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지금 1991년 서울...‘재벌집 막내아들’ 될 기회가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2. 12.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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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RDP 6000달러 하노이
1991년 서울 상황과 꼭 닮아
8년뒤 목표 1만3000달러라는데
1999년 한국은 1만4600달러
진도준이라면 1991년 한국에서
어디에 투자해 큰 돈 벌었을까

[신짜오 베트남-224]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1인당 역내 총생산(GRDP)이 1인당 600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하노이는 2030년까지 1인당 GRDP를 1만3000달러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는데 가능한 일일까요? 8년만에 1인당 총생산을 7000달러나 높여야 하니 꽤 도전적인 목표가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의 수도 서울과 비교해서 가능성을 타진해보겠습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하노이시의 GRDP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해 1인당 평균소득이 597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또 총자본성장률은 13.8%, 수출증가율은 11.9%을 기록했습니다. 빈곤감소율은 지난해 대비 38.8%, 인구증가는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초 베트남 정부 측은 하노이 1인당 GRDP를 2030년 까지 1만3000달러까지 높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정 도시 1인당 생산이 1만3000달러라면 낮은 수치가 아니죠. 베트남 하노이는 과거 서울의 몇년 전과 비교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를 위해 통계청 발표 수치를 가져와봤습니다. 서울의 GRDP 데이터를 최근 환율(달러당 1300원)로 일률적으로 환산했습니다.(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해당 시점의 환율로 변환해야 하겠지만 대략적인 시계열만 보기 위한 것이라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결과 베트남 하노이는 서울의 1991년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서울의 달러환산 GRDP는 6185달러로 베트남의 현재와 꼭 닮았습니다.

현 시점 기준으로 8년뒤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1인당 생산을 1만3000달러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1991년에서 8년이 지난 1999년 당시 서울의 GRDP는 얼마일까요.

PC방 내부 전경. /사진제공= 연합뉴스
결과는 1만4678달러였습니다. 1999년 대한민국은 새천년을 앞두고 가파른 경제성장에 심적으로 크게 풍요로운 시기였습니다. 1998년 데뷔한 신화와 1999년 무대에 오른 플라이투더스카이가 가요계를 수놓고 있었고, 건물마다 새로 깔린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e스포츠’가 태동하기도 한 그런 해였죠.

또 최근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시면 알 수 있지만 당시 ‘닷컴버블’이 불며 IT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던 시기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정부의 기대대로 하노이가 경제성장 추이를 이어간다면 하노이의 8년 뒤 미래는 1999년의 서울과 흡사한 모습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12월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물론 베트남이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 경제에 들어온 외국 자본은 크게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돈보따리였습니다. 세 나라는 지리적 인접성을 축으로 베트남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상황이었습니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자국 ‘일대일로’ 세계관에 베트남도 포함되기를 바랬습니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 ‘쩐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은 베트남 역시 일본의 영향력 안에 속하기를 바랬습니다. 동남아 시장 ‘머니 파워’에서 일본과 중국에 밀린 한국은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 만큼은 한국의 ‘베이스캠프’로 남아주길 바랬습니다.

이렇게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중첩된 베트남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자본을 빨아들이며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이 여기서 한단계 더 치고 나가려면 결국 미국을 축으로 한 대규모 자본을 대거 끌어와야 합니다. 요즘 베트남이 대놓고 미국에 구애 사인을 날리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국방부가 주최한 ‘2022 베트남 국제 방위엑스포’에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 텍스트론, IM시스템즈 등이 베트남 정부 관계자를 만나 심도있는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주로 러시아산 무기를 국방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무기를 들여오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에 베트남이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무기 공급을 늘리려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에 베트남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미국 방산업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입니다.

아마도 머지 않은 시기에 베트남은 사회주의라는 근간을 유지하면서 미국 자본이 비교적 수월하게 베트남 국경을 오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할 것이고, 그걸 계기로 베트남 경제성장에 베팅하는 미국 자본 물줄기가 베트남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요새 ‘재벌집 막내아들’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나도 진도준 처럼 과거를 알 수 있다면 돈을 쓸어 담을텐데”라고 아쉬워 하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릴수는 없고, 이미 태어난 우리는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1991년의 대한민국과 비슷한 베트남을 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1991년 이후 베트남의 어떤 산업이 성장했는지, 당시 주식시장 변화는 어땠고 소비문화는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지를 보면 그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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