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연말 맞아 라운딩 친구들에게 고마움 전해보세요
한해 라운드를 돌이켜보면, 드라이버샷이 정통으로 맞아 동반자들로부터 '나이스샷!’ 소리를 들었을 때의 상쾌함, 정교한 퍼팅으로 버디를 멋지게 잡아냈을 때의 짜릿함, 눈앞의 워터 해저드에 어이없이 공을 빠뜨린 허망함 등이 교차합니다. 이왕 돌이켜보는 김에 한 시즌 내내 고마웠던 이들을 생각해볼까요. (아래 글은 제 아내가 올 한 해 동안 라운드하며 경험했던 감사의 순간들을 아내의 관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늘 골프장 픽업을 해준 친구의 고마움
또 8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는 B도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B는 라운드 전 스트레칭의 중요성과 연습 그린에서의 퍼팅 효과를 일깨워줘 긴장감이 서린 1번 홀 티샷 미스를 방지하게 했습니다. 또 공이 러프에 떨어졌을 때 B는 프로 선수의 캐디처럼 긴 풀을 샅샅이 훑어 기어코 공을 찾아줬지요. 그린에서는 족집게 과외 선생이 따로 없었습니다. 10m 이상 롱 퍼팅 때 '스리 퍼트’를 막는 법, 1.5m의 짧은 퍼팅 때 헤드업을 하지 않는 비결 등을 세밀하게 가르쳐줘 더블보기 이상을 범하지 않게 한 점은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하기 힘듭니다.
다음으로, 현장 즉석 레슨으로 악성 훅 구질을 고쳐준 남편 친구 C. 그는 정말 1급 레슨 프로 못지않았습니다. 그립 동작 하나만 고쳐서 훅을 방지했으니 제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죠. 벙커에서 한 번 만에 탈출하기 어려운 저에게 단번에 탈출하는 요령을 가르쳐준 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극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의 또 다른 친구 D는 '필드 위 대학교수’였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문제가 있는 곳으로 샷을 하지 말라"는 명언을 티샷 전 살짝 귀띔해 OB를 막아준 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한 라운드면 충분하다"는 스코틀랜드 속담을 들려주며 골퍼로서의 매너와 품위를 지키게 해준 일 등은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입니다.
D는 또 라운드 도중 이런저런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줬고, 홀컵을 훌쩍 지나가는 퍼팅 미스를 할 때는 "비빔밥에 밥보다 고추장이 많네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큽니다. 집안 살림하랴, 얘들 키우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나이 50이 넘어 남편으로부터 골프채를 선물 받았습니다. 뒤늦게 입문했지만 골프라는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늦게 골프를 배운 여자들은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남편 덕분에 이제라도 자연 속에서 호사를 누리니 얼마나 좋냐"며 감사해하는 부류와 "이 좋은 운동을 그동안 혼자 즐겼어?"라며 핀잔을 주는 경우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단연코 전자입니다.
연말을 맞아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표시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요즘 흔한 문자메시지나 카톡보다는 아날로그 방식의 연하장은 어떨까요. 손으로 직접 쓴 연하장을 우편으로 보내는 겁니다. 물론 연하장을 사고, 집 주소를 확인하고, 우체국에 가는 일이 귀찮긴 하겠지만 받는 이의 감동은 그만큼 더 클 겁니다. 저는 젊은 시절엔 판화로 직접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면 내년에는 곱절로 감사함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물론 보답을 바라는 계산된 대접은 아닙니다. 삭막하고 어수선한 요즘, 마음 따뜻해지는 이벤트로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골프레슨 #여성동아
김수인
23년간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2013년 파이낸셜뉴스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김수인의 파워골프’ 두 권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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