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좋은데… "월드컵 조별리그 방식 바꿔야 하나" [2022 카타르 월드컵]

김태훈 2022. 12. 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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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의 '역동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가운데 조별리그 2차전까지 마친 상태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나라가 프랑스, 브라질, 포르투갈 이렇게 셋뿐이었다는 점은 지구촌의 수십억 축구팬들이 마지막 3차전까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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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월드컵 참가 48개팀으로 늘어나
3개팀씩 16개조 만드는 방안 유력 검토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역대 가장 재미"
인판티노 FIFA 회장, 재검토 방침 공식화
#1. 한국이 속했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4개국이 모두 두번째 경기까지 치른 상황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나라는 2승을 거둔 포르투갈 하나뿐이었다. 애초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 만큼 예상된 결과였다. 이제 한국, 우루과이, 가나 중에서 누가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것인지는 오로지 3차전 승부에 달려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래도 전통의 강호 우루과이가 한 장 남은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다. 3차전에서 한국은 포르투갈을 2-1, 우루과이는 가나를 2-0으로 각각 꺾으면서 한국과 우루과이가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골득실차마저 0으로 같은 가운데 세 경기에서 4골을 넣은 한국이 2골에 그친 우루과이를 다득점에서 앞서며 극적으로 16강 토너먼트 출전권을 얻게 되었다.
 
#2. 전통의 강호 독일과 스페인이 나란히 속해 월드컵 개막 전부터 ‘죽음의 조’로 불린 조별리그 E조. 별칭에 걸맞게 4개국이 모두 두번째 경기까지 치른 단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독일은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 3차전에서 기사회생이 가능했고, 스페인은 1승 1무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임에도 16강행 티켓을 손에 확실히 쥐려면 3차전까지 지켜봐야 했다. 많은 이들이 스페인의 조 1위 굳히기, 그리고 독일의 오뚝이 같은 재기를 점치는 가운데 3차전이 시작됐다. 뜻밖에도 일본이 스페인을 2-1로 제압하며 2승 1패 승점 6점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코스타리카를 4-2로 격파하는 뒷심을 발휘했으나 골득실차에서 스페인에 크게 뒤져 조 2위마저 내주고 16강 진출이 좌절된 채 짐을 싸야 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16일(현지시간)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하=AP연합뉴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의 ‘역동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가운데 조별리그 2차전까지 마친 상태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나라가 프랑스, 브라질, 포르투갈 이렇게 셋뿐이었다는 점은 지구촌의 수십억 축구팬들이 마지막 3차전까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는 2026년 북중미(캐나다·미국·멕시코) 월드컵부터 조별리그 운영 방식을 바꾸려던 계획을 놓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개팀이 이룬 조별리그 경기 내용은 참으로 놀라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축구팬들은 과연 누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를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조별리그 운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에서 황희찬이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골로 한국은 포르투갈에 이겨 조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뉴스1
이는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두 경기를 동시에 시작하는 진행 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앞선 1·2차전에서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아니라면 3차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해 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 결과 16강에 오를 것 같았던 국가가 막판에 떨어지고, 16강행의 꿈을 거의 접었던 나라가 회생에 성공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며 축구팬들을 열광케 할 수 있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바로 이 점을 들어 2026년 월드컵부터 적용할 조별리그 운영 방식 변경안을 재검토하는 게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다음 월드컵은 출전국이 지금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확정된 것은 아니나 FIFA는 48개팀을 3개팀씩 16그룹으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그런 다음 각 조에서 1·2위를 차지한 팀들이 32강에 진출해 토너먼트에 돌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결과 16강 진출이 좌절된 독일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독일은 코스타리카를 이겼으나 뜻밖에도 스페인이 일본에 지면서 조 3위로 밀려났다. AP뉴시스
문제는 한 조에 3개팀만 있으면 두 팀이 시합을 하는 동안 나머지 한 팀은 그냥 쉬어야 한다는 점이다. 각 팀이 조별리그에서 두 경기씩만 치르게 되니 이번 카타르 월드컵과 같은 박진감 넘치는 3차전은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다. 3개팀 중 두 팀이 몰래 ‘담합’이라도 한다면, 나머지 한 팀의 탈락을 유도하고 자기네끼리 사이좋게 32강행 티켓을 나눠 갖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리는 다음 월드컵의 조별리그 형식을 재검토하거나 적어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기 FIFA 이사회 회의에서 이 문제는 틀림없이 중대한 안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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