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지 속 군사 대국 야심 보이는 日… ‘전수방위’ 버리고 태세전환 [이슈+]
‘반격 능력’ 및 5년간 방위비 약 415조원 확보 방침
‘中 최대의 전략적 도전’ ‘北 중대·임박한 위협’ 규정
일본 국민 68% “방위력 강화에 찬성”…“반대” 27%
美 “동맹 파트너 자위력 강화 폭넓게 지지” 힘 실어줘
일본이 자위대 창설 이후 유지해온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의 개념을 버리고 ‘군사대국’을 향한 야심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16일 각의에서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5년 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선제공격까지는 아니라도 ‘창’의 기능을 일부 가짐으로써 상대의 공격을 억지하려는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이 외국 영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반격 능력을 “필요로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고 규정했다. 앞으로 일본의 자위권 행사가 일본 영토 밖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한 셈이다. 교도통신은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자위대는 수비를 철저히 하고 미군의 타격 능력에 의존해왔던 미일의 역할 분담이 변화하게 된다”며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의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가 더욱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반격 능력 수단 확보를 위해 2023년도부터 2027년도까지 향후 5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투입해 장사정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산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도입하는 한편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을 개량해 사정거리를 늘리고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또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막는 ‘능동적 사이버 방어’ 도입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외국에 팔거나 양도하는 것을 금지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 지침도 재검토한다.
일본 정부는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간(2023∼2027회계연도) 방위비로 약 43조엔(약 415조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2019∼2023회계연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반영된 방위비 27조4700억엔(약 264조원)보다 56.5% 많은 액수다. 일본 정부는 5년 뒤인 2027회계연도에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보완하는’ 예산을 현재 GDP의 2%에 달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명기했다. GDP의 2%는 11조엔(약 106조원) 규모로 올해 GDP의 0.97% 수준인 방위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주변국에 대한 기술도 달라진다. 일본 정부는 개정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북한, 러시아보다 먼저 다루면서 기존에 중국을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표현한 것을 개정판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국가안보전략의 하위문서인 국가방위전략에는 중국이 8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지역 주민에 위협’으로 적기로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현행 국가안보전략에서 사용한 표현을 유지한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 보유 추진에 앞서 북한과 중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및 변칙궤도 미사일을 염두에 두고 현재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의 방위력 강화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갤럽과 함께 지난달 중순 양국 유권자 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일본 응답자의 68%가 자국 방위력 강화에 찬성했다고 16일 밝혔다. 방위력 강화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27%였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미국 응답자의 결과도 이와 비슷한 결과(찬성 65%, 반대 27%)로 나타났다.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나라를 꼽아 달라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일본 응답자의 80% 이상이 북한(82%), 러시아(82%), 중국(81%)을 택했다. 2020년 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대한 일본인 답변 비율이 중국 77%, 북한 73%, 러시아 57%였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응답자는 러시아(79%), 중국(77%), 북한(70%) 순으로 위협이 되는 나라를 꼽았다.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양국 응답자 모두 ‘대화’보다 ‘압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압력 중시’를 택한 비율은 일본 48%, 미국 61%였으며 ‘대화 중시’는 일본 43%, 미국 33%였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반격 능력’ 확보 마련에 앞서 지지를 표명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일본의 노력을 포함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가 자위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폭넓게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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