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선수촌·목동·분당 재건축 주목”
국토교통부(국토부)가 12월 8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 대해 시장은 최근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나온 정부 대책 중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간 재건축 사업에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비중을 대폭 낮추는 등 재건축 대못 규제를 뽑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상당한 호재"라면서 "당장 부동산 심리가 얼어붙어 가시적 효과가 없더라도 다음 시장 국면을 고려하면 재건축을 추진해 미래 가치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못 규제 '2차 안전진단' 백지화"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춘 대신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적정성 검토를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실시토록 한 게 뼈대다. 규제 완화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긴 전국 아파트 단지는 2687곳, 151만 채에 달한다. 재건축 사업에 관심이 높은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노후 단지만 389곳, 30만4000여 채다. 재건축 시장에는 규제 빗장이 풀렸다는 기대감과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속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공존한다.‘주간동아'는 12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김제경 소장을 만나 재건축 규제 완화 효과와 향후 시장 전망을 물었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실효성이 기대된다. 첫째,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낮춘 것이다. 둘째, 공공기관의 재건축 적정성 검토, 이른바 '2차 안전진단'을 지자체장이 요청할 경우에만 실시토록 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높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이 실시하는 2차 안전진단도 상당히 까다로워 대다수 재건축 추진 단지가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재건축 진행을 가로막던 대못 규제가 사실상 백지화되는 것이다."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 대상은?
"사실상 지은 지 30년 넘은 전국 모든 아파트 단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중계동, 서초구 잠원동,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방이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엔 상당한 호재다. 경기권 1기 신도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간 해당 지역 주민 사이에선 '1980년대에 지은 서울 아파트도 2차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떨어지는데 1990년대 개발된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있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도 적잖았다. 2차 안전진단이라는 허들이 상당히 낮아지면 수도권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본다."
투자를 고려한다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해 보이는데.
"물론이다. 입지 및 사업성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할 때다. 당장 시장 분위기가 활기를 띠면 재건축 사업성도 좋아지기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는다. 반면 지금처럼 신축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면 주민 사이에서 재건축 사업에 회의감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재건축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단지는 뛰어난 입지로 사업성이 확보된 곳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지 지분이 높은 단지다. 대표적인 게 목동신시가지, 올림픽선수촌이나 잠원동, 개포동 일대 단지들이다. 당장 대지 지분이 낮아도 입지가 훌륭하면 사업 추진 동력이 생긴다.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가 높은 부촌은 일단 재건축만 하면 기존 단지 가격을 따라가지 않겠나. 물론 용적률을 높게 받아 일반분양 물건을 확보하면 금상첨화다. 일반분양 비중이 낮거나 없더라도 기존 소유주가 높은 분담금을 부담할 수 있고 일대일 재건축으로 사업성이 확보되는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선을 1기 신도시로 돌려봐도 모든 곳이 사업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분당 역세권 단지를 주목할 수 있다. 분당과 판교신도시의 기존 시세를 고려하면 일반분양 없이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재초환 규제
안전진단 허들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재건축 사업에 당장 훈풍이 불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 다른 핵심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9월 국토부가 내놓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으로 1주택 장기 보유자의 부담금이 최대 50%까지 경감되고, 초과이익 산정 기준도 기존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에서 조합설립인가 때로 늦추긴 했다. 그럼에도 사실상 '징벌적 과세'로 평가되는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 추진에 여전히 큰 부담이다.부동산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청약 흥행이 어려운 점도 난제다. 서울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5차아파트' 전용면적 100㎡가 11월 30일 26억8000만 원에 팔려 직전 거래가(28억9000만원)보다 2억 원 이상 떨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 주공)의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도 5.45 대 1로 당초 예상을 밑돌았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재초환과 최근 부동산시장 냉각은 현 시점에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가 고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오랜 사업 기간, 재건축 단점이자 장점"
"안전진단에서 출발한 재건축 사업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표 참조). 주민들이 안전진단에 필요한 비용을 모아 신청한 뒤 실제 진단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다 보면 1년이 금방 간다. 2차 안전진단이 사실상 백지화됐으니 바로 조합설립인가로 간다고 치자. 조합설립 요건인 아파트 소유주 75% 이상, 상가 소유주 50% 이상 동의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또다시 몇 년씩 걸리기 십상이다. 그 후 사업시행인가까지 보통 2~3년, 관리처분인가까지 또 2~3년이 소요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짧아도 6~8년이 필요하다. 각 단계마다 변수가 생겨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점에서 재건축 사업 시간표에서 안전진단은 첫 단추를 끼는 단계, 관리처분인가는 8부 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재초환이라는 변수는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요인이지, 재건축을 갓 시작한 안전진단 단계에서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 후 착공 및 준공, 분양이 임박한 재건축 사업에서 고려할 부분이다.""일단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재건축 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짚은 것처럼 안전진단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적어도 8년가량 걸린다. 재건축 준비 과정에서 정권이 최소 1번 이상 바뀔 시간이다. 향후 재초환이 완화되거나 한시적으로 유예될지, 혹은 아예 폐지될지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규제 완화 및 폐지라는 변수가 생길 때 재건축 사업 속행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은 미리 준비한 아파트 단지다. 반면 '규제가 심하고 시장 분위기도 안 좋으니 아무것도 안 된다'며 손 놓고 있는 단지는 그 과실을 취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이 조만간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부동산시장 추이를 복기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2012년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졌고 2014년까지 횡보하다 2015년 본격 상승 국면을 맞았다. 불경기 와중에도 당시 정부는 재초환을 폐지하지 못하고 2012~2017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당시 재초환 한시적 유예 조치의 혜택을 받은 단지는 부동산 불경기에도 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곳이었다.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신축 아파트 가치가 높아질 때 뒤늦게 재건축을 추진하면 그사이 장 분위기가 또 바뀌어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재건축을 이제 시작하는 단지는 다음 시장 텀(term)을 바라볼 수 있으니 지금 사업 추진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향후 신축 아파트 공급 절벽이 예상된다. 지금 재건축을 추진하면 부동산시장의 다음 사이클에서 높은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2023년 재건축시장은 어떨까. 향후 재건축 투자 포인트와 시장 전망을 묻자 김 소장은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는 지난해 부동산시장 분위기였다면 30년 이상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상당히 오르는 대형 호재였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선 가격 상승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기에 부동산 옥석 가리기와 생애 주기를 고려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조언.
"목동, 대치동 '몸테크'도 고려할 만"
"대지 지분 및 사업성이 높고 기존 입지 가치가 우수한 재건축 단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재건축 투자를 통해 상급지 신축 아파트를 보유하려는 이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사이클이 긴 점은 항상 유념해야 하는 포인트다. 안전진단부터 이주·철거 및 준공까지 10년 이상 걸린다고 예상해야 한다. 즉 투자자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이 완료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도 70대가 넘어가면 당장 자녀에게 줄 상속·증여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 30, 40대라면 목동이나 대치동 재건축 단지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며 '몸테크(노후 주택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노리며 거주하는 재테크 방식)'를 해도 좋다. 투자자 연령대가 높다면 아예 현 시점에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자녀 앞으로 재건축 투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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