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 맞붙은 햇반대첩 “왜 싸우는거죠?” [뉴스 쉽게보기]
쿠팡 쇼핑몰에서 햇반을 안 팔아도 다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마트에 가면 그만인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이 싸움이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업계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질 전쟁이에요.
온라인 쇼핑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에요. 이제 우리나라 전체 유통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쯤 된대요. 유통 산업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등의 업체가 속한 산업을 의미해요.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죠. 이런 유통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잡아야 하고요.
쿠팡의 핵심 경쟁력은 ‘로켓배송’이라 불리는 빠른 배송 서비스예요.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거나 매달 회비를 내면 주문 다음 날까지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죠.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단계를 줄여 배송 기간을 단축했어요.
쿠팡과 달리 11번가나 G마켓 같은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면 보통 여러 단계를 거쳐 배송받게 돼요.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여러 중간 판매업체 중에서 최저가로 상품을 파는 곳을 찾아 결제까지 한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때 제조사가 만든 상품은 먼저 중간 판매업체로 가요. 중간 판매업체는 이 상품을 다시 택배 회사로 보내고요. 택배 회사가 배송을 해야 소비자가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구조예요.
소비자들이 얼마나 주문할지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만 곳곳에 있는 ‘쿠팡 창고’에 보관해 놓고요. 소비자가 쿠팡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가까운 창고에서 바로 배송을 시작하는 거죠. 상품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택배 회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요.
물론 쉬운 방법은 아니에요. 여기저기 창고도 만들어 놔야 하고 판매량 예측에 실패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쿠팡 쇼핑몰에선 로켓배송 외에 일반배송 상품도 팔아요. 일반배송 상품은 다른 온라인 쇼핑몰처럼 중간 판매업체가 있고, 택배 회사를 거쳐 배송되죠.
햇반을 두고 벌어진 갈등은 쿠팡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에요. 보통 온라인 쇼핑몰에선 중간 판매업체가 어떤 상품을 얼마에 판매할지 결정해요. 11번가나 G마켓 같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판매 업체로부터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 가면 그만이죠. 이 경우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제조업체와는 다툴 일이 딱히 없는 거예요.
이와 달리 로켓배송을 위해 적당량을 자체 창고에 보관해둬야 하는 쿠팡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해요. 어떤 상품을 언제, 얼마나 많이, 얼마에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을지 협상도 해야 하고요. 특히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워낙 큰 회사라 납품 조건에 따라 서로의 이익이 많이 달라지니 협상 과정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죠. 햇반의 즉석밥 시장 점유율이 70% 수준이고, 햇반 전체 판매량 중 쿠팡을 통한 판매량은 30%에 달한대요.
두 회사는 내년도 햇반 납품 조건을 두고 협상하다가 갈등의 골이 깊어졌어요. CJ제일제당은 ‘쿠팡이 햇반을 너무 싸게 납품받으려고 한다. 이 가격에 납품하면 남는 게 없다’라고 주장해요. 그래서 내년엔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더니 쿠팡 측이 일방적으로 올해 거래까지 끊어버렸다는 거죠.
쿠팡은 올해 거래를 끊은 건 내년 납품 조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에요. 최근 CJ제일제당이 상품을 제대로 납품하지 않아 거래를 중단했다는 건데요.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약속했던 납품량의 50~60%만 보내왔다고 주장해요.
결국 사건의 본질은 가격을 둘러싼 입장 차이인 것으로 보여요. 쿠팡은 CJ제일제당이 너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겠죠. CJ제일제당이 쿠팡에 공급하는 상품 가격은 이미 물가 인상률보다 높게 올랐다고 해요. 쿠팡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조금만 올리기 위해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한 듯하지만, 햇반을 둘러싼 두 회사의 갈등은 결국 봉합될 거란 전망이 나와요. 쿠팡은 햇반을 팔지 않자니 아쉬울 거고, CJ제일제당도 쿠팡을 통한 판매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햇반 사태’가 끝나도 평화가 찾아오진 않을 것으로 보여요. 온라인 쇼핑업계의 주도권을 두고 더 큰 싸움이 벌어질 예정이거든요. 쿠팡에 일어날 변화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쿠팡은 배송조직을 개편할 예정이에요. 쿠팡에서 배송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소속을 바꾸는 거예요. 쿠팡 소속이었던 이들이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LS)’라는 곳으로 옮기는 거죠.
쿠팡은 지금까지 쿠팡에서 팔린 물건만을 직접 배송해왔는데요. 조직 개편 후에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물건까지 배송할 것으로 보여요. 한마디로 한진택배나 롯데택배, 그리고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대한통운처럼 일반 택배 회사와 같은 역할까지 한다는 거예요.
한식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입장에선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겠죠. CJ제일제당은 가끔 다투긴 해도 쿠팡과 협력관계라 여겼을 거고, CJ대한통운은 경쟁할 일은 없는 회사라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쿠팡과 앞으로는 택배 업계의 주도권을 두고 다퉈야 하게 된 거예요.
물론 CJ대한통운이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에요.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쿠팡의 가장 큰 경쟁자인 네이버와 협력하기로 한 거죠.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7%, 쿠팡이 13%쯤 돼요.
그동안 네이버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정확한 배송 시기를 알 수 없었어요. 네이버는 배송 관련 사업을 하지 않으니까요. 배송을 맡긴 택배 회사의 사정에 따라 상품 도착 날짜가 달라졌죠. 배송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어요. 네이버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잘 알고, CJ대한통운은 배송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보유하고 있잖아요. 두 회사가 가진 정보를 조합하고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거예요.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제조업체와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네이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예요. ‘햇반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쿠팡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제조업체와의 갈등이 이어지면 로켓배송을 지속하기 어렵겠죠.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힘을 합쳐 선보이는 도착 보장 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예측이 정확하다고 해도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만큼 빠르게 배송하는 건 아니니까요. 쿠팡도 배송이 늦어지면 고객에게 소정의 보상을 하고 있고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쿠팡과 네이버-CJ의 한판 대결이 곧 시작될 예정인데요. 이번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네이버는 배송 시간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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