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토크] 임영웅·홍진영 美 향하는 트로트 가수···'K팝 스타'의 영역 확장

추승현 기자 2022. 12. 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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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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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은 더 이상 아이돌 가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음원 사이트 TOP100 차트를 차지하는 가수가 아이돌뿐이라는 것도 옛말이다. 이 자리를 트로트 가수들이 채워가며 K팝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대불문이라는 강점을 업은 트로트 가수는 이제 K팝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가수 임영웅이 2023년 2월 11~12일 미국 LA 돌비 시어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 사진=물고기뮤직 제공

◆ 해외로 가는 트로트 가수들, 미국 단독 콘서트는 기본

트로트 가수 최초로 고척돔에 입성한 임영웅은 미국 LA(로스앤젤레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올해부터 이어온 단독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를 내년 2월 11~12일 양일간 LA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LA 돌비 시어터는 매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유명 장소로 통한다. 윤복희가 한국 가수 최초로 이곳에서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임영웅의 첫 미국 단독 콘서트 소식에 팬들은 들떴다. 지난 5월 시작된 ‘아임 히어로’ 전국 투어는 7개 지역 전회 전석 매진으로 17만명을 운집하고, 앙코르 공연으로 부산 3만 4,500명, 서울 3만 6,000명을 모았다. 돌비 시어터의 수용 인원은 3,400명 정도로, 임영웅의 국내 콘서트 관람객들보다 적은 수지만 유의미한 발자취다.

가수 송가인(좌), 영탁의 미국 단독 콘서트 포스터 / 사진=포켓돌스튜디오, 밀라그로

가수 송가인도 미국으로 공연장을 넓혔다. 송가인은 지난 3일 LA에서 ‘2022 연가 미국 콘서트 - 다시 만난 우리 기다림 끝에’를 개최했다. 지난 5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전국 투어의 일환이다. LA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Fantasy Springs Resort)에서 1회 진행된 이번 공연은 좌석의 90% 이상이 차며 현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전언이다.

가수 영탁은 적극적으로 해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탁은 내년 1월 애틀랜타를 시작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 4개 도시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영탁은 이달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브라우니스(BROWNIS) TTV’에도 출연해 히트곡 ‘찐이야’를 열창해 호응을 얻었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개최된 공연에도 출연해 트로트를 K팝의 한 장르로 알렸다.

가수 홍진영과 팝 가수 프롤리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데뷔 15주년 기념 미니 앨범 '컬러 무드(Color Mood)'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기자

◆ 좁았던 트로트 시장, 해외 진출은 아이돌에 한정?

‘K팝=아이돌 노래’라는 공식이 굳어질 만큼 트로트는 주류에서 벗어나 한 세대에 쏠림 현상이 있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필두로 아이돌 가수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해외 시장 역시 그들만의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해외 차트에서도 반향이 일어났다. 가수 홍진영은 지난 4월 발매한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로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9위에 올랐다. 여기에 아이튠즈, 아마존 뮤직까지 글로벌 빅3 차트에 진입했다.

K팝의 세계화가 발판이 된 결과다. 홍진영 역시 “K팝 시장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따로 발매한 곡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 러브콜이 쏟아진 홍진영은 영어 가사로만 이뤄진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신곡 ‘걸 인 더 미러(Girl In The Mirror)’는 미국 팝가수 프롤리가 피처링하고, 디즈니뮤직퍼블리싱팀 전속 작곡가가 프로듀싱했다. 홍진영은 이 곡으로 미국 아마존 5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초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국내외로 열심히 활동해보겠다”며 내년 미주 투어 계획을 밝혔다.

트로트 세대 교체를 이뤘던 '미스터트롯' 출연자들. / 사진=TV조선

◆ 나이대 낮아진 트로트, 장르의 경계 허물고 K팝 저변 확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의 공통점은 트로트 세대교체를 이끌었던 이들이다. 중장년층의 문화로 여겨졌던 트로트에 10~30대가 뛰어들면서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세대 확장에 불을 지폈던 TV조선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을 제작했던 서혜진 PD는 MBN ‘불타는 트롯맨’ 론칭을 앞두고 “오디션에 지원한 참가자들의 연령이 굉장히 낮다. MZ세대의 반란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 세대 트로트 가수들은 장르를 국한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임영웅은 정규 1집 타이틀곡을 가수 이적이 작사 작곡한 발라드로 선택했고, 수록곡을 트로트, 팝, 힙합, 댄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로 채웠다. 지난달 발표한 자작곡 ‘런던 보이(London Boy)’는 록 메탈 장르다. 성악 전공인 김호중은 클래식 앨범을 내고, 세계 3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듀엣 공연을 하는 등 트로트 가수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장르 경계 허문 트로트 가수들. 임영웅 정규 1집 ‘아임 히어로’(좌)는 초동 100만장을 돌파해, 역대 솔로 가수 초동 신기록에 올랐다. 김호중의 클래식 앨범 2집 ‘파노라마’는 초동 판매량 68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 사진=물고기뮤직, 생각엔터테인먼트

홍진영의 신곡은 팝 장르다. 빌보드 차트에 올랐던 ‘비바 라 비다’는 라틴풍을 가미한 세미 트로트다. 평소에도 다양한 장르에 트로트를 접목했던 그는 해외 진출을 기점으로 장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었다. 그는 “트로트 가수들의 장르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건 해외 진출과는 크게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젊은 가수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스타일, 색깔 등이 확연하게 있기 때문에 곡에도 영향이 간다”고 말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트로트 가수라는 경계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아티스트로 대중을 만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이 해외 진출에 영향을 끼친다기보단, 하나의 아티스트로 좀 더 무대를 넓혀 관객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달라진 K팝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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