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애플, 절체절명 순간 택한 신의 한수②[오기자의 테크株 흥망사]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2. 12. 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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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열린 맥월드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투자 유치를 알리는 애플의 프리젠테이션
저번 시간에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1997년 스티브 잡스의 복귀 전까지 얼마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드디어 어떻게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위기에서 탈출했는지 말씀드릴까 합니다.

부도까지 단 90일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잡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애플의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습니다.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악담도 나왔죠.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사들조차 원조를 거절합니다.

그 때 잡스가 도움을 요청한 곳은 앙숙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였습니다. 애플은 MS와 특허소송들을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대신 MS가 애플 주식 1억5000만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받아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애플이 매킨토시 운영체제(OS)의 기본 웹브라우저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받아들이기로 했고요.

애플과 MS는 수차례 특허소송을 벌이던 앙숙 관계였습니다. 발단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였는데요. GUI는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해서 원하는 기능을 실행하는 등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PC 조작 환경이에요. 그 전에는 클릭 한 번으로 될 일을 위해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도스(DOS)를 경험한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 겁니다. GUI를 도입한 것은 마치 음식을 주문할 때 메뉴판 없이 점원에게 말이나 글로 주문하다가, 음식이 그려진 메뉴판이 생겨 원하는 음식을 가리키며 달라고 하게 된 것과 같아요.

MS는 윈도우1.0을 내놓기 위해 애플과 GUI 저작권 사용 계약을 맺었는데요. 여기서 애플이 치명적인 실수를 합니다. 저작권 사용 계약서에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거든요. 애플은 MS가 윈도우2.0에 자사가 개발한 GUI 요소를 쓰자 소송을 제기합니다. 애플은 1회 사용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MS는 무기한 계약이라고 맞섭니다. 법원은 MS의 손을 들어줬고요. 이밖에도 애플과 MS는 여러가지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과 MS가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협력을 발표한 것은 IT업계에선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내일 당장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고 상상해보세요.

MS는 도대체 왜 애플이 내민 손을 잡았을까요? 어쩌면 애플이 부도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사업적으로 더 이득이 되지 않았을까요? 여기에는 애플의 생태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오피스를 침투(?)시키는 것으로 충분한 이익을 누렸다는 분석과, 독점 이슈로 법정을 들락날락하던 빌 게이츠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 같은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모두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잡스의 선택은 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되었으니까요. 자존심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잡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자사 PC에 기본 탑재하는 수모(?)까지 감수했다는 점에서 그의 결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소송전에 많은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MS를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냉철한 판단도 돋보입니다.

자, 자금을 확보했으니 이젠 돈을 벌어야겠죠? 독자 분들 중에서는 다음 시간에 할 이야기에 대해 대략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거에요. 댓글로 아이폰, 아이팟 등 추측을 하셨던데요. 네 맞습니다. 모두 애플의 성공을 이끈 혁신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간엔 애플의 위기 탈출과 부흥을 알린 첫 제품 ‘OOO’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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