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축구가 韓보다 세다는 걸 우리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니…[이진구 기자의 對話]
이진구 기자 2022. 12. 17. 14:00
[대화, 그 후- ‘못다 한 이야기’]
허정무 2010 남아공 월드컵 감독
허정무 2010 남아공 월드컵 감독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 전이 끝난 직후 허정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아쉽게 8강 진출은 못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듣기 위해서였죠. 아시다시피 그는 12년 전 첫 방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허 감독은 유망주 발굴 시스템, 축구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그중 제가 가장 들으며 놀란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고 언급하기도 싫지만, 이제는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 관계자들이나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일반인들은 모르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한일전에서 패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전술 부재, 선수들 부상 등 그날의 경기력 부재를 이유로 들었지, 축구 수준을 지적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우리 정서상 패인을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로 말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어느 감독과 선수들이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절감한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허 감독은 유망주 발굴 시스템, 축구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그중 제가 가장 들으며 놀란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고 언급하기도 싫지만, 이제는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 관계자들이나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일반인들은 모르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한일전에서 패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전술 부재, 선수들 부상 등 그날의 경기력 부재를 이유로 들었지, 축구 수준을 지적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우리 정서상 패인을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로 말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어느 감독과 선수들이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절감한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합니다. 허 감독은 일본은 고등학교 팀만 수천 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지난해 전 일본 고등축구연맹에 등록된 팀이 3962개더군요.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는 190팀이었습니다. 일본은 고교 축구팀이 의무라서 그렇게 많은 걸까요?
우리가 한일전 승패에만 집중할 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낮은 부분을 끌어올려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층도 두껍고, 대표팀 성적도 굉장히 안정돼있어 큰 기복이 없다는군요. 전 국가대표 이영표는 한 방송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이 더 강하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2013년입니다.
저는 일본 축구를 배우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 축구가 따로 있겠습니까. 세계 축구를 배우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결과겠죠. 단지 일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세계 축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한·일전 승패에만 매몰돼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높아진 축구 수준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볼은 둥글기 때문에, 하다 보면 어쩌다 우리도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단발성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허 감독에게 월드컵에 출전했던 역대 감독들이 조언 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월드컵을 석 달 남겨두고 네덜란드 현장 전력 분석보다 한·일전 승리에 더 신경을 썼다”라고요.
이번에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체 팀에게 패하는 일도 생길 수 있겠지요. 그런데 당장 눈앞의 한·일전에 질까 봐 과거에 익숙하던 방식으로 시합을 치르게 하면 감독이 구현하려는 선진 축구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한일전 승패에만 집중할 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낮은 부분을 끌어올려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층도 두껍고, 대표팀 성적도 굉장히 안정돼있어 큰 기복이 없다는군요. 전 국가대표 이영표는 한 방송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이 더 강하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2013년입니다.
저는 일본 축구를 배우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 축구가 따로 있겠습니까. 세계 축구를 배우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결과겠죠. 단지 일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세계 축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한·일전 승패에만 매몰돼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높아진 축구 수준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볼은 둥글기 때문에, 하다 보면 어쩌다 우리도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단발성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허 감독에게 월드컵에 출전했던 역대 감독들이 조언 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월드컵을 석 달 남겨두고 네덜란드 현장 전력 분석보다 한·일전 승리에 더 신경을 썼다”라고요.
이번에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체 팀에게 패하는 일도 생길 수 있겠지요. 그런데 당장 눈앞의 한·일전에 질까 봐 과거에 익숙하던 방식으로 시합을 치르게 하면 감독이 구현하려는 선진 축구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작년 3월 벤투 감독의 대표팀이 평가전을 겸한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 3으로 진 뒤 여론의 비난이 워낙 거세지자 급기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대 5로 지자 ‘오대영’이란 조롱을 받았습니다. 저는 축구에 문외한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저 점수 차이가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투나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준비고 뭐고 간에 승패에 집착했다면 지더라도 저런 큰 점수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월드컵이지 그 과정에 벌어지는 평가전이 아니니까요.
앞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한·일전에서 늘 지는 모습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 뿐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굳이 일본이 우리보다 잘한다는 걸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지는 한·일전을 보고 싶지 않다면, 또 언젠가 일본이 월드컵 8강, 4강에 진출하는 걸 부러워하면서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나아지게 된 과정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해야 하고 또 긴 호흡을 가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까?
앞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한·일전에서 늘 지는 모습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 뿐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굳이 일본이 우리보다 잘한다는 걸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지는 한·일전을 보고 싶지 않다면, 또 언젠가 일본이 월드컵 8강, 4강에 진출하는 걸 부러워하면서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나아지게 된 과정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해야 하고 또 긴 호흡을 가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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