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칼 아이칸의 트위터 베팅과 한 가지 충고[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86)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월가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투자자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를 가장 빨리 시작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기업들과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벌이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며 행동주의 투자를 헤지펀드의 대표 투자 전략 중 하나로 만든 인물이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아이칸은 2006년 KT&G의 지분 5% 이상을 매수한 뒤 한국인삼공사 상장,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했다. 당시 아이칸 측은 주당 6만원의 공개매수를 제안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KT&G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이에 맞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KT&G 주가는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상승했고 아이칸 측은 불과 1년여만에 약 1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뒤 한국을 떠났다. 칼 아이칸을 '먹튀'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주주이익을 등한시하는 기업의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다.
어쨌든 칼 아이칸이 대단한 투자자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2012년 넷플릭스에 투자해서 불과 3년만에 20억 달러를 벌었으며 2013년 애플 주식에 투자하며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촉구해서 달성하는 등 그의 전적은 화려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칼 아이칸의 재산은 176억 달러(약 22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11월 4일 포브스의 '아이코노클라스트 써밋(Iconoclast Summit)' 행사에서 칼 아이칸이 트위터 투자, 숨겨진 보물찾기, 인플레이션과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아이칸의 생각을 들어보자.
아이칸은 30달러대 초반에 트위터 주식 1500만주를 매수해, 약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고 털어놓았다. 머스크는 트위터 주식을 1주당 54달러20센트, 모두 440억 달러에 인수한 뒤 상장폐지했다.
아이칸이 트위터 투자를 설명하는 대목도 재밌다. 아이칸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마무리를 예상하기 위해 천재가 될 필요는 없었다"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완료는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델라웨어 법원에서 진행되는 트위터와의 소송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것이다.
이때 진행자가 아이칸에게 어떻게 그렇게 확신했는지 묻자 아이칸은 두 가지 가능성을 봤다며 첫 번째는 머스크가 원래 방안대로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이며 이를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밝혔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만약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위임장 대결을 펼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아이칸은 테슬라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스타일에 부합하지 않지만, 머스크를 '뛰어난(brilliant)' 기업가로 추켜세웠고 트위터 역시 미국에게 있어서 훌륭한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훌륭한 플랫폼인 트위터가 뛰어난 기업가인 머스크와 결합했을 때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확신했다는 의미다.
특히 많은 기업의 문제는 다각화라며 대부분의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보다는 오히려 이익이 줄고 멀티플(배수)이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역시 잭 웰치가 이끌던 시절에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에는 회사가 쇠락하면서 현재 주가는 2000년 기록한 최고점 대비 약 80% 하락했다고 예를 들었다.
아이칸이 좋은 기업의 사례로 든 건 캔 제조업체 크라운 홀딩스(Crown Holdings)다. 이 회사는 금속 캔 및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회사로서 지루하게 들리는 사업을 영위한다. 하지만, 아이칸은 환경문제로 인해 플라스틱 포장용기 사용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크라운 홀딩스를 성장성 있는 회사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크라운 홀딩스의 경영진이 캔 제조사업에만 집중하길 바라며 이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날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청중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아이칸은 대학신입생 때 겪은 일화를 들려줬다. 중산층이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한 아이칸은 가정환경이 부유한 친구 몇 명과도 친해졌다. 그 중 한 명이 아버지가 자신을 보기 위해 대학으로 왔을 때 아이칸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그 친구의 아버지는 월가에서 존경받는 금융가였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아이칸이 이것저것 월가에 대해 물어보자 월가의 금융가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며 "만약 네가 나중에 월가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 규칙을 따라야 해."라며 "절대 연준과 싸우지 마라!"고 말해줬다.
아이칸은 자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을 들을 것이라며 지금 이 사람 저 사람이 연준이 피봇(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한번 생기면 약물 의존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제거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파월이 무슨 수를 사용하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투자의 아이콘인 칼 아이칸의 연륜이 담긴 발언은 되새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절대 연준과 싸우지 마라!"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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