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도 말라간다…죽음 내몰리는 백두대간 침엽수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에 서식하는 분비나무도 죽어가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정상과 능선에서 살펴본 분비나무는 집단 고사 형태를 보였다. 지난해 11월초 함백산의 중함백 봉우리 해발고도 약 1500m에서 기후변화 멸종위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국립백두대원수목원의 연구원들을 만났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변준기 박사는 “함백산을 비롯해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의 분비나무 고사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온, 강수량, 강설량 등이 수목에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침엽수인 소나무도 고사하고 있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등 생태축에서 금강소나무의 고사가 확인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겨울철 건조와 가뭄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고사 현상은 2015년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에서 시작되어 경북 봉화,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2020년부터는 백두대간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2022년 8월 현재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백두대간 생태 축 곳곳에서 고사가 확인되고 있다.
금강소나무 고사가 활발한 곳은 대부분 보호지역이다. 울진삼척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불영계곡문화재보호구역,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설악산국립공원 태백산국립공원 등이다. 국내에서 생물다양성이 제일 탁월한 곳에서 금강소나무의 고사가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우려된다. 금강소나무가 고사하면 이 나무와 연결된 다양한 생물군에도 여러 악영항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낮은 고도에 서식하는 전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함백산 입구에 자리잡은 정암사는 30m 높이의 곧고 우람한 전나무들의 집단 서식지다. 지난 3년 새 부쩍 많은 전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찾아갔을 때도 200년은 족히 되었을 전나무가 두 동강이난 채 뿌리를 드러내며 넘어져 있었다.
침엽수의 죽음은 기후 위기가 한반도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녹색연합 박은정 팀장은 “고사 실태의 전수조사 및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변준기 박사는 “분비나무를 비롯하여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잣나무 주목 등에 대하여 멸종위기 보전복원 차원에서 깊이 있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수아 황민혁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나무의 죽음은 산사태를 낳는다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늘었다. 2000년 전후부터 시작됐고, 소강 상태를 거쳐 2014년께부터 다시 빈번해졌다. 폭 20~50m, 길이 500~2000m까지 산사태로 인한 훼손 면적은 다양하다. 인위적인 개발로 인한 훼손이 아닌데도 물리적 훼손 면적은 상당한 수준이다. 문제는 산사태의 발생지점이 높은 고산지역이고 경사가 급해 자연회복이 매우 더디거나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리산을 비롯하여 설악산과 오대산 등 백두대간 고산지역에서의 대규모 산사태는 지난 2000년께부터 잦아졌다. 사람들은 처음엔 높은 산에 폭우가 쏟아져 발생한 산사태라고 생각했다. 더 강하고 빈번한 폭우가 백두대간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산사태 발생지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고산 침엽수의 집단 고사지역과 겹친다. 대부분 해발 1500m 전후의 경사가 급한 산지 능선부 근처다. 침엽수가 기후스트레스로 죽어가는 바로 그 지역이다. 고산지역 침엽수 집단 고사가 산사태를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고산지역 산사태는 토사유실, 암석의 붕괴 등을 동반하는 추가적인 산사태를 부른다. 산사태 연쇄 작용은 대규모 생태계 훼손을 가져온다.
한국산림과학기술연구소 김민식박사는 “산사태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국립공원 탐방로 주변의 산사태 위험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피해지역과 고산 침엽수 피해지역에 대하여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훼손지는 생태복원을 시도해 볼 필요도 있다. 지리산 산사태 피해지역은 해가 갈수록 추가적인 토사유실과 훼손이 이어지고 있다. 그냥 두기에는 훼손의 양상과 정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
박범식 녹색연합 기후위기 적응 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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