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제균 감독 “첫 뮤지컬 영화 ‘영웅’, 사라진 가족 관객 돌아올 것”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2. 12. 17. 1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각적 강점 ‘아바타2’, 시청각 종합선물세트 ‘영웅’”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신작 ‘영웅’으로 스크린 컴백했다. 사진ICJ ENM
“오랜만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많이 떨리네요. 바람이요? 관객들을 실망 시키지 않고, 사랑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쌍 천만 신화를 이뤄낸 윤제균 감독(54)이 신작 ‘영웅’을 들고 8년 만에 돌아왔다. 평소 호탕하고 담대하기로 소문난 윤 감독이지만 오랜 공백기와 뮤지컬 영화라는 새 도전을 감행한 만큼 개봉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떨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윤 감독의 복귀작인 ‘영웅’은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지금까지 ‘안중근’ 역으로 무대를 이끌어온 정성화가 주연을 맡아 오리지널리티를 살렸고, 다채로운 변주로 무대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김고은 김우진 박진주 조재현 이현우 등이 함께 하고, 나문희가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얼마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행복했다”는 윤제균 감독은 “이 영화의 시발점은 뮤지컬 ‘영웅’인데, (원작 작품의) 감독님 겸 제작자인 윤호진 대표님이 ‘잘 만들었다. 정말 좋았고, 많이 울었다’고 극찬을 해주셨다. 앞으로도 수 십 년을 더 해야 하는 공연인데 혹시라도 영화가 폐가 되면 안 되니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반응을 주셔서 안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 감독은 “‘영웅’의 영화화를 결심하며 두 가지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뮤지컬 ‘영웅’을 본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고, 정성화보다 이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확신했다”며 “처음부터 안중근 역은 정성화였다. 전혀 대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설희 역할도 마찬가지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분들과 매니지먼트사에 수소문을 했고, 우리나라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배우를 찾아다녔다. 수소문 끝에 딱 2명, 김고은과 박진주 배우를 추천 받았고 실제로 기대보다 훨씬 대단한 실력자들이었다. 이들의 캐스팅이 안되면 집에 찾아가 무릎까지 꿇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중요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윤제균 감독이 생애 첫 뮤지컬 영화 도전의 어려움을 들려줬다. 사진ICJ ENM
검증된 실력자들을 캐스팅한 만큼 윤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래 신 대부분을 현장 라이브로 진행했다. 레전드 뮤지컬 영화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 역시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윤 감독은 “막상 촬영을 진행하며 ‘후시 녹음을 할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내 후회가 되더라”라며 “배우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테이크를 많이 가면, 나중엔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화를 낸다. OK 사인이 끝까지 안 나올 때도 있다. 연기를 너무 잘했는데 노래에서 음이탈이 난다든지, 반대로 노래는 잘했지만 연기가 부족하면 OK 사인을 줄 수가 없다. 이로 인해 배우들이 거의 탈진 상태까지 갔다”고 고충을 돌아봤다.

“추운 겨울에 촬영했는데, 세트장에 들어오면 일단 소리가 나는 점퍼는 다 벗어야 했어요. 배정남 씨가 소리가 안 나는 재질의 겉옷 협찬 200장을 받아와서 돌리기도 했죠. 야외 촬영할 때도 각종 리스크를 다 줄여야하다 보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어요. 촬영 시간만 다른 영화에 비해 3배 정도 더 들었는데, 모두가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가장 분량이 많은 주연 배우 정성화와 김고은은 재촬영도 수차례 진행했다. 특히 킬링 넘버이자 정성화가 부른 ‘장부가’의 경우 13번의 테이크를 갔고, 가창 횟수는 총 30회 가량이었다.

윤 감독은 “13번의 테이크에도 아쉬움이 남아 2번이나 재촬영을 했다. 총 3번이나 촬영한 것”이라며 “정성화는 이미 촬영을 마치고 다시 살이 붙은 상태였는데 다시 잡힌 재촬영 스케줄에 다시 체중을 감량하고 왔더라. 후반 작업 중에도 1%가 아쉬워 세 번째 촬영을 진행했고, 그렇게 완성본에 삽입됐다”고 설명했다.

높은 완성도를 위한 혹독한 과정엔 이처럼 모두의 고통이 녹아 있었고, 노령의 나문희조차 피할 수 없었다.

윤 감독은 “나문희 선생님의 마지막 넘버를 5~6번 찍었는데 너무 힘드실 거 같아 후시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OK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스스로 마음에 안 드신다며 다시 하자고 했고, 13번 만에 OK가 났다. 그럼에도 편집하고 믹싱을 하다 보니 아쉬움이 남아 재촬영을 간곡하게 부탁드렸다”면서 “선생님이 이 정도인데 다른 배우들은 어땠겠는가.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 과정이었다. 영화에 담긴 중요한 신들은 그야말로 수없이 재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고 재차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윤제균 감독이 ‘영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흥행을 소망했다. 사진ICJ ENM
이토록 어렵게 완주한 ‘영웅’. 결과물엔 얼마나 만족할까. “처음부터 쉬운 길은 가지 말기로 했다”는 그는 “저를 비롯해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렸다. 온 정성과 진심을 담았기에 해낼 수 있었고, 그 에너지를 잊을 수 없다. 우리 영화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청각적 매력이 있고, 모두의 진정성이 깊게 배어있는 만큼, 가슴이 뜨거워지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 공개 후 관객들 반응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보겠다’ ‘가족들과 함께 보겠다’ 였어요. 요즘 가족 단위 관객이 극장에 잘 안 오잖아요. 특히 코로나 시대 이후론 정말 많이 사라졌어요. 잘하면 ‘영웅’을 통해 가족 분들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영웅’은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흥행력을 과시 중인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과 연말 극장가에서 경쟁한다.

윤 감독은 이 같은 상황에 “‘아바타2’가 시각적인 강점이 있다면, 우리 영화는 시청각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며 “우리 ‘영웅’팀은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만든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흥행은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의 관객 분들의 선택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잘 만들어 놨으니 간절히 기도하는 일만 남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겸허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교만하거나 자만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해요. 매일 매일 간절하게, 우리 작품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영웅’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