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집콕' 성조숙증도 급증...코로나19 후유증?
김태성 전문의 "성조숙증은 신체 변화 질환군으로 성장판 문제와 비만 우려"
대구 달서구의 강유미(39)씨는 최근 9세 딸이 초경을 시작하자 성조숙증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산부인과는 성조숙증이 아니라 초경을 빨리 시작한 것으로 진단했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시키라는 조언과 함께 비만 예방 식단을 처방했다. 김태성 산부인과 전문의는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초경과 성조숙증은 달리 봐야 하는데 둘 다 개인의 체중, 영양상태, 가족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최근 성조숙증 진단이 급격히 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운동부족, 영양 과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성조숙증을 의심해 의료기관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어린이들이 외부활동이나 신체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하면서 영양과다로 과체중, 비만이 증가한 것과 연관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의 지나친 사용과 자극적인 영상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이 2017년 9만5,524명, 2018년 10만2,886명, 2019년 10만8,576명이었으나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3만6,334명과년 16만6,645명을 기록해 코로나19 발병 후 성조숙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녀 성비를 보면 2021년 기준 9세 미만의 경우 남아는 3만7,996명인 것에 비해 여아는 49만4,918명으로 여아가 남아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성조숙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 변화 질환군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난다고 성조숙증이 아니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판단해야 한다.
성조숙증의 가장 특징은 저신장에다 초경을 하지 않았음에도 음모가 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성조숙증이 일찍 나타난 어린이일수록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또래보다 키가 크고 발육상태가 좋지만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면서 성장이 일찍 멈추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초경을 일찍 시작하는 것과 달리 봐야 한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지나치게 일찍 분비되어 신체발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초등학교 입학 전 여아에게 유방이나 음모가 자라고 남아의 경우 음모가 올라오거나 음경이나 고환이 두드러지게 발달하는 현상을 보인다. 마지막에는 성장판이 닫히면서 또래보다 신장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여아에게 더 흔하지만, 심각한 원인으로 성조숙증이 촉발되는 케이스는 남아가 더 많다.
원인 질환이 있다면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이 단순히 성조숙증이 일찍 온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찾아 상의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은 또래와 다르게 도드라지는 신체적인 특징이 생기면 대인기피증까지 겪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의료기관을 찾아 적극적인 대응법을 찾는 것이 좋다.
초경과 성조숙증의 관계는?
여아들이 초경을 일찍 시작하는 것을 두고 성조숙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초경과 성조숙증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본다. 때문에 초경을 일찍 한다고 해서 성조숙증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서울대학교 의학정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1920년대에 출생한 여성은 초경 나이가 16.5세였으나, 1980년대에 출생한 경우 13.1세, 1990년대에 출생한 경우 12.6세로 점차 초경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경은 여아에서 사춘기 첫 징후인 유방 발달이 시작되고 2~3년이 지난 후 성 성숙도 4단계에서 나타난다. 초경은 개인별로 체중, 영양상태, 만성질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초경은 여성의 첫 생리로 배란 없이 자궁 내막에 대한 에스트라디올(난소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한 출혈로 나타난다. 초경 이후 2~3년 동안은 배란이 잘 일어나지 않고 생리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으며, 생리통은 대부분 초경 이후 1년 이상 경과한 이후에 나타나게 된다. 여아의 경우 초경을 시작하면 산부인과에서 성장 관련 문제부터 여성 정기검진과 예방접종 등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김 전문의는 "최근 여아 성조숙증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산부인과에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다"며 "소아비만이나 유전력이 있는 여아의 경우 조기에 식습관과 생활습관만 개선해서 성조숙증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의 지름길
비만은 사춘기를 일찍 오게 할 수 있으며, 다른 면에서도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성조숙증이 소아비만에서 비롯되는 만큼 살이 찌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과다 섭취는 금물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성조숙증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음식들에 포함된 동물성지방, 탄수화물, 염분 과다 섭취가 비만을 불러오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 비타민, 칼슘, 철분 등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요한 영양소 불균형도 이 같은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늦은 취침과 부족한 수면도 피해야
어린이의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은 오후 10시 전후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운 곳에서 수면을 취할 때 가장 활성화된다. 이때 성호르몬이 억제되는데 늦게 잠들거나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도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다. 잠은 최대한 일찍 푹 자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좋다. 늦게까지 휴대폰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 뇌에 자극을 주는 행위는 절대 피해야 한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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