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김영익 “채권 시장 거품은 이미 붕괴… 투자 기회 잡으세요”

김신영 기자 2022. 12.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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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강연
조선일보가 이틀간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17일 강연한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채권 시장의 거품은 이미 붕괴됐지만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아직 많이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투잇

“주식과 부동산은 이제 ‘거품’이 꺼지는 중이지만 경제 상황을 보다 앞서 반영하는 채권의 거품은 이미 붕괴 수준으로 꺼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때라는 뜻입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강연에서 “내년부터는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채권 투자의 기회가 지나가기 전에 꼭 한번 고려해 보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 위기 및 시장의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해 한국의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예상이 여러 차례 적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엔 ‘킹(king·왕)영익’이라고도 불린다.

16~17일 양일간 열린 박람회 둘째 날 첫 강연으로 참관객을 만난 김 교수는 금융위기 및 코로나를 겪으며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만든 거품이 빠지면서 내년엔 경기 침체가 오리라고 예상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이 타격을 받아 성장률이 주요 기관들의 예측보다 낮은 1.2%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런 때는 주식 투자를 잠시 쉬는 것이 좋을 수 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전세계가 저금리가 부추긴 부채로 성장했고 모든 자산에 거품이 발생했다. 이 거품은 금리가 낮고 경기가 좋으면 버틸 수가 있지만, 물가 상승으로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는 동시에 경기까지 나빠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거품의 붕괴는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전문가의 리그’인 채권만큼은 시장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해 이미 거품이 제거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지금이 채권을 사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몇 달 전부터 ‘채권 좀 사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이유는 채권의 거품은 거의 붕괴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회사채보다는 한국 국채 같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최근 한국 국채 ETF(상장지수펀드)가 적잖이 상장돼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채권 투자하기가 쉬워졌다는 것도 채권 투자의 매력이 올라간 이유로 꼽았다. 연 5%대가 나올 정도로 최근 금리가 올라간 예금도 지금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 추천하는 상품으로 꼽았다.

조선일보가 16~17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개최한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둘째 날 오전 열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강연을 참관객들이 경청하고 있다. /인투잇

김 교수는 하지만 “채권과 달리 주식 시장의 거품 붕괴는 아직 멀었다. 이제 반 정도 온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나타내는 이른바 ‘버핏 지수’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수준인 334%에 달할 정도로 증시엔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 끼었었다”라며 “극대화됐던 시점보다는 다소 해소됐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중간쯤 와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아직 주식 시장에 투자하기는 다소 위험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증시가 내년에 더 하락할 때를 위해 준비를 했다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쓸 것을 권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날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는 누구인가”라고 질문이 나오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꼽았다. 그는 “버핏은 투자도 잘하지만 내가 그에 대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가 65세부터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며 “제가 올해 65세인데,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하셔서 투자로 성공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틀간 열린 ‘2023 재테크 박람회’엔 한파 가운데서도 약 2만명의 관람객이 참가해 강연장을 빼곡히 채웠다. 역대 최다인 20개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총 1100석에 달하는 두 개 강연장은 대부분 만석이었고, 일부 강연은 밖에서라도 들으려는 이들이 많아 복도까지 인파가 들어차는 등 투자의 ‘겨울’에도 재테크를 위한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준비한 연 6% 예금 특판 상품은 한 시간 만에 ‘완판’이 되고 금융회사들이 준비한 기념품도 대부분 바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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