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치아교정, 치아 틀어지고 잇몸질환 우려
김상운 치과의사 "무작정 따라하다 부정교합과 치아 괴사 우려"
대구 수성구 고민정(26)씨는 유튜브에서 본 셀프치아교정을 따라 했다가 잇몸에 염증이 생겨 급성치주염 진단을 받았다. 치아교정을 하고 싶어 유튜브에서 '값싸고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셀프치아교정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온라인에서 산 교정기로 유튜브 셀프치아교정을 흉내 내다가 급성치주염과 턱관절 질환 진단을 얻었다.
김상운 치과의사는 "무턱대고 해외직구를 통해 자가 교정을 하다 부정교합이나 잇몸손상 및 턱관절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교정장치는 의료용을 매우 허술하게 따라 만든 것으로 의료용 가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셀프치아교정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의료진들은 투명교정장치와 근기능교정장치를 사용하는 셀프치아교정은 의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절대로 환자 임의로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셀프치아교정은 10여년 전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다. 미국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아교정 비용이 매우 높다. 당시 치아교정 원리로 고무줄을 이용해 벌어진 치아 사이를 좁히거나 자신의 치아모양을 본떠 투명교정장치를 제작하는 등 저렴한 비용으로 교정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치아손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자 열풍이 사그라들었다. 이 중 운 좋게 외관적으로 치아가 바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치아 이동과 잇몸, 턱관절 관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
온라인에 이슈가 되고 있는 셀프치아교정은 크게 치아 이동이 목적인 투명교정장치와 윗턱과 아래턱의 관계를 개선하는 근기능교정장치로 나뉠 수 있다. 둘 다 치아교정을 목적으로 하지만 치아의 기능적 교정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인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견해다.
일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투명교정장치는 투명한 치아 교정기를 사용하여 치열을 교정하는 원리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자 치아의 본을 뜨고, 치아의 3D 표현과 현재 상태, 그리고 원하는 치아 위치의 전산화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셀프치아교정장치는 뜨거운 물에 담근 후 경도가 낮아지면 사용자가 이를 물어 치아형태를 본뜬 것을 바탕으로 원하는 모양대로 제작한 교정장치를 받아 치아 교정을 한다는 원리다. 이런 방식으로는 교정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제작한 교정기를 받아도 자칫 잇몸손상이나 치아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기능교정장치도 마찬가지다. 이 장치는 치아와 치아 주변 근육의 관계에 개입해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장치다. 부정교합이란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아 심미적, 기능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셀프치아교정을 할 경우 구조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셀프치아교정장치는 총 3단계로 나눠 가장 무른 교정기는 1~2달, 중간 경도의 교정기는 2~4달, 가장 경도가 높은 교정기로는 3~6개월만 착용하면 부정교합이 교정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근기능 교정장치의 경우는 주로 성장기 아동들이 착용하는데 의료기기로서 사용이 적합한지 확인도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의료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구강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교정기를 하면 치아의 교합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고 잇몸과 치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치아는 뿌리를 포함해 조금씩 움직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외력이 가해지거나, 허용범위를 벗어나는 인장강도가 가해질 경우 잇몸손상이나 염증으로 치아손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치아교정을 요하는 구강구조 기능 이상 부정교합의 종류
1. 상악전돌(측면에서 봤을 때 윗니와 윗턱이 돌출된 경우)
2. 개교(어금니는 맞닿지만 앞니 부분이 맞닿지 않고 벌어져 있는 경우)
3. 과개교합(윗니가 아랫니를 과하게 덮고 있을 경우)
4. 반대교합(측면에서 봤을 때 아랫니와 아래턱이 돌출돼 윗니를 덮을 경우)
5. 총생(치아가 좁은 부위에 뭉쳐서 나고 치아 배열이 부분적으로 넓을 경우)
치과에서 치아교정은 단순히 외관적 기능이 아닌 구조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의료행위로 다뤄진다. 치아 전체와 뿌리까지 구조적 기능을 기반으로 해 치아를 미세하게 이동하는 원리다. 교정을 하면 치아 뿌리까지 이동을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세하게 교정을 한다. 치아 뿌리는 치조골이라는 잇몸뼈에 매립되어 있는데, 치아교정은 치아 뿌리가 미세하게 이동하면서 치조골을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치조골 세포가 회복되는 시점에 맞춰 교정이 이뤄지는 까닭으로 시간이 몇 년씩 걸릴 수밖에 없다.
치과에서 교정은 부정교합의 원인과 치료 시기에 따라 다양한 장치와 방법을 이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브라켓이라는 장치를 치아에 부착하고 교정용 철사와 고무줄 등의 탄력을 이용해 치아를 조금씩 이동시키는 고정식 교정법이다. 효과는 좋지만 미관상 꺼리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세라믹 혹은 치아색과 유사한 제품도 있다. 또 교정장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설측면(혀와 접하는 면)에 장치를 부착하는 설측 교정법도 있지만 빠른 시간 내 할 수 있는 쉽고 편한 치아교정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김상운 치과의사는 "셀프치아교정은 치아의 특성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치아 상부에만 외력을 가하는 원리인데, 이 경우 치아 뿌리를 지탱하고 있는 잇몸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 또 구강 내 장치를 통해 치아의 움직임을 주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를 초래할 위험까지 있다"며 "심할 경우 치아와 치조골을 이어주는 치주인대 손상으로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치아가 흔들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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