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신용도 먹구름…잇달아 등급 전망 하향

박정수 2022. 12.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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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크레딧]
대규모 투자에 경기 침체…등급 전망 ‘긍정적’→‘안정적’
9조 규모 ‘샤힌 프로젝트’ 진행…S-Oil 신용지표에 부담
S&P 기존 추정치인 5조~7조원 대비 크게 늘어
동부건설, 분양실적 저하로 사업 변동성 확대…분양률 68.3%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이번주 크레딧 시장에서는 재무적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정유사와 건설사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등급 상향을 앞두고 ‘긍정적’ 전망이었던 신용도가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S-Oil의 석유화학시설(ODC) 전경 (사진=S-Oil)
17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Oil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샤힌 프로젝트의 대규모 건설비용이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 S-Oil의 신용지표에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 11월 17일 S-Oil은 2단계 석유화학 복합시설 구축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투자 결정을 발표했다. 건설공사는 2023년에 시작해 2026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 완공된 40억달러 규모의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으로, 연간 최대 32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한국 내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환율이 오른 데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애초 알려진 투자 액수보다 규모도 커졌다. 총 투자 규모는 약 9조3000억원으로 S&P의 기존 추정치인 5조~7조원 대비 크게 늘어났다.

S&P는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며 “S-Oil은 기존 원유 정제공정에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를 채용한 스팀 크래커 구축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비중을 현재 12%에서 약 25%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S-Oil은 영업현금 흐름과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간접지원 등을 활용해 프로젝트 자금의 약 70%를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약 30%는 차입할 계획이다. S&P는 “아람코가 S-Oil에 재무적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S-Oil은 원유외상기일 연장 및 주주대출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후세인 알 카타니 S-Oil 대표이사 CEO(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건설업체 대표들과 샤힌 프로젝트 EPC 업체 선정 계약 체결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Oil)
샤힌 프로젝트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S-Oil의 사업다각화 수준은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S&P는 “석유화학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구조적 수요 감소에 직면한 정유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된다”며 “또 운영효율 제고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탄소배출량 저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S&P는 “샤힌 프로젝트의 대규모 건설 비용은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 S-Oil의 신용지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S-Oil이 향후 3년 동안 재량적 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하고 차입금 규모도 기존 예상치 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는 S-Oil의 등급 상향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S-Oil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 차입금 비율은 2022~2023년 1.0~2.5배에서 2024~2025년 3.5~4.5배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BBB’급인 S-Oil의 장기 신용등급은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고려해 유지했다. S-Oil은 올해 3분기 누적 약 3조6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유가상승과 수요증가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S-Oil의 견조한 영업실적을 고려할 때 2022년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약 1.0배 수준으로 추정한다.

S&P는 “S-Oil의 2023년 재무실적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대비 둔화되겠지만 과거 평년 대비 여전히 견조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의 하락세 전환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사업 실적이 둔화됨에 따라 2023년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2.0~2.5배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동부건설(005960)의 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체사업 추진, 지분투자 등 자금 소요와 금융 시장 경색으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판단에서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2019년부터 자체 개발사업과 대형 사업장 착공에 따른 운전자금 변동으로 연결기준 차입규모가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2021년의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지분 인수와 이후 공공택지 매입 등으로 재무부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또 “2024년까지 공공택지 매입을 위한 추가 지출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건설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시장의 자금경색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점은 동부건설의 재무융통성과 유동성 대응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분양실적 저하로 사업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동부건설의 2022년 9월 말 진행사업장 분양률은 68.3% 수준이다.

전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들어 주택수요 위축과 거시경제 여건 저하로 인해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동부건설 또한 경기 저하로 기존 미분양 현장의 분양률 제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최근 분양 현장을 중심으로 저조한 초기분양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분양실적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도 저하됐다. 올해 3분기에는 동부건설 자회사의 원가 조정 등으로 연결기준 영업손실(134억원)을 기록한 결과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3% 감소한 116억원에 머물렀다.

전 연구원은 “향후 자재가 상승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제반 공사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일부 사업장의 매출 인식 지연 또는 비경상적 손실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예년 수준으로의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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