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시대를 가르는 영화 ''올빼미'의 선동
[리뷰] 영화 '올빼미'
고전적이고 윤리적 메시지로 관객 설득시키는 세가지 포인트
진실 말할 수 없는 무기력 넘어 '본것을 말하자'는 영화메시지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이 기사는 영화 '올빼미'에 관한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가 개봉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12일 기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빼미는 누적 관객수 252만 명을 동원했다. 올빼미는 2005년 이준익 감독 영화 '왕의 남자'의 조감독이었던 안태진 감독이 연출한 픽션 사극이다.
꽤 고전적이며 단순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이지만 신선한 캐스팅, 상상력을 품은 설정이 뒤엉키며 재미를 잃지 않는다. 단순한 메시지를 설득해나가는 과정도 공감을 얻는다.
올빼미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쉽게 정리하면 “본 것을 말하자”다. 혹은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진실을 말하자” 정도.
고전적이고 식상할 수도 있는 메시지를 식상하지 않게 하는 건 우선 신선한 캐스팅이다. 조선의 임금 인조 역할을 유해진이 맡았다는 사실이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영화 속 인조는 다소 열등감에 눌려 있는 비열한 캐릭터로 기존 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유해진이 연기한 인조 캐릭터는 지속적으로 재미를 잃지 않게 하는 동력이다.
극을 신선하게 만들고 개연성을 부여하는 또 다른 요소는 상상력이 더해진 설정이다. 경수(류준열 배우)는 뛰어난 침술을 가진 맹인이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터 관객은 단순한 맹인이 아닌 주맹증(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보다 떨어지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침술사라는 설정은 평민임에도 왕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한다. 주맹증 설정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모순적이며 특별한 역할임을 알려준다. 이런 설정은 경수가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역할임을 강조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소현세자가 '학질로 죽었다'는 짧은 기록에서 시작한 픽션은 설정에 설정을 더하며 대담한 상상력을 펼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히려 이 때문에 픽션 사극에 따라붙는 역사왜곡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학질로 죽었다'지만 마치 약을 잘못 쓴 것처럼 온몸에 피가 나왔다는 기록에서 '독살'이라는 상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독살의 범인이 나올 때부터 관객들은 완전한 픽션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유해진이라는 '신선한 캐릭터'가 픽션임을 또 한번 부각하는데 코믹한 장면까지 더해져 재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진실을 말하자”는 다소 무겁고 식상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설득하기 위해 두 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수가 처음부터 자신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는 건 아니다. 경수는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김성철 배우)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그 배후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음에도 진실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법으로 자신이 본 것을 전하려 하지만 더 큰 위험 앞에 모르쇠를 넘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다. 경수는 “때로는 눈 감고 사는 게 편할 때도 있습니다”라든가 “우리 같은 사람은 모르는 척 해야 그나마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이런 전개는 관객이 경수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수가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는 대쪽 같은 캐릭터였다면 많은 이들이 경수의 서사에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수가 진실을 알면서도 자기 안위를 챙길 때 많은 이들은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공감했을 것이다.
경수는 또 한 번 진실을 말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그가 왕에게 직접 손을 마비시키는 침을 놓는 등 무리를 하면서도 진행한 반정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또 한 번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이 희생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경수는 다른 선택을 한다. 두 번째 희생자에게 자신이 남겨두고 온 아픈 가족의 상황을 이입하는 등 경수의 다른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경수는 첫 번째 상황에서는 살려고 거짓말을 하지만 두 번째 상황에서는 자신이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진실을 말하길 택한다.
영화는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메시지가 넘치는 세상 속에서 '그래도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올빼미 흥행은 이 고전적이며 윤리적인 메시지를 설득시켜줄 만한 매개체를 관객이 기다려왔음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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