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사람만 냅시다”…MZ 세대 ‘국민연금 불신’ 왜?

신승민 2022. 12.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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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재정이 고갈돼, 지금 청년 세대는 장차 수급 연령이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면서, MZ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은 결국 되돌려 받지 못하는 돈’이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프로그램 풀 영상] KBS 시사기획 창 379회: "나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 '부자나라 연금빈민' (2022년 7월 12일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JjtbwUUukc4
* 위 주소를 누르시면 유튜브에서 해당 프로그램 방송분 전체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 "월급 내역 볼 때마다 화난다"…'못 받는 돈' 국민연금 징수에 뿔난 MZ들

"이걸 왜 의무로 내야 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가네요. 월급 내역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원하는 사람만 내게 하든지, 법 개정이 절실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뭘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직장인 A씨

"연금 해지하고 각자 돈 돌려주세요. '내가 낸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방적인 조건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제 노후는 제가 알아서 준비할게요." - 직장인 B씨

- '트위터' 및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물 중 '국민연금' 관련 글 재구성

'물가는 올라도 월급은 제자리', 그래도 직장인들에게 매달 '급여 일'은 반갑기만 한데…. 통장에 찍힌 '실수령액'이 왠지 적다 싶으면 다시금 '급여 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것, 바로 '4대 보험료'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의 경우, 당장의 혜택이 아닌 '노후 보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성인(18세 이상 60세 미만)'이라면 '의무 가입'으로 총소득의 9%(근로자 4.5%+사용자 4.5%)에 달하는 보험료를 다달이 납부해야 하는데요.

'천 원 한 장'도 아쉬운 20~30대 청년층, 이른바 'MZ 세대' 직장인들에게 매달 여지없이 징수(徵收)되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근래 들어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재정이 고갈돼, 지금 청년 세대는 장차 수급 연령이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면서, MZ 직장인들 사이에선 '결국 되돌려 받지 못하는 돈'이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청년층이 '국민연금을 불신(不信)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건전재정포럼이 지난 9월~10월 20대 청년 115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7.2%가 국민연금을 ‘청년들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답변했다. (사진 출처=건전재정포럼 제공)


■ 국민연금 'MZ의 시각' ① 상호주의: "낸 만큼은 돌려줘야 내지…'밑 빠진 독' 아닌가"

한국경제연구원 및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 기준 약 740조 원 규모(현재 약 900조 원)인 국민연금 기금은 2050년 416.4조 원으로 내려앉은 뒤 2055년에 소진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측은 지난 1월 보도자료에서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 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이른바 공평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일종의 '상호주의'를 중시하는 MZ 세대 직장인들은 이 같은 전망을 우려하며, '낸 만큼도 돌려받지 못할 돈을 왜 내야 하는가'라고 반발합니다. SNS 등에서는 "내가 낸 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은데, 못 받을 걸 아니까 차라리 직접 (돈을) 굴리겠다는 거다", "어차피 못 받는 세대인데 왜 우리가 계속 내야 하나"라는 글이 이어집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건전재정포럼이 지난 9월~10월 20대 청년 115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은 밑 빠진 독'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조사에 응한 청년들은 '밑 빠진 독'이라는 표현을 꼽은 이유에 대해 "현재의 청년이 국민연금을 수령할 시점에 유의미한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성 세대 부양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2차 청년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도 "현 국민연금 운용에 요구하는 것은 '신뢰'와 '세대 간 형평'"이라며 "국민연금 기금 소진 등의 우려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 및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 기준 약 740조 원 규모(현재 약 900조 원)인 국민연금 기금은 2050년 416.4조 원으로 내려앉은 뒤 2055년에 소진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KBS 방송 영상 갈무리)


■ 국민연금 'MZ의 시각' ② 현실주의: "더 내고 늦게 받는다? 차라리 덜 내고 덜 받을래"

MZ 세대의 '국민연금 납부에 대한 불신'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있다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비판'은 '현실주의' 시각에서 비롯됩니다.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재정 고갈' 전망이 잇따르면서,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필요성' 또한 줄곧 제기돼왔습니다. 대표적 개혁안으로는 ▲수급액 조정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이 있는데요.

지난 8일 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도 운용 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이 거론됐습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인상해 2036년 15%까지 올리고, 현행 62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하는 '수급 개시 연령'을 2048년 68세까지 높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지난 8일 복지부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인상해 2036년 15%까지 올리는 개혁안이 제시됐다. (사진 출처=KBS ‘시사기획 창’ 379회 방송 영상 갈무리)


이와 관련 청년층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오랜 기간 납부 의무를 지게 되는 현 세대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지난 9월 말 기준 마이너스(-7.06%, 올해 초~현재까지 연간 수익금: -68.0조 원)를 기록하면서, '당국에서는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지도 못하면서 청년층 부담만 늘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됩니다. 실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약관을 왜 고객 동의도 안 받고 수시로 고객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건가'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들이 국민연금 개혁안 중 하나인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돈을 더 내봤자 당국에서 기금 운용을 안정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 쌈짓돈'인 만큼, 경제가 어려워도 안전판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나. 최근처럼 무리한 투자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다면 사회적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푼도 안 낼 수 없다면, 더 내고 덜 받거나 늦게 받을 바에야, 차라리 덜 내고 덜 받겠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상기(上記)한 건전재정포럼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덜 내고 덜 받는'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답변들과 비율 차이가 근소한 편('덜 내고 덜 받는': 25.0%, '현행대로 내고 덜 받는': 24.1% 등)이긴 하지만, '나중의 수급을 위해 당장의 투입을 늘려야 하는' 개혁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는 청년들도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청년·전문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실태 투명하게' 밝히고, 청년 의견 반영해 '장점 살리는 개혁' 추구해야"

또래 청년과 전문가들은 '납입 부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인 청년 세대의 고충을 감안해가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현 기금 운용 실태를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청년들 의견을 반영하는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2차 청년 대상 국민연금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 등의 우려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앞서 복지부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20대 직장인 이재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청년들이 국민연금의 의미나 정보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신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당국에서는 '현 세대가 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믿고 맡겨달라'고 하지만, 국민연금이 그렇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도라면 4대 보험료 내는 것조차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닌가.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구조를 확실히 고쳐 제대로 운용한다면, 국민연금은 분명 사적 연금 등 다른 재테크 수단보다 수익률이 좋은 제도다. 수수료 하나 떼지 않고 국민에게 전부 돌려주는, 모든 세대에 도움이 되는 금융 상품"이라며 "당국은 '지금 국민연금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 국민에게 제대로 밝히고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장점'을 청년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후 공론화를 통해 '특정 세대가 지나치게 손해를 보지 않게끔' 다양한 옵션을 적용해 운용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나아가 청년들의 시각을 반영해 '국민연금의 존재 의미를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됩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청년층 일각에서는 '의무가 아닌 선택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소득 재분배 기능'도 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현실화 가능성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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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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