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붉디 븕은 꽃 피어 만개한데".. 예술 그리고 공존을 묻는 그대에게
‘겨울 만개 WINTER BLOSSOM’.. 갤러리 누보, 전병현 작가
‘마음 크로키’.. 아트제주 스페이스, 홍시야 작가
# ‘코로나19’라는 너무도 큰 재난.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며 버티고, 공연이다 전시 취소도 다반사였지만 모든 ‘것’이, 모든 ‘곳’이 한꺼번에 멈추고, 그러다 무너지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그것도 내 주변이, 내가 그 중심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는데,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이 워낙 컸던 탓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멈춰 버린 날들의 기록입니다.
자의도 타의도 아니게 ‘갇힌’ 상태로 작업에 몰두하는 셈치자며 위안삼는 이도 있겠지만, 막상 생계와 맞물리면 예술가 개인은 물론 숨죽인 임대공간들은 하루를 지내는게 고난이자 재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병이 번져 사람이 죽고 일상이 마비됐는데, 예술 하나 멈추는데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 그런 온갖 상황과 형태들로 주어진 ‘재난’들과 부대낀 어느 예술가의 시선입니다.
나를 넘어 세상과 타인을 보고, 재난 앞의 거대한 서사만 아니라 그 아래와 이면, 틈새의 서사를 향한 목소리입니다. (김승민 개인전 ‘우연히 마주한 불길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할 때’)
16일~23일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다가올 재난을 경고하듯 ‘재앙의 조각들’ 연작을 그리는 김승민 작가의 ‘재난’에 대한 회화 전시입니다.
작가는 최근까지 자신의 고민과 연구인 환경 문제를 재난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확장하고 자연재해, 사고, 전쟁 등 다양한 내용으로 작품 20점에 담았습니다.
■ 삶, 일상에 틈입한 ‘재난’, 이를 대하는 자세
전시에 앞서 '소방차가 불난 집 불을 끈다. / 나는 신나게 구경을 했다. / 기절했다. 우리집이었다' 라는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초등학생의 소나기 삼행시를 앞세운 작가는, 미디어로 소비되는 불구경을 통해 자신이자 자신의 집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섭니다.
왜 그토록 몸부림치며 발버둥쳤을까. 재난이 가져온 위기와 혼돈의 순간마다 자신과 예술의 방향성을 고민했던 작가는 평범한 일상과 일상, 미묘한 균열의 틈을 헤집어 포착한 부조리한 경험과 삶의 모순을 보란 듯 끄집어 냅니다.
■ 작품 관람 통해 마음·의식의 제고 유도
사실 ‘예술’에 있어 구체적으로 ‘작품을 본다’는 행위가 어느 한 ‘작가’ 개인의 내면을 외부로 확장하는 통과의례라 한다면, 그 과정에서 관람자는 한층 자신의 마음의 경도를 ‘나처럼’ 높일 수도 있겠지라며, 작업들 또 전시를 통해 작가는 우회적으로 친절한 안내자를 자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존재로서의 ‘나’는 캔버스와 분리됨으로써 안전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창작자로서 ‘나’는 화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는 작가는 “종말이 다가온 풍경을 그리면서 동시에 스스로 공포의 과잉을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재난을 응시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두려움을 직시하고 위협 속에서 스스로가 눈을 제대로 뜰 수 있게끔 도전했던 기록을 공유하려 한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재난의 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이 갖는 태도와,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다가올 재난의 상황을 밀도 높은 이미지로 전합니다.
전시는 16일부터 23일까지, 관람은 전시기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니다.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전시공간인 제주시 관덕로의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으로 하면 됩니다.
#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붉거나, 흰, 파란 꽃들입니다.무채색 바탕,묵직한 마티에르에 볼륨감 있는 잎과 꽃잎 위로 흩날리던 눈송이들이 내려앉아, 흩어질 듯 위태롭습니다.
