 수축기 혈압이 20㎜Hg 증가할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의 위험도는 남성의 경우 각각 1.79배, 2.48배, 1.65배 높았고 여성에서는 1.64배, 3.15배, 2.29배 높았다. 뇌졸중과 관상동맥 질환에 대한 고혈압 기여도는 여러 연구를 통해 국내외에서 입증됐다.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표준적 방법으로 여러 번 재야 한다.

40세 이상이거나 비만, 고혈압 가족력, 고혈압 전 단계라면 매년 ‘진료실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발생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검증된 자동 혈압계를 사용해 혈압을 측정하도록 권고하는데, 혈압을 측정할 때는 등받이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 위팔은 심장 높이로 하고 최소한 5분간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 다음 혈압을 여러 번 측정해야 하고, 최소한 2회 이상 측정치 평균값으로 혈압을 표시하게 된다.

‘가정 혈압’도 고혈압 진단과 치료 관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말한 정확한 측정법을 이용해 혈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치료 목표는 혈압을 조절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고혈압인데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했다면 혈압을 조절해 질환 진행ㆍ재발을 예방함으로써 사망 위험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고혈압 치료의 목표다.

치료는 크게 비약물 요법과 약물 요법으로 나뉜다. 비약물 요법을 근간으로 해 목표 혈압을 달성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계획한다. 고혈압 약은 종류가 다양하고 고혈압 정도, 고혈압 외에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 연령 등에 따라 추천되는 약물과 그 용법이 있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고혈압이 진단된 후 약물 요법이 정해졌다면 목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 복용과 함께 비약물 요법도 병행해야 한다.

건강한 식사ㆍ운동ㆍ금연ㆍ절주 같은 비약물 요법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하기에 고혈압 환자에게 모두 권장된다. 특히 고혈압 전 단계라면 이러한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하루에 소금을 10g 정도 섭취하는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4~6㎜Hg 낮아진다. 소금의 권장 섭취량은 하루 6g 이하, 쉽게 말해 1 티스푼 정도이다.

염분 섭취를 제한하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변으로 염분을 배설하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뇨제 복용에 따른 소변으로의 칼륨 손실과 칼슘 배설이 줄어들면서 골다공증과 요로결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체중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의 체중이 표준 체중보다 10% 이상 초과하면 5㎏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이 뚜렷하게 낮아진다.

체중 감량과 함께 알코올ㆍ소금 섭취 제한을 병행하면 혈압 감소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체중 감량은 4~5㎏ 정도 시도해보고 필요에 따라 추가 감량하는 게 좋다. 이 밖에 금연ㆍ절주를 생활화하며, 하루 30분 이상 주 5~7회 중등도 강도로 운동하는 게 고혈압 치료에 도움이 된다.


◇협심증·심근경색,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심하면 즉시 병원 가야

협심증은 일상생활보다는 빨리 걷거나 뛰고,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스트레스나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 무거운 것을 드는 등의 활동할 때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冠狀動脈)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혈관이다. 동맥경화가 일어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협심증) 막히면(심근경색) 등 치명적이기에 재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하다’ ‘가슴이 빠개지고 벌어지는 것 같다’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이다’ ‘숨이 차다’ 등으로 증상을 표현한다.

가슴 통증이 발생할 때 왼쪽 팔, 목, 턱 또는 등으로 통증이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협심증일 때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통증 패턴으로 이를 방사통(放射痛ㆍradiating pain)이라 한다. 하지만 20~30%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생기지 않고 속 쓰림, 구역질,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할 때가 많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도 심하지 않으면 평소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또 증상이 사람마다 달라 예측하기도 어렵다.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도 역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가슴통증은 30분 이상 지속되고 대부분 호흡곤란과 함께 나타난다. 또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나 목, 팔로 퍼져나가며 두근거림, 식은 땀, 구역질,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도 발생한다.

가슴통증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자기 의식불명이나 심장이 마비돼 응급실에 오기도 하지만 가슴통증을 소화불량으로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또 가슴통증 없이 토하거나 소화불량, 속쓰림, 명치나 턱 끝이 아프다. 이 때엔 심장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 인자 기준

협심증은 심근경색과 구별된다. 심근경색이 혈액 공급이 안 돼 심근에 괴사가 발생하는 급성 응급 질환이라면, 협심증은 어느 정도 혈류가 유지되므로 심장 근육의 산소 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주로 운동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차가운 날씨에 노출될 때, 흥분한 때 가슴 통증이 생긴다.

협심증이라면 편히 쉬거나 혀 밑에 넣고 녹여 먹는 약물(약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하면 통증은 호전된다. 통증 지속시간은 심근경색과 달리 5~10분 미만이다. 그러나 병이 심해지면 안정을 취할 때도 통증이 생기고 지속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때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할 확률이 높기에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안정을 취할 때도 가슴 통증이 생기는 ‘불안정형 협심증’도 있다. 가슴 통증과 지속 시간이 잦고 길어지며 약물로도 통증이 잘 없어지지 않는다.

협심증에 의한 가슴 통증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경증이나 위장 질환, 근육통도 가슴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일단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경우 심전도, 심장 초음파, 핵의학 영상 검사 등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관상동맥 협착이나 석회화 정도를 확인한 후 협심증을 진단할 때가 많다.

협심증 치료는 병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병 정도가 가볍다면 약물로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관상동맥 협착이 심해 가슴 통증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으면 관상동맥 중재시술(스텐트 삽입술)’이나 다른 혈관을 이용해 막힌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 시행한다.

협심증의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따라서 평소 이런 위험 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김태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겨울철 바깥 활동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 자주 느껴진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며 "협심증은 한 번 시술과 치료로 완치되는 게 아닌 만큼 위험 요인을 꾸준히 관리하고, 전문가와 상담해 약물 치료를 지속하는 등 혈관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기상 후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밤새 이완돼 교감신경이 느슨해져 있다가 잠에서 깨면 적응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예민해지고 긴장하게 된다. 이때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더욱 예민해져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한파가 있는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을 해야 한다면 목도리, 모자, 장갑 등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금연과 함께 술도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음식은 채소, 생선 등을 골고루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하고 겨울철에는 실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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