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무엇이든 만들고 짓는다’- 민우식 건축가(上) [효효 아키텍트]

2022. 12. 17. 12: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3회

최근 공간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세는 카페이다. 지난 10월 ‘2022년 한국건축가협회 상’ 7개의 최우수작중 3개가 카페 건물이다.

카페 건물은 출품작 61개 중 약 15%로, 1979년 상이 제정된 이래 가장 많은 비율 이다. 한국 특유의 카페 문화에 기반한 ‘카페 건축’장르가 BTS등 대중 공연 문화와 함께 세계 건축계에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카페 바하리야 안쪽 풍경. /사진제공= 민 워크샵 건축사사무소
경기도 여주 ‘카페 바하리야’(2022)는 부지 옆으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삼각형 땅의 형상을 그대로 닮은 매스를 배치하여 마치 미국의 사막을 무대로 한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스토리가 나올 것 같은 장소성이 특징이다.

민워크샵 건축사사무소 민우식 대표 건축가가 처음 찾은 대지는 삭막한 인상을 주었다. 주변의 맥락에서 건축적 모티프를 찾기가 어려웠다. 고속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장소를 인지하는 게 설계의 첫 번째 키워드가 되었다. 대지의 가장 긴 변에 높이 4미터, 길이 50미터의 하얀 떠있는 벽을 만들었다.

위에서 본 여주 카페 바하리야. /사진제공 = 황효철 사진 작가
1층에는 필로티 구조를 적용해 건물을 땅에서 들어올리고 그 위층은 세밀한 비율로 제작된 T밀리언을 사용, 투명성을 극대화하였디. 구조의 경계를 소거시켜 내부 공간의 자율성을 획득했다. 장소의 특색에 따라 빠른 속도감에 대응하는 시간의 변화와 하얀 모래 정원과 못 위로 떨어지는 빛의 풍경이 공존한다. 아무런 식재가 없는 일본식 정원은 건축주의 한정된 예산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었다.

손님들은 고속도로 풍경과 연못, 일본식 정원을 양편으로 보며 커피를 마신다.

고속도로와 정원 풍경 영역 사이 구조물은 속이 비었고, 상부의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은 긴 복도를 양분한다.

​건물 2개(카페동, 주택동) 에 다양하게 적용된, 얇아지는 슬라브, 20미터의 매달린 경사로, 가볍고 경쾌한 T 바 기둥들, 풍압을 지지하면서 천막을 걸 수 있는 로드 바와 야외 기둥 같은 디테일은 대담하고 단순한 구조와 형태를 강조하기 위한 장식이자 구조이다.

카페 바하리야의 전작(前作)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카페 톤’(2019)은 검은색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오목하게 휘어진 지붕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무거움과 폼의 가벼움을 같이 표현하고자 했다.

용인시 카페 톤. /사진제공= 황효철 사진작가
물류센터 옆, 주차장이 중요한 가족형 카페가 설계 방향이었다. 대형 카페는 건축주의 방향 설정 및 의지가 중요하다.

용인 자연휴양림 인근 대지에 커피 제조사 사옥과 ‘카페 톤’을 앉히면서 ‘카페 톤’은 커피 테이블 또는 천막이 있는 평상에서 형태적 영감을 얻었다. 카페 톤의 2층 홀은 4.2m 높이의 통 유리를 적용한, 기둥과 칸막이 없는 10×30m의 열린 공간이다.

용인시 카페 톤 실내. /사진제공 = 황효철 사진 작가
교량에서나 볼 법한 네 개의 큰 기둥들은 나풀거리는 천을 잡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곡면의 지붕을 지탱한다. 부재의 크기나 형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하면서 의외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현대 한국인 평균의 주거환경이 되어버린 아파트는 거주의 수단보다 재산 보전 가치가 더 상위에 있다. 집합주택인 아파트, 늘어나는 1인가구를 수용하는 원룸의 주거 환경은 기능성 중심의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공간에서 오는 협소함과 답답함 때문에 주거 단지 인근에 카페를 불러모은다.

대도시 외곽에는 ‘대형 카페’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 양식을 낳았다. 3년여 지속된 코로나19는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하는 동기를 부여, 전국적으로 (대형) ‘카페 건축’이 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민우식 건축가의 교육 이력이 특별한 것은 삶의 환경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미국 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귀국 후 부친 밑에서 10여년간 실무를 하며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였다. 부친인 민영백 <민설계> 회장은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 공장 등 4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민영백은 한국 인테리어 산업의 개척자이고 대표적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는 홍익대 건축학과가 미술대학에 속했던 1960년대 건축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한편 민영백의 부친은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의 비서(판공)실장을 지냈던 독립 운동가 민필호이며, 외조부는 임시정부 국무총리 겸 외무총장을 지낸 신규식이다.

민우식은 30대 초반도 지나 재차 미국 유학에 나섰다. 우화 ‘비만 오면 우는 청개구리’에서 보듯 괜히 부친과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부친이 주력하는 사업 영역을 피하면서도 실무에서 벗어난 관념적이고 아카데믹한 커리큘럼의 학교는 원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곳은 미국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의 크랜브룩 예술 아카데미 (Cranbrook Academy of Art) 건축과이다. 크랜브룩은 핀란드 출신의 엘리엘 사리넨 (Eliel Gottlieb Saarinen·1873~1950)이 설립했고 그의 아들 에로 사리넨, 찰스 임스와 듀앤 한슨 같은 저명한 건축가, 디자이너와 조각가 등을 배출하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조건 만들어 낸다’는 기질과 창의성을 우선하는 학풍은 자신과 잘 맞아떨어졌다.

귀국 후 <바우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거친 뒤 민워크샵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경기도 판교의 주택을 첫 프로젝트로 맡은 이래 7년 동안 주택에만 집중했다. 주택은 건축주인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정립하는 가운데서도 그의 건축은 작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스케일 큰 건축이 제대로 된 건축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 주택 건축주 들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느냐면서 맡긴 것이 카페 건축이었다.

[프리랜서 효효]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