가만히 보면 평면 아닌 입체에 같은 모양 없이 헤쳐 모여,쌓아올리고 쌓인 종이 틈과 겹마다 작가의 기억들이 배어 스며 나오는 듯, 삶과 예술이 중첩되다 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이미지는 곧 물질’이라는 ‘베르그송’식 사유를 감히 대입한다면 물성(物性)이 곧 이미지인, ‘물질 흔적으로서 질료적 회화’가 다다를 그 이상이 어디일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화폭에 풀어낸 내공이 뿜어내는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작업 소재부터 직접 만들어 더 그렇습니다. 직접 닥나무를 재배하고 채취해 한지를 만듭니다. 처음 한지 장인이 만든 것을 사용하다 자신이 원하는걸 표현하기 어렵자 직접 한지를 만든 작가입니다.
지금은 닥나무 껍질로 죽을 쑤고 한지를 떠내는 기술이 장인 이상, 풀꽃과 야생화는 말할 것도 없이 전문가가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제주의 숲, 곶자왈 곳곳 넘치는 겨울 야생화의 생명력을 한지 부조회화에 가득 담았습니다. (전병현 작가 ‘겨울 만개 WINTER BLOSSOM’전)
17일~내년 2월 17일 갤러리 누보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가 백색 달항아리에 핀 붉은 꽃, 화려한 ‘겨울 만개 WINTER BLOSSOM’전으로 찾아왔습니다.
전병현 작가가 한지 부조 작업을 통해 태어난 신작들을 선보이는 전시로, 17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두 달간 이어집니다.
■ “생명의 기운 가득 담아”.. 제주의 숲 영감 ‘연작’ 선봬
작품에선 조선 백자가 연상되는 달항아리 속에 활짝 만개한 붉은 꽃이 뻗어있는 자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뿌리를 둔 한지의 두터운 ‘마티에르’(matière)감을 살려 작가 특유의 색과 형태를 찾아 완성한 작품들로, 작가는 “우주의 생명의 기운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합니다.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달항아리 속 꽃들과 함께, ‘야생의 필드(Field)’ 시리즈에선 제주의 곶자왈 숲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작품들이 기다립니다.
작가는 겨울에도 생명력이 충만한 제주의 숲 그리고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태양에 스스로 몸을 맡긴 겨울 야생화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아 작업을 했다고 전합니다.
■ 한국적 정서 살린 개성적 작업 등 성과
전병현 작가는 제 1, 2회 대한민국미술대전(1982, 1983년)에서 연이어 수상한 이후 파리 국립미술학교 유학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 한국적 미감을 살린 주제와 소재를 실험하며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 작업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전시를 앞두고 전병현 작가는 “만개(Blossom)란 새 생명을 틔우기 위해 죽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자연의 순환”이라며 “겨울 역경을 딛고 희망의 싹을 틔우는 '만개'의 기운으로 함께 하고 싶었다”고 제주에서의 개인전 소감을 밝혔습니다.
■ “강인한 생명력 충만, 제주 겨울 숲과 조화” 주목
작업 과정도 만만치 않은 긴 시간, 고단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직접 키운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물에 짓이긴 한지죽으로, 나무나 꽃 등의 형태를 만들고 화면 위에 올려 황토·돌가루 등을 입혀 먹과 유채, 목탄으로 마무리합니다. 공을 들이는 만큼, 작품이 주는 울림도 깊습니다.
리얼리즘, 극사실, 색면추상, 사군자 등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에 다방면의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한지 부조회화를 개척하면서, 주목 받는 중견 작가로 자리잡았습니다.
송정히 갤러리 누보 대표는 “제주돌문화공원 숲속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의 겨울은 고즈넉하면서도 숲의 생명력으로 충만하다”며 “이번 'BLOSSOM' 연작에서 느껴지는 단아함과 화려함,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이 제주의 겨울 숲과도 잘 어울려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 ‘싹공’일기 작가.. “생명의 순환, 전시에 표현”
작가에 대해 부연하자면, 앞서 2001년부터 온라인에 그림과 에세이를 실은 ‘싹공일기’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호응이 이어져 책 발간은 물론, 전시회까지 개최했습니다.
