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검찰황태자’ 이성윤, 尹에 직격탄...제 허물은 잊었나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2. 12.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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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조사 받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소위 ‘찍어내기 감찰’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황태자’로 불렸던 이 전 지검장이 당시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와 감찰 과정에서 적법절차에 어긋난 자료전달에 개입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다.

이 전 지검장은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작심이라도 한 듯 윤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020년4월 ‘채널A 사건’ 관련자인 한동훈 전 검사장을 수사할 당시 윤석열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거친 말을 쏟아내며 ‘니가 눈에 뵈는 게 없냐’고 소리쳤다”며 “그 때 견딜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올해 5월 한동훈 장관 인사청문회 때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윤석열 총장이 한동훈 전 감사장을 감싸며 위협적인 언행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언급하며 “틀림없는 진실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채널A사건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던 윤 전 총장은 결국 징계를 받았고 서울행정법원은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명확히 판결했다”며 “그런데 비위사실이 판결로 확인되자 프레임을 전환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적반하장식으로 특정인을 뒤집어씌우며 보복수사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판결이 나왔으면 잘못을 사과하거나 반성을 했으면 했는데 이제 와서 보복수사라니 그저 안타깝고 측은할 뿐”이라고 혀를 찼다.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2월 “이성윤 지검장과 박은정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명분으로 법무부와 대검 등에서 자료를 받아내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청구 근거자료로 썼다”며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이 고발사건을 각하처분했지만, 한변측 항고를 받은 서울고검이 올 6월 재기수사를 명령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황제조사’ ‘황제의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 전 지검장이 제 허물에 대해선 한마디 반성도 없이 ‘모멸감’운운하며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그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인 2019년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의혹에 대해 이모 검사(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를 수사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려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돼 이달 초 징역 2년이 구형된 상태다.

이 전 지검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고도 조서를 남기지 않아 ‘황제조사’ 구설에 올랐다.

심지어 공수처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인근 골목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타고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까지 샀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전 지검장은 자신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혐의에 대한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외부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받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할 때는 이를 깡그리 뭉개고 수사를 강행했다.

또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혹과 관련해 신청한 수사심의위가 과반수로 불기소를 권고했는데 이 또한 무시하고 같은해 9월 기소를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정작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본인 기소를 막기 위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지검장으로선 자신에게 낙인찍힌 ‘수사외압’혐의나 ‘尹 찍어내기 감찰의혹’이 못내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리와 증거에 따라 당당하게 공방을 벌여 무혐의와 무죄를 입증하고 명예를 회복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전 정권 시절 자신이 저지른 과오와 잘못은 모조리 잊은 채 ‘보복수사’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 수장을 지낸 전직 검찰 황태자의 자세라 할 수 없다.

미국 철학자인 저스틴 토시, 브랜던 웜키는 ‘그랜드스탠딩’에서 “우리는 자신의 독특한 일련의 도덕적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며 “도덕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라”고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제라도 교수들이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뽑은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음) 의미를 곰곰히 되새겨보길 바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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