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가시지 않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더 아프게 한 말들
국무총리부터 여당 실세, 시의원까지 유가족에 망언 릴레이
유가족협의회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그런 헛소리하는 것”
진중권 “희생자에게 공감하는 대신 자기들 안위만 걱정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5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아프다.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을 더 아프게 한 건, 사과와 위로 대신 쏟아진 ‘막말’이었다. 진상규명과 책임을 다짐했던 정치인들의 입에서는 ‘선 넘는’ 말이 연거푸 튀어나왔다. 오죽했으면 유가족이 직접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더러운 입을 놀리지 말아라”라고 경고할 정도다. 정부는 사태의 책임자를 가리겠다는 명분 아래 50일을 보냈지만, 여전히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상황만 계속 연장되는 모양새다.
◆“굳건했어야…” 한덕수 국무총리에 “공감 능력 제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오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본인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총리실은 간담회 이후 입장문을 통해 “한 총리는 이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다른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 등 가능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공감 능력 제로”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친구 둘을 잃고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 삶을 마감한 고등학생을 두고 총리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며 “공감 능력 제로. 이게 이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총리가 할 말입니까”라고 했다. 이어 “참사를 겪고 바로 곁에 있던 친구 둘을 잃고 고통에 얼마나 짓눌렸으면 그 어린 학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지 전혀 헤아리지 못한다는 건가. 생존자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어떻게 하면 책임을 회피하나, 이런 생각만 하니까 저런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생존자들에게, 희생자들에게,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6개 요구사항에 정부와 국회는 성의를 다해 응답해야 한다. 2022년이 저물어 가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삶은 10월29일 밤에 머물러 있다.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위로하고 경청하고 소통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의원 역시 말로써 진정한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모인 유가족들을 ‘공격’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출범 사실을 알리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장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은 “자식팔아 장사한다”는 망언으로 유족들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된 상태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두고 “#나라구하다_죽었냐”, “시체 팔이 족속들” 등 막말을 쏟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시의회에서 사과한 김 의원은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공인인 것을 깜빡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경아 유가족협의회 준비위원은 1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들을 겨냥해 “김 의원은 시체 위에 발길질을 했다”며 “국민의힘 당원들의 분위기고 대통령의 입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 준비위원은 “최고 통수권자가 계속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속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그런 헛소리를 감히 할 수 있겠나”라며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 때문에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이분은 사실상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이분도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말을 해서 저도 비판을 강하게 했다”며 “희생자에게 공감하는 대신에 자기들 안위만 걱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준비위원은 “유가족들이 모이는 걸 처음부터 너무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 프레임을 갖고 있다가 말이 튀어나온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장 의원을 향해서는 “장제원 의원이 말실수가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했는데 그것 또한 대통령의 입”이라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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