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남은시간 알려준다…보행자 안전 지키는 ‘착한 신호등’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의정부, 사고 빈번한 4차로 설치
무단횡단 예방 등 안전 효과 기대
시민 설문 결과 만족도도 높아
부산 등 지역별 확대 설치 가능성
99, 98, 97, 96, 95….
지난 12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입구 앞 삼거리. 시청 건물을 등지고 바라본 왕복 7차로 도로 건너편의 보행자 신호등의 적색등 위칸에 들어온 숫자가 1초에 하나씩 줄어들었다.
앞서 의정부시가 무단횡단 근절 등을 위해 시청(의정부시 시민로1)과 홈플러스(의정부시 청사로38) 건물 인근 교차로 두 곳에 설치한 신호등은 ‘적색등 잔여시간 표시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초록불의 잔여시간을 알려주는 게 보통이지만, 건널목 대기 시 적색등 잔여시간은 알 수 없었던 불편을 개선했다.
관련 개정 지침은 빨간불이 켜지는 칸의 상단부에 적색등 잔여시간 표시장치 설치를 권고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측면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미관을 고려해 기존 보행신호등과 일치한 형태를 지녀야 한다.
왕복 4차로 이상 도로 중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하고 횡단사고가 잦은 횡단보도에 설치한다. 왕복 4차로 미만이어도 잦은 통행으로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설치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도형형 보조장치는 도형 개수를 최소 8개로 하는데, 정삼각형 외에 역삼각형, 역사다리꼴형 등도 쓸 수 있다. 보행자가 도로 건너편 신호등을 봤을 때 전면부 좌우에 각각 적·녹색등 잔여시간 표시장치를 설치한다. 잔여시간 표시장치가 달린 신호등을 운영 중인 의정부시와 부산시는 무단횡단 방지 등 보행자 안전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 10명 중 9명이 ‘보행자 안전’에 도움된다 답변… 향후 확대 설치 가능성도
확대 설치를 염두에 두고 의정부시가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만족도 조사에서 잔여시간 표시장치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세계일보가 의정부시에서 받은 ‘이용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가 적색등 잔여시간 표시장치가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거주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응답자들은 △고령자 등 보행자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안전과 인내심 교육에 도움이 되며 △무단횡단을 방지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반대로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자(4.6%)는 △설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눈에 띄지 않아 볼 것 같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등을 이유로 언급했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88.4%가 적색등 잔여시간 표시장치에 만족한다고 답해 앞으로 확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보통’은 10.5%이며,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1%다.
이들 응답자는 잔여시간 표시장치의 가장 큰 기대효과로 ‘보행자 안전성 향상’(51.8%)을 꼽았다. 대기시간 사전 알림 등 ‘편리함 증대’와 무단횡단 감소는 각각 26.3%와 21.0%다. 0.9%를 차지한 ‘기타’는 도입 시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속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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