‘싹공(삭공(朔空))’에서 따온 ‘싹공’은, 작가의 말을 빌면 ‘싹’은 ‘초하루 삭(朔)’을 경음(硬音)으로 발음한 것으로 그믐달을 뜻합니다. ‘공’은 원으로 즉 만월(滿月), 꽉찬 달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싹공’은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다시 찬다’는 뜻으로, ‘어려우면 다시 차고, 차서 자만해지면 다시 작아질 것’이라는 작가 스스로 살 방향이라고 풀어낸 바 있습니다. 아호가 ‘삭공(朔空)’입니다.
관련해, 작가는 “이번 전시 제목인 ‘BLOSSOM’도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시 오프닝은 17일 오후 4시입니다. 오프닝에서는 전병현 작가를 초대한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2월 17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관람시간은 전시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갤러리 누보로 문의하면 됩니다.
# 낯선 곳, 낯선 공간에서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면 흔히 당황하기 마련이거나 스스로에게 지칠수 있건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계기로 삼아 동화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온통 자연과 사람이란 색으로 채우고, 섞었습니다. 명상이나 잠을 통해 들어간 무의식의 세계란게 오히려 현실보다 선명했고 그런 무의식의 언어로 기억되는 세계의 이야기들을 드로잉으로 옮겼습니다.
스스로 ‘마음 크로키’라고 이름 붙인 작업입니다. 그 안에서 다루는 세상은 모난데 없이 둥글둥글, 경계없이 부유하면서도 무질서하지 않게 조화롭고, 저마다 제 존재를 뽐내면서 서로 아끼는걸 ‘눈에 띠게’ 드러내지만 밉지 않습니다.
깊은 바닷 속 같은데 어쩔땐 우주이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인가 싶습니다. 특정 공간이라 한정짓는게 무색할만큼 이미 ‘멀티유니버스’를 예견이나 한 듯 주제와 소재, 개개 사물과 사연이 시공을 넘나들며 저마다의 서사를 구현합니다.
이를 읽어내고 얽히고 설킨 이야기에서 전체적으로 연결된 서사를 만들어내는건 오로지 관람자 몫입니다. (홍시야 작가 ‘홍시야의 마음 크로키’전)
17일~내년 1월 7일 아트제주 스페이스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입니다.
10여 년 전 제주로 이주해 사물이며 사람 그리고 풍경 등을, 순간 감각한 이미지와 느낌 등을 살려 드로잉으로 옮기는 자신의 작업에 2015년 ‘마음 크로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재 제주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아트제주 특별전 참여 이후 제주에서 3년 만에 여는 개인전 ‘홍시야의 마음 크로키’입니다.
17일부터 아트제주 스페이스에서 열립니다.
■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방점.. “내면에 대한 시선의 확장”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마음 속 깊은 내면에 스쳐 지나가는 심상을 건져 캔버스로 옮겼다고 설명합니다.
평소 명상과 싱잉볼 연주, 사운드 드로잉 등 다양한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마음 크로키'라는 자신의 장르를 체현하고 있는 작가는, 바다와 숲 그리고 동물의 형상을 통해 끝없는 심상의 이미지를 순수하고 자유로운 형태로 풀어내면서 관객의 시선이 각자의 내면 안으로 향하도록 이끕니다.
또다른 테마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입니다. 제주로 이주한 이후 섬에서 만난 사람, 풍경과 교감하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는 작가는 내면의 시선을 다시금 주변으로 확장하며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고 전합니다.
■ 회화, 미디어아트, 드로잉 시리즈 등 30여 점.. 굿즈도 선봬
이번 전시에서는 푸른 숲을 그린 대형 페인팅 작품 ‘Greenwood, 2022’를 비롯해 20여 점의 회화, 미디어 아트, 드로잉 시리즈 ‘생명이 있는 작은 것들’을 포함해 모두 30여 점을 선보입니다.
또 연말을 맞아 전시굿즈 상품으로 작품을 만날 기회도 제공합니다. 작품 이미지를 엽서북과 드로잉 이미지가 담긴 캘린더로 만들었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과 위로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한 희망과 사랑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전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예술을 통해 내면의 나를 만나는 여정을 안내할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이어집니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트제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아트제주 스페이스로 문의하면 됩니다.
(*작가 소개는 가나다 순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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